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 쉼표찾기] 인두화로 그리는 나만의 작품

열정 태워 새긴 예술… 오롯이 작품에만 몰두 큰 매력이죠

▲ 지난 12일 이건희인두화창작소에서 수강생들이 인두화를 그리고 있다 (1)
▲ 지난 12일 이건희인두화창작소에서 수강생들이 인두화를 그리고 있다
“향기로운 나무 냄새를 맡으면서 내 작품을 만드는 데 오롯이 몰두할 수 있어 매력적이에요.”

 

취미로 인두화를 그리는 지정아씨(37)의 말이다.

인두화는 펜형 전기인두기로 나무, 한지, 가죽, 천 등을 태워 그림과 글을 표현하는 독특한 장르다. 회화 작품부터 열쇠고리, 마그넷, 보관함 등 생활소품에 두루두루 적용할 수 있다.

 

인두화를 취미로 할 수 있는 현장을 찾았다. 지난 12일 수원 이건희인두화창작소에서는 10여 명의 수강생이 전기인두로 나무로 만든 트레이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수강생들은 먼저 나무판에 먹지를 대고 선생님이 나눠준 도안대로 밑그림을 그렸다. 이어 전기 인두로 밑그림 선을 따라 나무를 지지기 시작했다. 이날 그린 그림은 독창적인 건축 형태와 효율적인 재료 사용으로 역사·학술 가치를 인정받아 보물로 지정된 수원화성 서북공심돈. 서북공심돈은 적의 동향을 살피고, 공격도 할 수 있는 시설로 조선시대 최초로 지어진 것이라 의미 깊다.

 

회원들은 수원 화성과 함께 나무같은 주위 풍경을 그려나갔다. 보통 회화에서는 물감으로 색과 명암을 표현하지만 인두화에서는 전기 인두기의 온도와 머무르는 시간이 명암 표현을 좌우한다.

한 번 그린 것은 고칠 수 없어 신중함이 필요하다. 그래서 전기 인두기를 얼마나 능숙하게 사용하는지가 작품의 수준을 결정한다. 나무마다 타는 향기가 달라지는 것처럼 같은 도안이라도 사람에 따라 작품이 제각각 다르게 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이날로 5번째 강좌에 참여한 이준규씨(56)는 “몇 번 하다보니 이제는 하고 싶은 도안을 찾아서 하게 되고, 옹이같은 나무의 타고난 모양을 작품에 이용하기도 한다”며 “딸들을 위해 인두화로 별자리를 그려 목걸이를 만들어주려고 한다”고 웃어 보였다.

 

수강생들은 지난 6~12일 행궁길갤러리에서 열린 단체전 ‘이건희인두화49회원전, 수원화성이 좋다’에 참여하기도 했다. 취미로 인두화를 시작해 자신의 작품을 사람들에게 선보이는 전시회까지 열게 된 것이다.

 

이건희 인두화 작가는 “인두화 체험 프로그램과 취미강좌는 열 때마다 늘 반응이 좋다”며 “자신만의 작품이 완성돼 가는 걸 보며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인두화의 매력”이라고 강조했다.

▲ 지난 12일 이건희인두화창작소에서 수강생들이 인두화를 그리고 있다 (2)
▲ 이건희인두화창작소에서 수강생들이 인두화를 그리고 있다.

손의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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