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천시, 녹슨 수도관 교체가 무엇보다 급선무다

인천시의 수돗물 수질개선 사업이 겉돌고 있다. 시민들에게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선 노후주택의 녹슨 상수도관 교체 사업이 시급한데도 그 절박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마냥 늑장만 부리고 있으니 답답하다. 건교부는 지난 1994년 4월부터 녹이 잘 스는 아연도강관 사용을 음용수용 배관재로 사용하는 것을 전면 금지했다.

상수도관을 아연도강관으로 10년 이상 사용할 경우 관을 감싸고 있는 도금 아연이 벗겨져 부식이 빨라 녹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수장에서 아무리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공급하더라도 아연도강관이 설치된 가정엔 녹과 중금속 혼입의 물이 나오게 된다. 인천에서 지난 1994년 4월 이전 준공된 아연도강관 사용 주택은 18만5천500가구로 추산된다.

상당수 시민들이 1994년부터 23년 동안이나 건강에 위해(危害)한 녹슨 상수도관을 사용, 찜찜한 물을 마시고 있는 거다. 그런데도 인천시는 이제까지 녹슨 상수도관 교체 사업을 손도 대지 않고 뒷전으로 미뤄놓고 있어 민원 대상이 되고 있다. 가뭄·장마 땐 수돗물 맛이 유별나게 이상하고 역한 냄새가 난다는 민원이 한 해 동안 2천여 건이나 몰린 적도 있다.

그래도 당국은 수돗물을 마셔도 괜찮다고 배짱 좋게 외쳐왔으니 어이가 없다. 오히려 이런 뚱딴지같은 외침이 수돗물에 대한 불신감을 더 심화시키고 있다. 그래서 2012년 시민들의 수돗물 만족도 조사 결과 직접 음용률이 전국 평균(5.4%)보다 훨씬 밑도는 3.7%에 그치고 있다. 수돗물을 마시지 않는 이유는 낡은 수도관이나 물탱크에 문제가 있을 것 같은 막연한 불안감 때문이라는 응답이 31.9%나 됐다. 시민들이 매일 마시는 수돗물에 대해 극도의 불안감을 갖고 있는 건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가 자존심을 걸고 내놓은 ‘미추홀 참물’은 인천 수돗물의 대명사다. 상수도사업본부는 ‘미추홀 참물’의 수질검사가 59개 법정기준 항목과 환경부 권장 및 자체 감시 항목을 포함 172개 항목에서 적합 판정을 받아 공급하고 있다고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깨끗하고 안전한 ‘미추홀 참물’을 공급한다 하더라도 아연도강관이 설치된 가정엔 녹슨 수도관을 거치면서 중금속이 섞인 녹물이 나올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미추홀 참물’이 음용수로서 시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아연도강관의 수도관 교체 사업이 급선무다. 꺼림칙한 녹물을 시민들에게 장기간 마시게 해선 안 된다. 시민들의 건강과 직결된 수돗물을 위생적으로 안전하게 공급하는 일보다 더 중요한 건 없다. 당국은 녹슨 수도관 교체 사업이 최우선 시책이 되도록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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