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그리스 경제위기가 주는 의미

‘국가부도’ 그리스 위기탈출 신호탄
中과 손잡고 일대일로 교두보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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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부터 발생한 경제위기로 인해 오랫동안 국민이 고통을 겪어왔던 그리스가 이제 경제위기를 탈출하는 전환점에 들어섰다는 평가를 국제 사회로부터 받고 있다. 내년에는 정부재정이 목표대로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그리스 정부가 지난 7월 발행한 30억 유로 규모의 국채도 모두 판매돼 국제 채권시장에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그리스 국민은 9년여간 고통스럽게 허리띠를 졸라맨 후에 끝이 보이지 않았던 터널의 빛이 보이는 지점에 마침내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 국민은 정치인들을 혐오한다. 국가의 앞날을 생각하기보다는 집권에만 눈이 어두웠던 정치인들이 국가를 잘못 경영하여 지금과 같은 국난을 초래한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기성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은 2015년 1월 총선에서 정치 신인인 급진좌파 정당의 치프라스 수상이 선출된 배경이다.

 

그리스 경제위기 발생의 주원인은 정치인들이 대중영합적 정책을 구사하여 복지지출을 확대했고 동 지출에 필요한 재정 충당을 위해 도입한 외채가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에 기인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인 바, 이러한 원인과 결과를 심층 분석해 우리 경제운영의 반면교사로 삼는 것이 필요한 것으로 보이며 여기에 그리스 경제위기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그리스 정부는 외환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외국기업의 투자 유치를 적극 추진 중이며 중국이 최근 활발한 투자를 하고 있는데 그 동향이 주목할 만하다. 중국 최대국유 해운사 COSCO는 작년에 3.6억 유로를 투자하여 아테네에 인접한 피레우스 항구의 운영권(67% 지분)을 인수하여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에 필요한 유럽의 관문을 확보했다. 중국은 피레우스 항구에서 출발하여 중유럽을 거쳐 독일에 도달하는 철도 노선을 건설한다는 원대한 구상 하에 그리스의 철도, 항만 등에 투자를 추진 중이다. 중국은 그리스를 유럽의 물류 전진기지로 육성코자 하는 것이다.

 

그리스와 중국 간의 경제 밀착은 흥미로운 외교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그리스는 EU의 대중국 인권결의안 채택 투표, 남중국해 문제, 중국의 대 EU 투자에 대한 규제수립 논의 등에서 중국에 우호적인 태도를 취하였으며, 이로 인해 EU가 대외적으로 하나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여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필자가 그리스대사로 근무 시 2013년 1월 그리스 Papulias 대통령을 대사관저의 한식 만찬에 초청하여 양국 간 협력관계의 증진을 논의한 적이 있다. 당시 Papulias 대통령은 중국의 피레우스 항구 투자와 철도건설을 언급하면서 “중국인들은 30년 후를 내다보고 투자하는 기질을 갖고 있는 듯하다. 그리스는 이러한 투자를 중국, 일본보다 더 친밀감을 느끼는 한국이 해주기를 요망한다”고 하였다.

 

이제 세계 10대 경제권인 우리 경제의 수준에 비추어 해외 투자를 많이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해외에 철도, 항만, 공항, 가스, 전력 등의 민영화되는 국영사업이나 고속도로나 다리 등의 민자사업을 발굴하여 투자의 진출을 도모하는 것이 요망되는 시점에 도달한 것으로 생각되어 그리스 대통령의 간곡한 언급이 새롭게 떠오른다.

 

신길수 前 주그리스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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