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 제1항로 수심이 계획수심(14m)보다 얕아 선박 안전운항이 위협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형선박이 인천항 입항을 기피, 항만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그런데도 근본대책을 신속하게 세워야 할 인천항만공사(IPA) 등 관계 당국의 대책은 더디기만 해 항만업계의 불만이 팽배하다. 인천항발전협의회와 인천항만물류협회·인천상의·인천경실련·인천경총 등 18개 단체는 최근 공동성명을 통해 정부에 제1항로 계획수심 확보(준설)를 촉구했다.
이들 단체들은 팔미도와 북항을 잇는 제1항로(18㎞)의 계획수심은 14m이나 실제 평균 수심은 12.8m로 10m도 안 되는 계획수심 미달지가 54곳이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항로 중앙 수심은 8.2m로, 수심이 얕아 대형선박이 입항을 기피하면서 항만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제1항로는 2012년 개장됐으나 유류부두 입구는 애초 계획수심보다 5m 얕은 9.1m이며 일반부두 입구는 8.2m다.
특히 일반 화물선 부두 17선석이 있는 제1항로 북항 입구 수심은 8.2m밖에 되지 않아 계획수심보다 5.8m나 부족해 입출항 선박들로부터 준설 민원이 가장 많은 곳이기도 하다. 입출항 선박 중 만재흘수선(선체가 물에 잠기는 한계선)이 7.5m 이상 되는 선박이 입출항하려면 만조 때를 기다려야 한다.
인천항발전협의회가 조사한 지난해 선박 입출항 통계를 보면 유류부두를 이용한 선박 961척 중 394척이 수심제한에 걸렸으며, 일반부두 선박 2천433척 중 673척이 수심제한 선박에 해당됐다. 각각 41%와 29%의 선박들이 입출항에 필요한 수심이 확보되지 않아 만조 때까지 기다렸다 운항했다. 특히 유류부두엔 16만t급 유조선이 2주에 한번 입출항하고 있지만 제한수심 때문에 적재 화물 일부를 울산항에서 하역한 후 인천항에 입항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입출항이 위험하고 번거로우니 항만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IPA는 제1항로의 저수심 원인으로 인천해역 연안 지형의 특성과 폭넓게 발달한 조수간만의 차 등을 들고 있다. 지속적인 퇴적 현상이 계획수심을 유지하기 어렵게 한다는 거다. 항로의 적정 수심 유지는 항만운영의 주요 요소의 하나다. 제1항로 증심(增深)을 위한 준설이 시급한 거다. 그럼에도 해수부가 이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들 단체들은 해수부가 선박 운항에 지장을 주는 부산 신항 앞 무인도 제거 사업비엔 3천400억원을 확정했고, 내년 예산에도 810억원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반면 인천항 제1항로의 준설 시급성은 5년간 제기된 문제임에도 아직 국비가 지원되지 않았다며 인천항 홀대론을 제기했다. 인천항발전협의회는 제1항로 계획수심 확보를 위해선 국가 재정이 빨리 투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극히 당연한 요구다. 인천항 홀대론을 불식시킬 당국의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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