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노무현 그리고 문재인 ‘3기 민주정부’ 햇볕정책 결정체
베를린 선언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추구했던 햇볕정책과 포용정책의 맥을 잇고 있어 관심을 끌었다. 문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의 골자는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고 북한 정권의 붕괴를 바라지도 강제하지도 않겠다는 것이다. 이어 남북정상회담을 희망한다고도 했다.
이 가운데 통일과 관련해서는 흡수통일을 추진하지 않고 인위적인 통일을 추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문대통령은 그러면서 한반도에 신 경제지도를 그리겠다고 강조했다.
남북경제공동체 구상에 대한 제안이다. 이에 따라 본보는 남북경제공동체의 한 축을 이루는 인천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개성공단~해주를 잇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에 대한 정부의 구상과 통일정책, 그리고 복잡하게 얽힌 문제들을 짚어보고자 한다.
■ 노무현 전 대통령 ‘10·4남북공동선언’서 청사진 밝혀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 2007년 10·4남북공동선언을 발표했다. 10·4공동선언의 핵심은 남과 북은 해주지역과 주변해역을 포괄하는 서해평화협력지대(이하 서해지대)를 설치하고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 설정, 경제특구건설과 해주항 활용, 민간선박의 해주직항로 통과, 한강하구 공동이용 등이다. 이 같은 경제적 현안에 대한 합의에 따라 이 지역에서 공동어로를 하게 되면 남북한 어선들은 NLL의 구속을 받지 않게 된다.
당시 북한이 내세웠던 경제특구로는 나진선봉무역지대와 신의주특구, 개성공업지구 등이었다. 하지만 서해지대는 그 영역이 서쪽의 장산곶에서 동쪽의 한강(임진강)하구에 이르는 황해도 남부해역 전체를 포함하며 해주시와 개성시를 포함하고 있다. 북한의 영역에 한정돼 지정됐던 특구의 개념이 확대 적용된 것이다.
백령도 등 서해5도가 서해지대에 포함되면 서해지대는 남북한이 각각 관리하던 지역을 공동으로 협력하는 지역이 된다. 서해지대의 중요한 의미다. 서해지대는 ‘평화’와 ‘협력’을 바탕으로 한다. 이는 군사력의 협의협상을 전제로 한다.
남과 북이 대치하는 것이 아니라 서해지대에 대한 공동관리를 요구하는 개념이다. 예컨대 서해지대 해역 경계근무를 남북한이 함께 수행한다든가 NLL부근 수역에서 불법어로행위를 하는 중국어선을 남북한 군함이 함께 단속하는 상황을 가정할 수 있다.
공동경비를 위해 상호 협력하는 관계가 되는 것이다. 이는 향후 통일조국의 국방문제를 해결하는 선례가 될 수도 있다. 서해를 전쟁의 바다가 아닌 평화협력지대로 바꿔 향후 통일을 대비한다는 것이 10·4공동성명의 골자로 볼 수 있다.
■ 서해 긴장 완화… 지역·국가발전 ‘평화 트라이앵글’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제시한 인천에 대한 공약은 서해지대 조성이다. 인천은 제1·2연평해전을 비롯해 연평도 포격사건이 일어난 곳이다. 남북간의 군사적 긴장감이 상존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인천은 인천국제공항을 비롯해 항만과 3곳의 경제자유구역이 집중되면서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군사적 긴장감 탓에 인천시가 그동안 내세웠던 동북아시아의 중심도시로 뻗어나가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후보 당시 이러한 안보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서해지대 조성을 인천의 최대 공약으로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당선과 동시에 인천~개성~해주를 잇는 ‘황금의 평화 삼각축(Golden Peace Triangle)’을 중심으로 황해권 경제블록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개성공단과 강화교통평화산업단지를 경제교류협력권으로 설정한다는 구상이다. 북측의 노동력과 남측의 자본력, 기술력을 결합해 물류와 경공업, 제조업, 농업, 수산업을 특화한 복합단지로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한반도의 평화를 기반으로 남북대화와 교류를 진행하고 화해와 협력의 분위기를 조성할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더 나아가 개성공단 등 경제협력 사업을 재개해 경제통일의 기반을 구축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서해지대 조성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남한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노동력을 결합시켜 인천(금융 및 무역)~개성(중소기업 중심 부품 제조업), 해주(농·수산 가공업)를 잇는 황해권 경제벨트를 만들어야 한다.
