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정귀유항(政貴有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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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은 그 연속성이 유지되어야 한다. 지도부가 바뀌었다고 하루아침에 정책전반을 뒤엎어서는 안 된다.”

위 말은 지난 2012년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언급한 것이다.

 

중앙, 지방할 것 없이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제로베이스(zero-base : 백지상태로 되돌려 결정) 정책으로 이전 정부의 흔적을 지우기에 바쁘다. 나아가 마치 전에 한 정책은 대부분 잘못된 것처럼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하기도 한다.

 

무릇 모든 공직자는 역사 속에 잠시 관직에 머무는 것이니, 일을 할 때는 과감하게 추진하면서도 큰 틀에서의 연속성을 신중히 고려해야만 한다. 그런 이유로 선출직 공직자(정치인) 개인의 실적을 위해 마음대로 다른 정책을 추진해서는 안 되고 실적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합리성과 실용성을 겸비해야만 한다.

 

인천에서도 이전 시정부에서 인천관광공사 협력사업으로 ‘인천국제의료재단’을 설립해 운영했다. 의료재단은 IPA, 나은병원 등과 함께 2013년 1월에는 인천항국제여객터미널에 입국하는 중국인 등을 대상으로 무료간암검사(1일 40명)를 실시했다.

 

인천만의 독특한 시스템으로 다른 지역의 관련단체로부터 부러움을 사고, 현실적으로도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정부가 바뀌면서 인천국제의료재단의 기능이 인천관광공사로 통폐합되었으나 그 후 역할이 크게 줄어들었다.

 

중국과 인문유대를 통한 지방외교를 담당하던 ‘인천국제교류재단’도 시정부가 바뀌면서 거의 그 기능이 폐지되었다. 그 기관을 지휘하는 리더의 잘못이 기관의 존폐로까지 연결된 것이다. 기관을 폐지하거나 통합할 때는 그런 이유로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동안 엄청난 예산을 들여 얻은 경험이 거품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위 양 기관과 파트너 역할을 하던 중국기관들은 하루아침에 파트너가 없어지는 황당한 일을 당했다고 말했다. 중국인들은 한국과 교류할 때 자신들의 사정을 진심으로 알아주는 ‘신뢰있는 합작파트너’를 찾는 일이 매우 어렵다고 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위의 사례처럼 제도나 기관이 정부가 바뀔 때마다 통폐합이 반복돼, 처음부터 다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주도(공공주도)의 통폐합보다는 사업의 연속성을 도모할 수 있는 공식적인 민간협력단체의 육성이 필요할 수 있다.

 

중국정부는 민관이 함께 가는 기조를 유지하는 정책을 한중수교이래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인천대를 비롯하여 민간에 들어와있는 공자학원의 운영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정부의 일이든 개인사든 옳고 그른 것으로만 구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동양문화는 원래 옳은 일에 틀린 것이 있고, 틀린 일에도 나름대로 옳은 것이 있어서 그 양극단을 조절하는 제3지대가 존재하고 있기에 큰일도 원만한 조정으로 끝난다.

 

한중관계가 25주년을 맞이하고 있으니 이런 화해문화를 잘 활용하여 연례행사처럼 이전 정부의 정책을 변경하는 행위는 중단돼야 한다. 과거정부의 장단점을 잘 파악하여 국익을 최우선으로 계승할 것은 계승하고, 폐기할 것은 폐기해야 할 것이다.

 

이정학 한·중경제문화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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