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아라뱃길이 국정감사의 단골 메뉴로 또 도마 위에 올랐다. 개통 5년차를 맞았지만 물류기능은커녕 경제효과가 미미한 채 시루에 물붓기로 매년 수십억원의 예산을 낭비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거다. 2조7천억원이 투입된 아라뱃길은 2000년 착공했으나 중단과 재추진을 거듭하는 우여곡절 끝에 2012년 5월25일 개통됐다. 하지만 효용성 논란이 끝없다.
국회 국토위 윤관석 의원(더민주·인천 남동을)이 한국수자원공사로부터 받은 국감자료를 보면 아라뱃길 화물 이용량은 개통 5년차(2016년 5월~2017년 5월) 목표치가 8천357t이었으나 실적은 762t으로 8.9%에 불과했다. 4년차 실적인 884t보다 122t이나 적은 저조한 실적이다. 또 여객 실적은 13만명에 불과해 계획(60만9천명) 대비 21.3%에 머물렀다.
투자금은 3조214억원을 회수할 계획이었지만 1조6천482억원(54.6%)에 그쳤다. 특히 항만시설관리권 매각 목표는 1조831억원이었으나 540억만 매각돼 목표 대비 이행률이 5.5%에 머물렀다. 현재까지 회수된 투자금은 대부분 국고지원(4천603억원)·단지분양(1조1천391억원)을 통해 마련됐으며, 항만과 관련된 항목에선 회수가 거의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아라천은 국가하천으로 매년 70억원 수준의 국고 지원액이 투입, 유지관리되고 있다. 아라뱃길은 앞으로도 하천·항만 관리를 위해 매년 수십억원의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 하지만 투자금은커녕 운영비 회수도 요원한 상황이다. 투자금 회수를 위한 특단의 계획이 필요하다.
아라뱃길은 2003년 당시 관계부처의 경제성 평가가 부풀려졌다며 사업을 재검토하라는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라 중단됐었다. 하지만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08년 ‘경인운하사업 수요예측 재조사’에서 예상 물동량을 2011년 개통(당시 예상)하면 첫해에 컨테이너 470만4천t, 일반화물 716만2천t 등 1천186만6천t을 수송할 걸로 예상했다. BC비율이 1.065로 사업성이 있다는 평가를 내놓아 사업이 재추진됐다. 현재 실적과 대비하면 터무니없이 빗나간 엉터리 예측이다. KDI의 수요예측 오류에 대한 철저한 재조사가 필요하다.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앞을 내다보는 안목이다. 경인아라뱃길 건설은 그중에서도 미래를 보는 안목이 더욱 필요한 사업이다. 인천항이 서울의 관문으로서 특히 수출입 의존이 큰 입장에선 그 역할이 중차대함은 새삼 거론할 필요도 없다. 당초 아라뱃길 사업이 구상됐을 당시만 해도 인천항만 배후 도로가 포화상태여서 운하사업 추진을 거론할 가치가 있었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지금 인천~서울 간엔 다양한 고속 육로 교통수단이 생기고 있다. 이를 간과하지 못하고 헛돈 들여 물류기반 시설로 추진한 건 큰 실책이다. 하지만 홍수통제 기능만큼은 확실한 아라뱃길을 이제 와서 다시 덮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끌탕만 할 게 아니라 관광·레저 등 아라뱃길을 효용성 있게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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