이에 필요한 예산은 2조7천788억원으로 추산된다. 이에 대한 선결과제 중 가장 기본적인 인프라는 물론 도로다. 이 가운데 1단계 사업은 영종도와 강화도를 잇는 길이 14.6㎞(연륙교 포함) 도로 개설이다. 투입되는 사업비는 8천33억원 이다.
2단계 사업으로는 남북관계가 호전될 시기에 강화~개성을 잇는 길이 45.3㎞(사업비 1조323억원)의 도로 개설사업이다. 3단계 도로개설 사업은 강화 교동에서 해주까지 길이 52.5㎞(사업비 9천432억원)도로다.
이후 수도권에서 개성공단을 거쳐 평양과 남포~신의주를 연결하는 서해안 경협벨트를 건설한다는 구상도 내놓고 있다. 서해 공동어로수역과 평화수역 구축에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는 사업구상이다. 이러한 도로는 결국 제1외곽고속도로와 제2외곽고속도로에 이어져 수도권~개성공단~해주를 잇는 서해지대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다 현재 서해5도 생존과 평화를 위한 인천시민대책위원회는 서해안 경협벨트와 서해지대 추진으로 남북교류가 활성화하면 남북이 조업한 수산물을 바다 위에 바지선을 띄워 북한어선이 잡은 수산물과 우리 수산물을 함께 판매하는 해상 파시(시장)를 설치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해상 파시에서 거래되는 수산물을 서해5도~아라뱃길~한강을 통해 수도권으로 해상 직송하자는 것이 이들의 요구다. 박남춘 국회의원(인천 남동갑)은 “해상 파시는 10·4남북공동선언의 정신과 방식이 같아 동의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문 대통이 밝힌 신 베를린 선언이 무게중심을 잃고 있는 듯한 모양새다. “한반도 문제의 운전석에 앉겠다”는 문 대통령의 발표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발사로 묵살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지 않기를 바란다”며 “바로 지금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역설했지만 북한은 냉혹하게 돌아섰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즉각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사드) 체계 발사 4기의 임시 배치 결정을 내렸다.
이어 탄도미사일 사거리 800㎞에 탄두 중량 500㎏으로 제한된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에 나서겠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유엔 안보리 제재 등 국제사회의 단호한 대응과 북한 정권이 실감할 수 있는 한국만의 대북 독자제재를 검토하라고 관계자들에게 지시했다. 서해지대를 조성해 경제통일을 이뤄보겠다는 의지와는 다소 거리가 먼 듯하다.
특히 북한의 ICBM 발사 성공과 관련해서 중국의 태도 역시 변수다. 중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는 단순한 논평을 내고 있다. 반면, 남한의 사드 4기 배치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반대한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요구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애초부터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접근이 잘못됐다. 경제와 군사력의 패권을 다투는 두 나라에서 미국의 요청을 중국이 받아들일 리 없다”것이 통일 관련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 금지요구가 받아들여진다면 결국 중국의 이익 보다는 미국의 이익이 더 크다는 것이 중국의 판단이다. 중국이 미국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해 주는 대목이다.
이렇듯 외교문제와 남북한의 긴장이 최고조로 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접근에 대한 몇몇 시나리오가 등장하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에 대한 물리적 타격으로 북한을 붕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시나리오”라고 일축한다. 또 한편에서는 “세계를 핵무기의 위협으로 벗어나려는 북한 내 고위 장성들이나 정치 파벌이 김정은 정권을 무너뜨리는 것도 가능하다”는 시나리오도 제시한다.
앞서 서술했듯이 문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도적 차원의 지원과 경제협력은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 한축에 서해지대 조성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난제가 선결되지 않는 한 서해지대 조성은 갈 길이 멀다. 강력한 제재를 전제로 한 대화와 협력을 북한 측이 받아들이는가도 문제다.
정부 관계자는 “서해지대 조성사업 구상은 당장 실현시키자는 것이 아니다.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통해 서해지대를 조성해 북한과 경제통일을 이루고 평화를 유지해 나가자는 것”이라며 “서해지대의 무한 잠재력을 통해 남북이 공동생활을 이루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서해지대는 미래를 위해 국토와 해상의 밑그림을 그리고 개발계획을 세우는 것”이라며 “복잡하게 얽혀있는 국내외 정세 흐름을 면밀히 분석해 상황에 맞춰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이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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