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고교생들의 학습 선택권 침해 논란이 또 일고 있다. 상당수 고교에서 정규 교육과정이 아닌 보충수업 성격의 방과후 학교나 야간자율학습 등을 학생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반강제적으로 시키고 있어 학생·학부모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행 교육 관련법은 어디에도 방과후 학교나 야간자율학습과 0교시 수업(아침 정규수업 전의 새벽 자율학습) 등 정규 교육과정 외의 학습에 대해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강제할 수 있는 규정은 없다.
그럼에도 일선 학교의 현실은 다르다. 정규 교육과정과 별도의 보충수업이 자율이란 이름으로 학교마다 경쟁적으로 이뤄지면서 갖가지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특히 0교시 수업은 아침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새벽 등교를 해야 하기 때문에 학생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이 심각하다. 아침 일찍 등교한 학생 상당수가 책상에 엎드려 잠자기 일쑤고, 이후 정규 수업까지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게 현장 교사들의 지적이었다.
이 같은 부작용을 불식시키기 위해 2011년 전국 최초로 마련된 게 ‘인천광역시 학생의 정규 교육과정 외 학습 선택권 보장에 관한 조례’다. 조례의 핵심은 0교시 수업·방과후 학교·야간자율학습 등 정규 교육과정 외의 모든 학습에 대해 학부모와 학생에게 자율적 선택권을 부여하는 거다. 학부모와 학생은 정규 교육과정 외의 학습에 대한 자율적 선택권을 갖고, 학교는 학생에게 어떤 방법으로든 야간자율학습 등 보충수업을 강제해선 안 된다. 또 학생 학부모의 자율적 선택 여부에 따른 불이익이나 반사이익을 줘서도 안 된다.
그러나 이 같은 학습 선택권 조례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학교에선 여전히 성적과 학력 향상을 구실 삼아 반강제적인 야간자율학습 등 보충수업을 강행하고 있다. 인천시교육청의 ‘2017 학습 선택권 정기 실태조사’를 보면 일반고와 자율고·특목고 학생과 학부모의 6.9%가 자기주도적 학습(보충수업)에 참여할 때 선택권이 없다고 응답했다. 이들의 8.7%는 방과후 학교나 야간자율학습을 학교가 강제적으로 요구했다고 답했다.
학생들이 야간자율학습 등에 강제적으로 참여한 이유는 학습에 뒤처지거나 학교의 부정적인 낙인 우려(34·3%)를 꼽았다. 또 학교생활기록부 행동특성 등 종합의견 등에 부정적 기록(20.6%)과 내신 성적에 불이익 초래 우려(10.4%)가 뒤를 이었다. 말이 좋아 자율이지 학생 학부모가 이런저런 압박감에 눌려 마지못해 보충수업에 참여했다는 뜻이다. 학습 선택권 조례는 학생들이 방과 후까지 학교에 갇혀 획일적인 대입 공부만 할 게 아니라 진로 탐색 등 다양한 학문을 배울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일 거다. 그렇다면 일선 학교는 이제라도 조례 제정 취지를 살릴 수 있게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학습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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