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만점, 경기도 전통시장을 가다] 8. 소박하고 알찬 의왕 ‘부곡도깨비시장’

온정·낭만 넘치는 장터 쇼핑·관광을 부탁해~
아기자기한 간판 환경개선 사업으로 현대식 시설갖춰
품질 좋고 가격 저렴해… 작은 시장이지만 없는게 없어
주변 철도박물관·레일바이크 등 관광 즐거움 재미 두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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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진 않지만, 치열한 삶의 현장이 펼쳐지고 생기가 돋아나는 곳, 바로 전통시장이다. 

햇살 좋은 어느 가을날, 의왕역에서 나와 조금 앞으로 걷다 보니 동화에서나 나올 법한 제법 귀여운 어린 도깨비가 ‘부곡도깨비시장’으로 가는 일을 안내하고 있었다. 

시장 안에는 아직 이른 시간이었는데도 유모차를 끌고 나온 주부부터 반찬거리를 사러 온 주부들, 인근 회사원, 학생 등으로 북적였다. 

이곳은 인근에서 농사짓던 이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잠깐씩 모여 장을 열고 흩어졌던 데서 시장의 이름이 유래한 의왕부곡도깨비시장이다. 

지난 2014년, 재래시장으로 등록한 의왕시의 유일한 시장이기도 하다. 의왕부곡도깨비시장은 이제 지역민들과 함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 없는 게 없는 소박하고 알찬 도깨비시장

부곡도깨비시장은 지금으로부터 약 40년 전 자생적으로 만들어졌다. 주위에 농사짓는 이들이 잠깐잠깐 모여 장을 벌렸던 곳이다. 철도 관사 지역에 900여 가구가 있었는데 잠깐 다녀가는 인구가 늘면서 장을 찾는 사람들도 늘었다. 의왕시에 재래시장이 있어야 할 필요성이 커지면서 지난 2014년 11월, 공식적으로 부곡도깨비시장이 재래시장으로 출범했고, 상인회가 공식 등록을 하게 됐다.

 

시장에 들어서면 귀여운 도깨비가 반길 뿐만 아니라 곱게 포장된 도로와 아기자기한 간판들이 눈을 끈다. 시장 위를 보면 도깨비 그림이 그려진 등불이 달렸다. 저녁이면 어둑어둑한 시장이 아닌, 은은한 불빛이 비쳐 낭만 있는 공간으로 바뀐다. 모두 시장환경개선 사업으로 구축된 것으로 전통시장이면서도 현대식의 세련된 느낌이 물씬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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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포 수는 100여 개 밖에 안 되지만 없는 게 없는 만물시장이다. 4개 구역에 99개의 점포가 입주한 시장엔 먹거리를 비롯해 부동산, 약국 등 인근주민들에게 필요한 점포들이 줄줄이 있다. 상당수가 생필품 및 기본 식자재를 주 판매상품이다. 음식업 40%, 의류ㆍ건강ㆍ야채류 10%, 안경ㆍ휴대전화ㆍ서점 등이 25%를 이룬다. 오토바이 가게와 방앗간, 두부가게 등도 쉽게 찾을 수 있다.

 

■ 품질 좋고, 저렴한 가격…인근 관광단지와 연계한 시너지 기대도

지역에 하나밖에 없는 시장이다 보니 지역민들의 사랑도 애틋하다. 이 날 다섯 살 난 아들의 손을 잡고 시장을 찾은 김영현 씨(42)는 “농산물이 저렴하고 품질이 좋을 뿐만 아니라 맛집도 많아 장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며 “의왕 유일의 시장인 만큼 거의 매일 찾는 곳”이라고 말했다.

 

시장 상인들 역시 지역민들과 함께 어우러지며 터전을 꾸려나간다. 지역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실버 음악회를 열 때 100여만 원 상당의 물품을 지원했으며, 올 추석 명절 하루 전엔 음악회 열어서 지역민과 즐거움 잔치를 벌였다. 

