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현병기 경기도의사회장

“사무장병원 신고센터 운영 등 의료계 자체 자정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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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개혁이 될 수 없습니다. 개혁은 점진적 개선이 모여 이루는 것입니다.” 2015년 3월 취임이래 쉼 없이 달려온 현병기 경기도의사회장의 말이다. 

그는 취임 이후 12만 회원들의 권익은 물론 경기도민의 건강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 왔다. 무엇보다 의료계 자체의 자정을 위한 ‘사무장병원 척결’ ‘전문가평가제’ 등에 적극 나섰다.

 

일부 회원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굴하지 않았다. 회원들을 일일이 설득했고, 그들 스스로 변화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도의사회는 서로 소통하고, 환자들과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 임기 3년의 도의사회장, 이제 힘이 빠질 만도 한데 그는 “아직 임기가 8개월이나 남았다”며 여전히 전력투구한다.

Q 벌써 임기 3년이 다가오고 있다. 지난 2년 어떻게 보냈나.

A “의욕이 많이 앞섰다. 취임 초 △회원들의 진료실을 지키겠다(회원 권익보호) △의사들의 전문성과 자존심을 지키겠다(이익단체 역할) △의료계의 단합과 결속을 이뤄내겠다(의사회-회원간 소통과 협조) △올바른 의료환경을 위한 정책과 힘을 만들겠다(정책의 발굴과 실천) △미래의 의료계 리더들을 지켜주고 함께 나아가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이 중 70%는 이행했다고 자부한다. 결국은 회원들이 평가하는 것이지만, 도의사회가 열심히 했다는 것만큼은 인정하는 분위기다.”

 

Q 취임 이후 가장 강조한 것이 도의사회의 정치적 역량을 키우자는 것이었다. 이유는.

A “의사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 현실에 맞지 않는 법안이 나왔을 때다. 현실에 맞지 않는 각종 규제가 의료전달체계를 붕괴시키고, 의사와 환자가 불신하는 사회를 조장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도의사회에서는 ‘1인 1정당 가입 운동’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의사들이 직접 의료정책의 제안과 개선 등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의료진들의 정당 가입을 독려하는 것이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는 ‘25개 의료아젠다’를 선정해 각 대선 캠프에 보내기도 했다. 이처럼 활동을 펼친 결과 실제 관련 법안이 개정되거나 시행된 것도 있다.”

 

Q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는가.

A “먼저 시효법의 개정이다. 그동안 다른 전문가들과 달리 의료법상 의사에 대한 행정처분에 대해서는 시효제도가 없었다. 때문에 부당한 행정처분을 받거나 행정처분이 과중되는 문제가 발생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5월 ‘리베이트 수수에 대해 의료인 행정처분 시효를 5년으로(무면허 의료행위나 허위 부당청구의 경우 7년)으로 한다’는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의료인들도 법적 보호를 받게 됐다. 

또 1년 넘게 묵혀 있었던 ‘진료실 폭행방지법’도 지난해 4월 통과됐다. 그동안 진료실을 비롯해 응급실 등 병원 내에서의 폭행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던 것이 사실이다. 법안은 누구든지 의료행위가 이뤄지는 장소에서 사람을 폭행 또는 협박해서는 안 되고,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강력히 처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예방차원에서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Q 의료인의 정치적 활동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을텐데.

A “정치적 활동이 의사들만의 권익을 위해서는 아니다. 의사는 환자와 가까이 있기 때문에 그들의 문제를 가장 먼저 파악할 수 있다. 가령 지난해 지역의 정치인들을 초청해 총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1년에 단 한 번도 의료기관을 이용하지 못하는 의료사각지대의 노인들을 위한 의료바우처 사업을 제안하기도 했다. 의사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진다며 잘못된 법안에 적극 대응 할 수 있고, 그 혜택은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갈 것이다.”

 

Q 가장 두드러진 움직임이 ‘사무장병원 척결’과 ‘협동조합 설립’이다. 현재 진행 사항은.

