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한류 활용한 해외동반진출을 다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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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12세기말 프랑스의 속담집에 실린 문구를 영국의 작가 존 헤이우드(1497~1580)가 재편찬해 유명하게 된 격언이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1563년 케임브리지대학에서 대기만성을 강조하기 위해 이 문구를 인용하면서 세계적으로 더욱 널리 알려지게 됐다. 이처럼 유명한 격언도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1900년 6월 파리 에펠탑 광장에서는 엑스포가 열렸다. 이 행사를 기념해 알렉산더 3세 다리, 그랑 팔레, 쁘티 팔레, 오르세역(현재 오르세 미술관), 리옹역 등과 같은 명품건축물이 만들어졌다. 놀랍게 대한제국은 이 엑스포에 참여해 ‘조선관(Pavillon Coren)’을 짓고 갓, 모시, 돗자리, 부채, 도자기, 가마 등을 전시한 기록이 프랑스 신문에 남아 있다. 이렇게 일찍부터 한류를 전파하기 위해 세계적인 행사에 참여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의 국력과 인식이 부족하여 단발성 행사로 끝남에 따라 우리 문화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상실하고 말았다. 오히려 우리는 ‘조용한 아침의 나라’라거나 ‘은둔의 나라’로만 알려지게 돼 문화수출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대단히 아쉬운 장면이다.

 

지난 19~22일 일본 지바현의 마쿠하리 메세에서는 케이콘(KCON)행사가 열렸다. 중소기업청이 주최하고 협력재단과 CJ E&M이 주관하는 행사로 금년 들어 4년째로 접어드는 행사이다. ‘콘텐츠(Contents)’를 기반으로 ‘콘서트(Concert)’와 ‘컨벤션(Convention)’을 융·복합해 한국 문화에 대한 종합적인 체험을 제공한다는 뜻을 담고 있는 KCON은 최근 한류확산의 구심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번 행사의 일환으로 준비된 한류 아이돌 공연은 최저 입장료가 13만원을 넘는데도 불구하고 나흘 동안 10만개 좌석매진이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특히 주말에는 3시간이라는 긴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한국어로 노래를 부르고 아이돌의 춤을 똑같이 흉내내는 등 엄청난 열기를 보여줬다. 최근 한일관계가 미묘한 긴장이 흐른다고 하지만 한류공연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이번 KCON행사에는 약 5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간 것으로 최종 집계돼 일본에서 한류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KCON은 대·중소기업 해외동반진출을 위한 대표적인 행사로서 일본, 미국뿐만 아니라 새로운 지역으로 진출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이번 지바현 행사에는 중소기업 52개 사가 참여해 수출상담회, 전시장 현장 판매 등이 이뤄졌다. 수출상담회에서는 일본 유통 바이어 120개 사가 참여해 294건의 상담이 진행됐고 콘서트 관람객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시판매에서도 성과를 거둬 완판업체는 7개 사에 이른다.

또한, 금년부터는 중소기업 제품 홍보 스튜디오(K-STUDIO)를 설치하여 현지 온라인 크리에이터와 한류스타가 중기제품 소개영상을 현장에서 제작하는 이벤트를 새로이 선보여 참여기업뿐만 아니라 관람객의 많은 관심을 이끌어냈다. 짧은 전시기간에도 불구하고 이런 실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문화와 산업의 접점을 활용하여 행사국가의 지역수요특성을 잘 감안해 준비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번 행사는 일본에서 개최한 KCON행사로서는 최대의 성과를 이루었다. 이와 같은 결과가 있기까지 문제점을 하나씩 개선해간 정부와 CJ E&M 측의 노력이 있었다. 이제 한류를 한때의 유행이 아니라 지속적인 수출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지혜를 더욱 모아야 한다. 한류를 활용한 수출은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각오가 필요한 시점이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명심하면서 말이다.

 

이정화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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