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한국 피로감과 코리아 패싱

이옥남
이옥남
‘한국 피로감’은 워싱턴 정가에서 한일관계개선의 필요성과 일본 정부의 거듭된 사과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계속 일본에 사과를 요구하면서 문제를 복잡하게 만든다는 일종의 한국 책임론을 일컫는 말이다. 이에 더해 한국은 우방국이어야 할 일본과의 관계 개선보다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더 힘쓴다는 중국 편향적 외교에 반감을 나타낸 표현이다.

‘한국 피로감’은 한일관계에서의 남한 책임론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지속적으로 비정상적인 행태를 보여 온 것에 대해 국제사회가 대응할 수 있는 한계에 대한 무기력감을 나타낸 용어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한반도에 감도는 북한의 언어 및 무력 도발 수위와 미국의 반응이 심상찮다. 북한 전략군은 지난 10일 “8월 중순까지 괌도 포위 사격하는 방안을 최종 완성해 공화국 핵 무력의 총사령관 동지께 보고드리고 발사대기 태세에서 명령을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 관료들은 군사 옵션 장전 발언으로 대응했다. 행동에는 행동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예측이 어려운 양 정상의 스타일로 미루어 짐작건대 한반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짐작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한국 내 안보 위기만 고조되어 간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한반도 정세에서 주변 강대국들이 당사국인 한국을 자연스럽게 배제하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 현상에 대해 우리 정부는 진지하게 반추해 보아야 할 것이다. 최근 들어 정부는 북한의 지속적인 무력 도발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와 동떨어진 대북정책을 고수했다. 심지어 대북 유화책에 북한마저도 냉소적인 반응을 보여도 군사회담제의 등 일방적 대북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에 한반도를 둘러싼 주요국은 ‘코리아 패싱’ 현상을 만들어내며 운명의 당사자는 빠진 채 한반도 운명이 논의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당초 문재인 정부가 주장했던 ‘한반도 운전석론’은 ‘운전석은커녕 조수석에도 앉지 못하는 처지로 전락’해버린 현실에서 무의미한 수사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렇듯 ‘코리아 패싱’을 불러온 국제사회의 징후는 단기적으로 나타난 것이 아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관계에 있어 꽤 오랫동안 피로감을 야기한 한국과 북한에 의한 ‘한국 피로감’에 대한 국제사회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한국과 북한은 국제사회가 ‘한국 피로감’에서 벗어나게 해 정상적인 외교관계를 복원하도록 피로감을 떨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우선, 한국은 과거 정부의 ‘동북아 균형자론’이나 ‘운전석론’ 과 같이 현실을 제대로 읽지 못한 한국 역할론에서 벗어나 백척간두에 놓인 운명의 당사자로 돌아가야 한다. 또한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과 핵무기 보유가 북한을 ‘게임 체인저’로 변신시키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국제사회의 위험적 존재로 전락시킨다는 사실을 주지해야 할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는 당사자의 의지와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는 평범한 사실을 한국과 북한만 무시하는 듯하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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