인구 15만 명의 작은 소도시이지만, 품질이 좋은 상품을 판매하고 가격도 저렴하다 보니 수원, 군포 등 인근 도시민들이 찾는 일도 많다. 시장을 방문할 때 가장 큰 부담인 주차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시장에 있는 롯데마트와의 상생협약으로 주차장을 사용할 수 있다. 오는 2019년께는 독립된 시장의 주차장도 완공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관광을 즐기러 왔다가 푸짐한 인심과 정을 느낄 수 있는 시장을 들러보면 더욱 좋을 듯하다. 맛집과 볼거리가 많아 주변에 철도박물관, 백운저수지, 레일바이크 등 관광지를 보고 나서 가족단위로 놀러 온 고객들도 심심찮게 찾을 수 있다. 

김재완 의왕부곡도깨비시장 상인 회장은 “아직 규모가 작고, 하나씩 만들어나가는 단계이지만 고객과 상인, 지역민이 만족하는 시장을 만들어나가려고 모두가 노력하고 있다”면서 “많은 관심과 성원을 보내달라”고 강조했다.

 

정자연ㆍ권오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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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재완 부곡도깨비시장 상인회 회장

“관광 어우러진 시장으로… 의왕 특수성 살릴 것”

“온정과 낭만이 넘치는 전통 장터입니다. 전통시장의 정과 인근 관광지를 둘러보는 즐거움도 있으니 많이들 찾아주시길 바랍니다.”

김재완 부곡도깨비시장상인회 회장(60)은 부곡도깨비시장이 형성 되기 이전부터 이곳을 지켜왔다. 쌀 가게, 컴퓨터ㆍ전자제품 판매 등 업종은 바꿨지만 이곳을 뜨지 않았다. “시장에 왔을 때 아무것도 형성돼 있지 않았지만, 촌스러운 느낌과 상인들의 정에 이곳을 쉽게 떠날 수 없었다”는 김 회장의 말처럼 시장이 만들어지기 전부터 이곳 상인 간에 끈끈한 정이 넘쳤다. 

의왕부곡도깨비시장이 재래시장으로 등록하려고 절차를 밟을 때 가장 전면에 나선 것도 김 회장이었다. 의왕시에 인정받은 재래시장이 하나 없다 보니, 지역의 전통시장 설립이 시급했다. 제대로 된 시장을 만들어보고자 얼떨결에 임시로 맡았던 상인회장직은 무거운 책임감으로 돌아왔다.

 

2014년 재래시장으로 공식적으로 등록하다 보니 해야 할 것도 많았다. 갖춰지지 않은 시장에 상인들은 물론 의왕시 관계자, 경기도 등과 힘을 합쳐 시장 콘셉트를 하나씩 구축했고, 각종 사업을 신청하며 모양새를 만들어나갔다.

지난해 당시 중소기업청의 골목형 시장 육성 사업에 선정돼 고객 지원센터를 신축하고, 시장 홈페이지 등을 제작했다. 스마트 화재 감지기도 올해 전국 최초로 설치했다. 화재 발생이 감지되면 즉각 의왕소방서로 연락이 가 화재가 즉각 대비할 수 있게 했다. 또 낭만 있는 시장으로 만들고 젊은 층을 끌어들이고자 시장에 LED 등을 달았다.

 

저녁만 되면 어둑어둑했던 시장은 이제 은은한 불빛이 비쳐 낭만이 있는 풍경으로 바뀌었다. 김 회장은 “부곡도깨비 시장은 재래시장으로 공식 인정을 받기 전부터 상인들 스스로 장터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던 곳”이라며 “상인대학을 열고, 선진시장을 견학하며 살아남기 위한 전략을 찾아나섰다. 또 문화공연, 아름다운 간판 거리 조성, 세일행사 등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부곡도깨비 시장의 존재감을 새롭게 심어주고자 노력했다”고 자부했다.

