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학교에 세운 친일파 윤치호 동상 철거하라

해괴망측하다. 대표적 친일 반역자 동상이 버젓이 40년 넘게 인천 어느 중학교에 자리 잡고 있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기이한 일이다. 더군다나 광복 72주년을 보내면서 허장성세의 동상을 보는 학생들이 민족적 모멸감을 느낄 걸 생각하니 참혹하다. 인천시 중구 A중학교 본관 앞에는 일제 강점기 친일파의 대표적 인물로 꼽히는 윤치호의 좌상이 버티고 있다.

동상은 지난 1976년 10월 학교 측에서 건립했다. 당시 동상 건립에 관여한 교육자들의 국가관과 역사관이 매우 의심스럽다. 윤치호는 1906년 이 학교의 모태인 한영서원을 개성에 설립했다가 인천으로 옮겨 현재의 교명으로 바꿨다. 그는 좌·우 진영을 불문한 사계(斯界)에서 객관성과 공정성을 바탕으로 검증된 대표적 친일 인물이다.

그는 일본 중국 미국에서 유학한 당시로선 보기 드문 현대적 지식인이었다. 일제 초기엔 한때 독립협회 회장을 지내기도 했지만, 이내 변절했다. 일본의 진주만 공습으로 태평양 전쟁이 시작되자 태도를 돌변, 적극적인 친일행각을 벌였다. 일본이 세계를 제패할 것이란 오판의 결과다. 1910년 일제의 조선 강점 이후엔 일본으로부터 남작 작위와 함께 공채 2만5천원(현재 가치 약 10억원)을 받아 매국적 부귀영화를 누렸다.

3·1 만세운동 당시엔 국민대표로 서명을 권유받았으나 거절했다. 그러면서 “만약 약자가 강자에 무턱대고 대든다면 강자의 노여움을 사서 결국 약자 자신을 괴롭히는 일이 된다”는 담화를 발표했다. 민족의식이라곤 티끌만큼도 없는 비굴하고 졸렬했다. 그는 학도병들에게 친일 강의와 조선 청년들의 입대를 권장하는 글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YMCA와 감리교의 친일화 작업도 주도했고, 광복 직전까지 일본 귀족원 의원을 지냈다.

그의 친일행각이 이런데도 그의 동상 아래에 새겨진 석판엔 그를 미화한 글로 가득 차있다. “민족의 좌표와 역사의 새 진로를 밝힌 탁월한 개척자와 선생의 뛰어난 애국정신과 고매한 성격은 우리 후학인의 거울이요 자랑”이라고 했다. 같은 사학재단에서 운영하는 연수구 B고교도 윤치호의 친일행각을 애국행위로 둔갑시킨 사진과 글로 학교 본관 입구를 장식했다. 사실(史實)의 의도적 왜곡이다. 상황이 이러니 교사들이 평소 사리 분별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거짓 역사를 가르쳤을 게 뻔하다. 일본이 한일 강제합병을 합리화하는 등 근·현대사를 제 입맛대로 왜곡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사들까지 윤치호의 친일행각을 왜곡 미화하니 학생들에게 끼칠 혼란과 악영향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학교 당국은 당장 동상을 철거하든지 거짓 사실을 바로잡아야 한다. 그것이 올바른 교육자의 양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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