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교육청이 공직사회 부패방지를 위해 마련한 ‘범죄고발지침’이 구호만 요란한 채 겉돌고 있다. 시교육청은 지난 2014년 9월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받으면 ‘금액에 관계없이’ 무조건 형사고발하는 내용의 범죄고발지침을 개정했다. 이른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로도 불린 이 지침은 이듬해 9월 고발기준을 금품 및 향응수수의 경우로 강화했다.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는 선거 당시 이청연 교육감의 핵심 공약이다. 하지만 아이로니컬하게도 이 교육감 자신이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지난 2월 1심 법원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돼 그가 그토록 강조한 지침 자체가 크게 훼손됐다. 그의 위선적 행실에 시민들이 분노했다. 개정된 지침 내용은 대체적으로 나무랄 데가 없었다. 구조화된 교직사회의 부패문화를 개선하고 투명사회를 만들기 위한 내용과 의지가 담겨 있다. 지침이 잘 만 운영된다면 교직사회의 청렴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거라고 평가됐다.
그래서 시교육청도 지침 개정 당시 “공직자가 ‘소액’이라도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받은 사실이 확인되면 내부 징계는 물론, 의무적으로 형사고발하도록 했다”며 언론 등에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사실은 달랐다. 100만 원 미만 소액 수수의 경우 실효성을 고려해 고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단서조항이 있었던 거다.
범죄고발지침을 보면 “이 지침에도 불구하고 범죄사실의 고발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 100만 원 미만의 소액인 경우엔 고발의 실효성을 고려해 감사처분심의회의 결정으로 고발하지 않을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공직자 비리에 대해선 ‘금액에 관계없이’ 무관용 원칙을 철저히 이행하겠다던 외침과 홍보가 거짓이었던 거다. 실례로 지난 5월 계약직 교직원으로부터 13만 원 상당의 선물을 받고, 회식비 일부 (69만 여원)를 속칭 카드깡 한 사실이 밝혀진 한 초등학교 교장을 고발의 실효성 핑계를 들어 형사고발 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교직사회 일각에서 비판의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시교육청의 범죄고발지침은 부패문화 극복을 위한 교직사회의 약속이다. 우리는 과거 역대 정권마다 기관별로 비리방지를 위한 행동 강령 등과 같은 비슷한 이름을 만들어 온 걸 봐왔다. 정권이 바뀌고 사회가 변할 때마다 이름을 바꿔가며 비리 근절책을 마련해왔지만 공직사회 정의가 바로 서기는커녕 오히려 부정과 부패구조는 고쳐지지 않았다. 이렇게 된 건 그동안의 비리 근절책이 구호만 외치는 형식에 흘렀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가권익위원회가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 결과 인천시교육청이 종합청렴도 4등급으로, 전국 시·도 교육청 중 하위권에 처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본다. 실효적인 부패방지 보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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