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설명하면 20세기 후반 제3차 산업혁명이 컴퓨터와 인터넷 기반 지식정보 혁명이었다면 4차 산업혁명은 AI와 빅데이터로 불리는 지능정보기술이 더해진거라 보면 된다. 사람이 하던 일을 기계가 대신할 수 있어서 혹자는 향후 5년 뒤 510만개의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는 암울한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소득 양극화가 현재보다 극심해질 것도 분명하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노동의 개념이다. 그동안 노동이라는 개념에 있어 사람은 늘 노동력으로만 이해됐고 생산성이 낮은 사람은 높은 사람으로 쉽게 대체할 수 있다는 그릇된 생각들이 있었다. 사람이 갖는 가치를 적어도 노동에 있어선 필요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사람은 맨파워, 휴먼리소스라는 개념으로 이해됐고 한 개인이 갖는 생산성과 지식수준이 그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었다.
하지만 기반산업 발전과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누구나 평준한 노동력을 갖게 되었다. 앞으로의 시대는 갖고 있는 정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더 많은 성과를 창출하게 되는 노동 패러다임이 변화할 것이다. 그리고 그 성과가 생산성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친 문화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적십자는 사람의 가치에 주목해 불가항력적 환경에 의해 가장 낮고 위급한 사람을 도와 고유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인도주의 활동을 구현, 발전시켜 왔다. 그중에 가장 두드러지는 봉사와 나눔은 한 단체의 지향점이 아닌 자연스럽게 모인 사람들의 가치가 사회로 환원되는 것이었다. 얼마 전 인천에 갑작스레 내린 폭우로 저지대에 살고 있는 시민들은 한순간 이재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좁은 골목에 널브러진 가구와 옷가지는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정리할 수 없어 보였다.
누군가 빠르게 SNS를 통해 상황을 전파하였고 온라인상엔 걱정과 안타까움이 일어났다. 40~50대 여성 봉사자들이 하나둘 모여 수해 현장에서 흙탕물로 범벅된 장판을 닦았고 더러운 물에 젖어버린 옷가지를 발로 밟아 빨래를 했다. 그렇게 자발적 수해복구 봉사로 이어지는 모습을 봤다. 그리고 또 하나 나눔문화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온 한 팬클럽이 있다.
바로 강다니엘 팬클럽이다. 모 프로그램 방영기간에 광고수익금 기부라든가 동물보호단체 후원금 기부, 위안부 할머니를 돕는 ‘나눔의 집’과 ‘밀알복지재단’에 기부했다. 그동안 팬클럽 기부는 간혹 있었지만 주기적으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곳을 정확히 집어내 기부하는 모습은 신선했다. 정보를 잘 정리해 활용하는 듯 보였다.
아직 민간복지분야는 정보를 수집하고 활용하고 빅데이터를 이용해 판단하는 이러한 변화에 늦고 있다. 최근 개인이 행하는 나눔과 봉사의 변화는 시사점이 많다. 더 늦기 전에 시민의 삶이 더 윤택해질도록 민간복지분야도 함께 준비해 나가자.
황규철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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