 

김 회장의 꿈은 크다. 의왕시의 특수성을 살려 더욱 발전하는 시장으로 만들겠다는 거다. 편리한 교통과 레일 바이크라는 확실한 관광요소 등을 앞세워 관광과 어우러지는 시장으로, 또 관광객을 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요인을 찾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목표도 세웠다. 김 회장은 “작은 시장이지만, 없을 것 없고 있을 것은 다 있는 알찬 시장”이라며 “착한 상인들이 고객과 함께 어우러지는 시장인 만큼 많이 방문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자연ㆍ권오탁기자

 

도깨비시장 명소를 찾아라

시장입구 로또 명당… 왕족발·만두 깊은 맛 유혹

장터에 나왔다면, 맛있는 냄새로 유혹하는 먹거리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주머니가 가벼워도 괜찮다.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으로 배를 두둑하게 채울 수 있는 시장 내 맛집을 알아봤다.

■ 25년 전통의 ‘곰만두’, 만두와 토속음식의 콜라보

25년 전부터 곰만두는 시장을 찾은 손님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줬다. 만둣국, 떡 만둣국 등 만두를 주재료로 한 메뉴들 이 외에도 칼국수나 떡국 등 토속 음식을 선보인다. 교회 · 아파트 단지 · 상가 사이에 있어 눈에는 잘 띄지 않지만, 소문이 퍼진 만큼 단골들이 여전히 북적인다. 주인이 직접 손으로 빚어내 놓는 만두는 만두피가 푸짐해 고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만둣국의 육수도 그야말로 일품이라는 평이 중론이다.

 

■ 착한 가격, 착한 맛…양도 푸짐한 ‘우리닭강정’

컵, 박스 등 다양한 크기의 용기에 달콤한 짭조름한 닭강정을 담아 판다. 닭강정 뿐만 아니라 옛날 통닭이나 닭똥집 등도 선보이는데, 가격을 보면 놀랄 수밖에 없다. 옛날 통닭은 한 마리에 6천 원, 두 마리를 사면 1만 1천 원이다. 양도 푸짐하다. 닭강정은 달콤 · 매콤 · 데리야끼 · 후라이드 · 새우 · 똥집으로 6개 종류가 있다. 가격은 가게가 처음으로 문을 연 지난 2011년 가격 그대로다. 가게를 꾸준히 찾는 손님들의 성원에 보담하고자 가격을 올리지 않고 있다고.

 

■ 깊은맛 품은 ‘개성 왕족발’

5년 전부터 족발집을 시작한 ‘개성 왕족발’은 남다른 점이 몇 가지 눈에 띈다. 찜통이 가게밖에 있고, ‘소’자 사이즈를 팔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찜통을 가게 안에 놓고 족발을 사이즈 별로 미리 썰어놓는 것이 시간, 금전적인 측면에선 이득이다. 하지만, 찜통에서 바로 꺼낸 족발을 고객이 보는 앞에서 직접 썰어 포장해주는 게 맛을 더하지 않겠느냐는 게 개성 왕족발 사장님의 지론이다.

 

■ 2대가 함께 ‘진미 왕만두’

한대운 씨(62)는 15년째 진미 왕만두에서 왕만두와 찐빵을 빚고 있다. 가게는 한 씨의 아내와 아들, 딸 등이 함께 운영을 돕고 있다. 2대가 어우러진 진미 왕만두에 들어서면 정겨운 가격표가 눈에 띈다. 왕만두 6개에 4천 원, 고기 · 김치만두 10개에 3천 원, 찐빵 3개에 2천 원, 도넛 5개에 2천 원이다. 이마저도 가게를 찾은 단골들이 “이렇게 팔아서 남는 게 있느냐”며 오히려 가격 인상을 요구해 얼마 전 올린 가격이라고 한다.

 

■ 행운을 드려요~ ‘로또 명당’

시장을 입구에서 조금만 들어서면 행운의 장소를 볼 수 있다. 바로 로또 1등 당첨자가 나왔던 행운의 판매점 로또명당이다. 1등 당첨자가 두 번이나 나온 이곳엔 행운을 찾으러 온 이들과, 이곳을 운영하는 김재완 부곡도깨비시장 상인회장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러 온 손님과 상인 등이 항상 몰려든다. 명당의 기운을 받아 좋은 일이 일어나길 바라보는 것도 시장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다.

 

정자연ㆍ권오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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