[사설] 해경, 조직 해체의 치욕 벌써 잊었나

해경의 경각심이 부족해 보인다. 세월호 참사 이후 크게 변신했을 걸로 기대했지만 달라진 건 별로 없다. 국회에 제출된 국감자료를 살펴보면 해경의 해양사고 구조 대응이 여전히 미흡함을 실감한다. 지난 24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소속 의원들이 밝힌 내용들을 추려보면 해경 헬기 일부가 야간 구조·수색이 불가능하고, 해양사고 1시간 내에 도착하는 이른바 ‘골든타임 대응률’도 세월호 참사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는 등 문제점이 지적됐다.

해경이 현재 보유한 23대의 헬기 중 9대(벨412 1대·카모프 8대)가 자동비행 장치 등이 없어 야간 수색·구조가 불가능하다. 20여 년 전부터 일선 해경에 배치된 두 기종은 부품 조달이 외국에 주문생산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부품에 결함이 생기면 수리기간이 6~12개월이나 걸려 해양사고가 나도 출동할 수 없는 무용지물이다. 헬기 교체가 시급하다.

또 ‘최근 3년간 골든타임 대응 현황 자료’를 보면 해양사고 접수 후 1시간 이내에 현장에 도착하는 골든타임 대응률은 지난해 85.2%였다. 이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2014년의 84.5%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구조선 등의 출동 대응력 강화에도 불구하고 겨우 0.7%p 개선에 그친 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촌각을 다투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헬기와 구조선의 신속한 출동이 얼마나 중요한 가는 상식에 속한다.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한 시스템 구축 노력이 부족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간부들의 함정 승선 경험 부족도 질타의 대상이 됐다. 세월호 사건을 겪으면서 여실히 나타난 건 해경의 무기력과 무능이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청장에 육지 경찰 출신이 줄줄이 부임했다는 점이 지적됐다. 역대 14명의 청장 중 해경 출신은 8대 권동옥 청장과 해체 전 15대 김석균 청장 두 명뿐이다. 특히 간부급 중 함정 근무 경력이 전혀 없는 인원은 총경 9명·경정 10명·경감 50명·경위 191명이나 된다. 해경 간부 상당수가 해상 근무 경력이 없다는 건 비정상도 이만저만 아니다. 이들에게 해상 위험 사태 때 반드시 필요한 잠수와 구조훈련 등 체계적 교육이나 제대로 실시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해양계에서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온 “해경이 발에 물을 묻히려 하지 않는다”는 말이 괜한 비아냥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 때 보여준 무기력한 대응으로 겪은 조직 해체의 치욕을 영원한 역사적 교훈으로 삼아야 할 텐데, 국감 자료를 보면 그런 결기가 부족한 것 같다. 배신감마저 든다. 천신만고 끝에 부활한 해경에 대한 국민의 격려와 ‘혁신’ 외침이 계속되고 있지만 일선 현장에선 공허한 메아리로 부서지고 있는 거다. 해경은 이제 조직원 모두가 분골쇄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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