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만점, 경기도 전통시장을 가다] 5.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성남중앙시장’

점포마다 “친절하게 더 싸게”… 장바구니 가득 ‘넘치는 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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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이야기나, 문화공연 행사로 시선을 끌지 않아도 고장의 숨결과 추억을 담은 전통시장이 있다. 지역주민과 상인들과의 하루가 묻어나는 우리 동네 전통시장이다. 성남 수정구 태평3동 구도심에 있는 성남중앙시장은 전통시장의 ‘전통’을 그대로 간직한 곳이다. 

골목길같이 좁은 길이 미로처럼 얽혀 있어 구석구석 숨겨진 가게를 찾는 재미가 있다. 수십 년간 지역주민과 함께한 기쁨과 연이은 화재의 아픔, 역경을 딛고 일어난 상인들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은 성남중앙시장은 우리네 삶과 같다.

 

■ 47년 역사… 시민들과 ‘동고동락’

이른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린 11일 오후, 성남중앙시장에는 무더위에도 장을 보러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시장 입구부터 입맛을 돌게 하는 도넛, 순대, 떡볶이, 냉면 등 먹을거리가 즐비했다.

각종 분식과 정갈하게 정돈된 싱싱한 농산물이 눈길을 끌었다. 시장 안은 손님과 상인들의 정겨운 이야기가 오갔다.

 

이곳은 지난 1973년 성남시가 출범하기도 전인 1970년께 자연발생적으로 생긴 시장이다. 시의 역사보다 더 오랜 세월 이야기를 지녔다. 이곳은 성남시민에게 친구이면서 아픈 손가락이자, 오뚝이와 같은 존재다.

 

175개 점포에서 350여 명의 상인들이 생계를 이어가던 이곳은 지난 2002년과 2006년 두 차례에 걸쳐 화재가 발생하는 아픔을 겪었다. 5개 동 중 2개 동이 완전히 소실되고 1개 시설이 위험시설로 판단돼 철거됐다. 현재는 마동에서만 점포 60여 곳이 운영하고 있다.

환경 변화로 인한 아픔도 있었다. 중앙시장을 비롯한 성남시 수정구 태평역부터 숯골사거리까지 30만 5천㎡에 이르는 일대에는 3개 시장과 각종 상점가 등 2천여 곳의 점포가 밀접해 지역문화를 형성했지만 2009년 시청사 이전, 2010년 대형마트 입점 등으로 어려움이 더해졌다.

 

다사다난(多事多難)한 이야기를 간직한 성남중앙시장이지만, 이곳의 상인들은 한 번도 포기한 적이 없다. 시장은 여전히 활기가 넘치고, 꿋꿋하다. 상인회를 비롯한 시장 상인들이 끊임없이 시장 활성화를 위해 힘을 쏟았다. 그 결과 여전히 지역민이 많이 찾는 시장, 명품 점포가 있는 시장으로 거듭났다.

성남중앙시장 재건축 조감도.
성남중앙시장 재건축 조감도.
■ 소비자와 소통의 장… 자생력 ‘UP’

구도심이라는 위치의 한계, 잇따른 화재로 복구가 안 된 시장. 성남중앙시장 상인들과 상인회는 스스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변화에 매진했다. 성남시에서 시장 활성화를 위해 만든 상인대학에 모든 상인들이 참여했다. 상인들은 모두 2008년 상인대학 제1회 졸업생으로 이름을 남겼고, 대학원과 각종 아카데미 교육, 선진시장 견학 등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 결과 중앙시장에는 핵 점포가 탄생했다. 경기도 뿐만 아니라 전국에서도 인정받는 명품 점포로 거듭난 강원반찬, 자매전집, 청년창업몰 연희데코 등이 입소문을 탄 것. 2008년 시장경영지원센터에서 주관한 천국 최대 우수점포에 3개 점포, 2014년 경기도 명품점포 1호점 선정(강원반찬), 성남시 모범점포 선정(강원반찬, 오복상회) 등의 명예를 얻었다.

 

싱싱한 농산물도 빼놓을 수 없다. 농산물 판매 업체의 대부분이 인근 지역 농민과 직거래한다. 10분 거리의 텃밭에서 실시간 수확, 수송 판매까지 일원화한 시스템으로 지역 농산물을 소비하고, 싱싱한 상품을 지역주민에게 공급한다. 각종 맛집, 농축산물, 생활 소품, 의류 등 없는 게 없다. 현재 운영 중인 점포 수는 기존의 3분의 1수준이지만, ‘있어야 할 건 다 있고 없는 건 없는’ 시장이다.

 

구도심에 있는 시장이지만, 그 어느 시장보다 젊은 시장이다. 2~3세대의 후계자가 이어받은 가업승계 점포가 70%에 달할 만큼 점포와 시장에 대한 상인들의 자부심이 크다.

 

지역주민과의 소통에도 끊임없이 나선다. 시장 내 점포인 강원반찬은 지역주민을 위해 기부, 반찬 제공 등을 하며 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중앙시장 여성회 역시 지역을 위해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함께 한다. 오랫동안 지역주민에게 함께하는 시장으로 사랑받아 온 이유 중 하나다.

 

■ 오는 10월 재건축 첫삽 ‘시설 현대화’

성남중앙시장은 오는 10월께 재건축에 들어간다. 성남시 수정구 태평동 3681 등 시유지 3천519.4㎡에 지하 1층~지상 7층 규모의 현대식 건물을 지어 점포와 창고·주차장 등을 마련할 예정이다.

