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교육청이 자신만만하게 도입한 개방형 감사관제가 유명무실하다. 개방형 감사관제는 종전 내부 직원이 순환보직으로 담당해온 자체적 감사 운영체계의 허점과 부작용을 제거하기 위해 도입한 거다. 감사관을 공모, 외부 인사를 임용해 교육감이나 내부 직원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공정 무사한 감사 업무를 소신껏 수행하도록 독립성을 보장한 것이다.
그런데 민선 1기 나근형 전 교육감 때부터 이청연 교육감에 이르기까지 단 한명의 외부 인사가 개방형 감사관에 임용됐을 뿐이다.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해온 개방형 감사관 제 취지가 무색하다. 공교롭게도 나 전 교육감은 임기 중 뇌물수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가 퇴임 후 열린 공판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 받았다. 이 교육감은 선거 때 경쟁자였던 나 전 교육감의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청렴한 이미지를 내세워 당선됐지만 그도 당선 2년6개월 만에 뇌물수수 등 혐의로 1심 법원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종전 자체적 감사 운영체계는 감사기구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아 업무 수행이 형식적일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감사 담당자는 1~2년이면 다른 부서로 이동하기 때문에 전문성도 부족했다. 뿐만 아니라 내부 문제점을 지적하면 동료들에게 오히려 눈총을 받게 돼 업무도 소극적이다. 감사 담당자에 대한 인센티브도 없다. 이들에게 주어졌던 인사 우대제도가 없어진 후 감사직이 기피 부서로 되고 있다. 이 같은 구조적인 한계 때문에 직원들의 부정이나 비리 적발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부각된 게 개방형 감사관 임용 제도다. 효율적인 비리 예방과 단속을 강화하기 위한 방책이다.
그럼에도 나 전 교육감 임기 4년 동안 시교육청 내부 직원인 홍순석 전 감사관이 두 번에 걸친 개방형 감사관 공모에 응모, 변호사 등 전문직 후보들을 물리치고 개방형 감사관에 임용됐다. 그리고 2년 임기의 감사관직을 연임했다. 당시 홍 전 감사관은 명색이 좋아 개방형 감사관이지 실속이 없다는 비판과 함께 신뢰감도 떨어졌다. 그래서 교육계의 각종 비위 내용이 담긴 투서가 시교육청 감사관실이 아닌 시의회에 쇄도하기도 했다.
‘청렴 인천교육’의 기치를 내걸고 취임한 이 교육감도 개방형 감사관 공모를 통해 배진교 전 남동구청장을 임용했으나 배 감사관이 지난해 4·13 총선 출마를 이유로 중도 사퇴했다. 그의 후임으로 이미옥 전 인천북부교육지원청 행정지원국장이 개방형 감사관에 임용됐지만 그 역시 내부 인사다. 결국 7년 동안 단 한명의 외부 인사(배진교)가 개방형 감사관에 임용된 셈이다. 상황이 이러니 감사 업무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 교육자치의 본질은 자율성이다. 거기엔 반드시 책임도 따라야 한다. 교육자치 살림의 잘잘못을 따지고 감시할 기구의 효율적인 운영체계 강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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