A “의사들을 이용해 개인의 이익을 취하는 사무장병원은 의료질서를 해치는 것은 물론 건강보험 재정을 축내는 악영향을 끼친다. 도의사회에서는 2015년 10월부터 ‘불법 사무장병원 신고센터’를 운영하며 사무장병원 척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동안 같은 지역사회에서 활동하고 있어 고발에 대해 선뜻 나서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도의사회가 적극 추진하면서 의사 본인 스스로가 의료계의 자정활동에 동참하고 있다. 현재까지 도의사회를 통해 의심 신고된 병원 중 70여곳에 가까운 곳이 사무장병원으로 적발됐다.”

 

Q 협동조합 설립은 얼마나 진행됐는지.

A “협동조합 설립은 의사들의 소통과 조직화를 위해 시작했다. 또 경영난을 겪는 의사들을 위해 추진했다. 물건을 단순히 싸게 구매하는 것이 아닌 판매, 정보 등을 제공하는 시스템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 6월 대표자회의에서 논의했고, 지금까지 온ㆍ오프라인으로 꾸준히 토론해 왔다. 지난달에는 이사회를 통해 설립 추진이 의결됐다. 현재 성종호 경기도의사회 조직강화부회장, 변형규 보험이사, 최중혁 총무이사, 김기환 성남시의사회장, 심욱섭 고양시의사회장 등 총 5명의 발기인이 결정됐고, 이달 중 창립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Q 도의사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전문가평가제’와 ‘촉탁의 제도’는 어떻게 되고 있나.

A “전문가평가제는 진료 부적정 의사에 대해 자체적으로 징계내용이나 수위를 정해 정부에 의뢰하는 제도로 사무장병원 척결과는 또 다른 의료계 자정을 위한 사업이다. 도의사회의 자율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2016년 11월 시작했지만, 아직 그 성과를 거두진 못하고 있다. 

환자들과의 신뢰와 의료인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필요한 사업이다. 장기요양시설에 의사들이 방문하는 촉탁의 제도는 자리 잡은 상태다. 초기에는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지만, 이제는 필요성을 회원들 스스로 인지하고 있다.”

 

Q 회원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A “27일 도의사회의 가장 큰 행사인 ‘제14차 경기도의사회 학술대회’를 성남 헬스케어혁신파크에서 개최했다. 매년 1천여 명이 참여하는 행사는 회원들이 다변화하는 의료환경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주제로 열린다. 올해는 ‘새로운 의료환경에 변화하는 의사로 거듭나자’를 주제로 총 4부로 나눠 알찬 강의를 준비했다.

인공지능과 정밀의료, 충격파치료, 고혈압과 고지혈증의 최신요법 등 의료 분야는 물론 세무, 세법 개정안,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대응방안 등 평소 회원들의 관심분야를 고루 준비했다. 아울러 도민의 건강을 위해 장애인 건강권의 이해, 소아과ㆍ산부인과ㆍ비뇨기과의 신체검진 및 초음파 시행시 주의사항, 경기도 감염병 발생현황과 관리방안 등도 진행했다.”

 

Q 최근 의료계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도의사회의 입장은 어떠한가.

A “취지는 아주 좋다. 환자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정확한 조사가 이루어 지지 않았다는 부분이다. 3천800개 항목에 대한 수가 등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면급여화를 시행하면, 1ㆍ2차 의료기관이 무너지는 사태까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여론 수렴 또한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Q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있다면.

A “전문가평가제와 촉탁의 제도가 자리 잡고, 협동조합이 설립될 수 있도록 중점적으로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개혁은 점진적인 개선이 모여서 되는 것이다. 제도적 혁명은 실패할 수 밖에 없다. 기존 시스템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도출되는 문제들을 하나씩 바꿔나가면 된다. 도의사회는 회원들의 소통과 권익, 도민들에게 신뢰받기 위해 더욱 힘쓸 것이다. 

송시연기자

사진=조태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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