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SK인천석유화학, 새 임단협 모델 기대 크다

SK인천석유화학 노사의 생산적 협력관계 구축이 눈길을 끈다. SK인천석유화학 노사는 지난 20일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에서 임금 인상률을 물가에 연동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전년도 소비자물가 상승률로 임금 인상률을 자동 결정하는 거다. 해마다 임금 인상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소모적 갈등에서 벗어나기 위한 새로운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인천지역 기업으로는 최초로 다른 기업으로 확산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임금 협상에서 물가 상승률은 협상 기준의 중요 요소의 하나다. 하지만 ‘임금 인상률=물가 상승률’이라는 공식을 노사가 정한 건 이례적이다. 임금 협상 합의안의 핵심은 앞으로 매년 임금 인상률을 전년도에 통계청이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연동하는 것이다. 따라서 올해 임금 인상률은 전년도 소비자물가지수인 1%로 결정됐다.

매년 소모적이고 관행적인 임금 협상으로 기업들이 몸살을 앓는 게 산업계의 현실이다. 하지만 임금 인상률의 물가 연동제는 임금 인상률이 사실상 자동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장기간 밀고 당기는 식의 소모적 협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 때문에 임금 협상 갈등에 따른 노사분규는 물론 비생산적인 파업도 있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SK인천석유화학 노사가 임금 인상률을 물가와 연동하기로 합의, 산업 평화 정착의 계기를 마련한 건 크게 환영할 일이다.

특히 노사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노사 상생의 혁신적 패러다임을 제시함으로써 모든 기업과 노동계에 노사협력을 위한 노동운동과 노사관계의 새로운 방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또 무엇보다 SK인천석유화학은 지난 6월 근로자들의 임금 일부를 협력사와 나누는 ‘임금 공유’ 상생협력 모델을 인천기업 최초로 도입, 재계의 눈길을 끌고 있다.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기본급에서 매월 2억원의 기금을 만들어 16개 협력사 직원 286명에게 1인당 70만원씩 전달된다.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고무적인 일이다.

그간 우리의 노동운동은 협력적 측면보다 투쟁적 측면을 강조해왔다. 기업 경쟁력과 근로자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선 대립과 갈등의 노사관계를 협력관계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실제 노사관계는 여전히 갈등과 투쟁에 매몰돼 있다. 강성노조 지도부가 살기 위해 취한 선명성 경쟁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있을 수 있는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사측과 임금 인상률의 물가 연동제에 합의한 SK인천석유화학 노조의 용기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이제 노동계는 변해야 한다. 강성노조의 극한투쟁은 결국 직장의 존립은 물론 고용 불안을 자초한다. SK인천석유화학 노사협약을 계기로 인천지역 기업은 물론 모든 기업에 노사 안정 분위기와 산업 평화가 확산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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