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불교에 입문하려는 사람은 과거에 어떤 행동을 저질렀는지 관계없이 불자가 될 수 있다. 큰 잘못을 저질렀다 하더라도 계율을 지키겠다는 약속만 하면 불자가 될 수 있다. 그러니까 불교에서는 입문의식 이전보다 그 후에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하다.
재가신도가 되기 위해 받아야 하는 계율에는 다섯 가지가 있다. 첫째 살아 있는 목숨을 죽이지 말라. 둘째 남이 주지 않은 물건을 취하지 말라. 셋째 올바르지 않은 성생활을 하지 말라. 넷째 거짓말을 하지 말라. 다섯째 술 등 중독성이 있는 물질을 취하지 말라.
일반적으로 ‘계’라는 단어가 ‘금계’를 의미하기 때문에 매우 엄격하고 강제적인 느낌을 주지만 위의 계목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듯이 일반인도 지킬 수 있는 보편적인 윤리적 준칙이다. 아니, 대부분 오늘날 법률로서 금지된 행위이다. 다섯 가지 계율 중 다섯 번째 술 마시지 말라는 조항은 그 중에서도 종교적인 금계처럼 보이지만, 이 역시 상식적인 판단에 근거한 것이다.
다시 말해 술이나 중독성 물질을 먹거나 마시지 말라고 하는 것은 그 자체가 죄가 되기 때문이 아니라 그 때문에 실수로 다른 잘못을 행하기 쉽기 때문에 금하는 것이다. 술을 마시면 과실로 일어날 사고의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음주운전을 금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법규와 다른 점도 있다. 예를 들어, ‘남이 주지 않은 것을 취하지 말라’는 계목을 살펴보면, 그것은 남의 물건을 훔치는 도둑질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 주지 않는 것을 가져가는 행위도 금한다. 따라서 이 계목을 지키려면 우리의 행동과 마음가짐에 대해 더 깊이 마음을 써야만 한다.
공용화장실 휴지를 함부로 쓰거나 심지어 집으로 가져가면서, 공원에 핀 꽃이나 화초를 파가면서, 또 금액이 크지 않다고 다른 사람 물건을 허락도 받지 않고 가져가면서 모두 “나 하나쯤 어떠랴”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행하지만, 불교계율에 비추어보면 주지 않은 물건을 취하는 범계행위이다.
최근 대중사우나 시설에서 준 수건을 가지고 가거나 식당이나 찻집에서 식기나 도구, 냅킨 등 크고 작은 물건을 집어가고 PC방에서 마우스, 헤드셋 등을 슬쩍 가져가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한두 사람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그렇게 하다 보니 소상공인이 입게 되는 피해도 막대하다. 이런 행동은 상식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한 행동일 뿐 아니라 범법행위이다.
다른 사람에게 주는 피해는 아랑곳하지 않고 나만 편하고 보자는 이기심이 우리 사회를 더 살기 어려운 곳으로 만들고 있다. 종교를 믿는 사람은 많지만 사회가 더 황폐화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그들 중 불자는 없었을까? 오계를 받은 불자라면 남에게 베풀고 내 것을 나누어주지는 못할망정 남이 주지 않은 물건을 가져가는 무례한 행동을 저지르지 말자. 계율은 받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를 통해 너와 내가 모두 이익이 되는 사회를 만들어가야겠다.
명법 스님 은유와마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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