20여 개월의 재건축 공사가 끝나면, 성남중앙시장은 공설시장으로 주차 공간 440대를 보유해 성남시에서 가장 많은 주차장을 확보한 전통시장이 된다. 또 점포 176개, 각종 편의시설, 창고, 냉동시설 등 복합 기능을 갖춘 공설시장으로 거듭난다.

 

철거한 자리에 단층 짜리 임시 시장이 생겨 이곳에서 상인들이 당분간 장사를 이어간다. 무엇보다 그동안 중앙시장이 당연하게 여겨온 가치, 지역주민에게 사랑받고 베푸는 시장은 고스란히 이어나갈 계획이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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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신인섭 성남중앙시장 상인회장

“스스로 변화가 발전 원동력 재건축 마치면 쾌적한 쇼핑”

성남중앙시장에서 20여 년째 상인 회장을 역임한 신인섭 회장(64)은 그의 인생 중반기부터 상권 살리기에 온 힘을 쏟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남중앙시장을 비롯해 성남 구도심 상권을 살리는 데 역할을 했다. 상인의 힘은 자생력과 교육에 있다고 생각해 상인회를 통한 교육에도 집중하고 있다. 

 

연이은 화재와 상권 침체로 상인들이 수없이 어려움에 빠졌을 때도 신 회장은 상인들을 독려하며 오히려 상인 경쟁력 강화에 주력했다. 신 회장은 “과거에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지만, 요즘엔 세상이 바뀌었지 않았느냐”며 “정부에서 시장에 많은 지원을 해줘도 한계가 있다.

시장 스스로 변화를 이끌어가고 소비자들을 위한 남다른 서비스로 차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과 상인들의 자구노력 없인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실제 성남중앙시장의 힘은 경쟁력 있는 점포, 상인들에게 나온다. 

 

그는 “성남중앙시장의 소비자는 지역 주민인데, 좋은 상품과 좋은 가격으로 제공하는 게 우리가 할 역할이자 의무”라며 “지역주민들과 앞으로도 꾸준히 소통하고, 지역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함께 성장해나가는 시장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20여 년째 상인회를 이끌어오면서 때론 지칠 법도 하지만, 앞으로의 계획을 털어놓는 그의 눈에서는 자신감이 비쳤다. 중앙시장의 가치를 외부에 적극적으로 알릴 뿐만 아니라 재건축이 진행되고 난 이후 상인회는 점포 운영, 관리, 경영 등에 대해 집중 교육을 할 예정이다. 

 

신 회장은 “20개월 뒤 새로운 건물에서 중앙시장이 다시 시작하는데, 고객들에게 더욱 편리하고 깨끗하고 쾌적한 쇼핑환경을 제공할 것”이라며 “더 나은 모습으로 돌아올 성남중앙시장의 모습을 기다려 달라. 재건축이 마무리될 때까지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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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화자 강원반찬 대표.
성남중앙시장, 골목골목 이야기 따라가기!

맛집·반찬집 즐비… 백문이 불여일食

오는 10월께 재건축에 들어가는 성남중앙시장은 현재 주차공간이 아쉽다. 도로 3차선에 24대를 댈 수 있다. 하지만, 1시간 무료인데다 회전율도 좋아 쉽게 주차할 수 있다. 태평역(분당선) 2번 출구를 나오면 도보로 5분 거리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편리하다. 

 

화려하진 않지만, 골목골목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우선, 필요한 장을 봤다면 맛집에 들러보자. 시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포장마차 형태의 수미분식을 찾을 수 있다. 유명 맛집 프로그램에 여러 번 나온 집이다. 분식이라지만 닭곰탕, 육개장, 선지해장국 등 한식을 파는 반전 있는 집. 포장마차 같은 색다른 공간에서 저렴한 가격에 시장의 넉넉한 인심을 느낄 수 있다. 맛도 훌륭하다. 

 

수미분식에서 나오면 바로 건너편, 자매전집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각종 전을 파는 이곳 역시 맛집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한 이름난 점포다. 어머니의 손맛을 세 자매가 물려받아 가게를 운영한다. 명절엔 줄 100m가 넘는 줄을 서야 할 만큼 인기있는 곳이다. 

 

명품 점포로 소문난 반찬집, 바로 강원반찬이다. 이곳은 성남중앙시장의 브랜드를 널리 알린 효자 점포이기도 하다. 백화점의 반찬 코너를 방불케 할 만큼 깨끗한 진열, 눈을 사로잡는 수백 여가 지의 반찬이 즐비하다. 맛은 물론 소비자들을 위한 남다른 경영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현재 시장 내에만 3개의 점포를 냈다. 직원들까지 상인대학을 수료하게 할 만큼, 고객 서비스 정신이 남다르다. 

 

시장의 바깥쪽을 돌면, 맞춤 페브릭 전문점인 연희데코가 보인다. 이곳은 할머니와 어머니, 딸까지 3대째 가업승계를 하는 점포다. 할머니에서 어머니까지 전수된 세월의 솜씨와 김도희 대표(25)의 젊은 감각이 더해져 감각적인 디자인과 감성을 풍긴다. 

김도희 연희데코 대표 모녀.
김도희 연희데코 대표 모녀.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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