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농협이 존재하는 이유는?

김동수 경제부장 dski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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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세지감(隔世之感), 이는 ‘아주 바뀐 다른 세상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말한다. 새정부 들어 달라진 작금의 세태를 적절하게 말하는 표현일 듯하다.

 

지난 정권 때 야심 차게 추진됐던 사업 중 하나가 새마을 운동 해외사업이다. 성장의 발판이 된 새마을 운동을 다시 한 번 되새기자는 취지다. 성공모델을 해외에 전파, 우리의 농업을 표본 모델로 삼자는 뜻도 갖고 있다. 대부분의 농업ㆍ농촌 기관 및 단체는 마치 제2의 농촌부흥운동으로 그 의미를 확대 해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25일 감사원이 공개한 성적표는 초라했다. 

전문성 없는 현지 교민 협력관 위촉으로 사업이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됐다. 기관별 비슷한 사업추진으로 혼선이 따랐고 사업비 정산 및 관리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곳곳에서 누수가 발생했다. 이처럼 상당액의 혈세가 수반된 새마을 운동 해외사업은 지난 정권 때는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왔다.

 

격세지감을 들게 한다.

올해 농협중앙회 김병원 회장의 가치는 두 가지 사업으로 집약된다. ‘농가소득 5천만 원 시대 창출’, 그리고 ‘또 하나의 마을 만들기 사업’이다. 쉽지 않은 모델이다. 농업ㆍ농촌에 대한 무한한 열정과 투자가 전제돼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도 농가 경제조사’ 결과치를 보면, 지난해 농가 평균소득은 3천719만 7천 원으로 조사됐다. 직전년도 3천721만 5천 원보다 오히려 줄었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더더욱 좋지가 않다. 농업소득은 정작 10.6% 감소한 반면, 농업 외 소득과 이전소득은 각각 2.1%와 11.1% 증가하는 기형적 모습을 보였다. 반면, 농가의 가계지출은 늘었다. 조사 결과, 3천104만 9천 원으로 전년도 대비 1.4% 증가했다. 결국, 소득은 줄고 지출은 늘어난 셈이다. 농촌에 희망이 있을 리 만무하다.

 

농가소득 증대는 반드시 이뤄내야 할 시대적 과제다. 새 정부의 국정 기조 또한 소득증대에 초점을 두고 있어 농가소득 5천만 원 구현은 시의적절한 프로젝트임에 틀림없다.

 

또 하나의 마을 만들기 사업을 보자.

기업 CEO와 단체장 등을 농촌마을의 명예이장으로 위촉하고 소속 임직원을 명예주민으로 참여케 하는 농촌사랑 운동이다. 수년 전 경기농협 박재근 본부장 때 추진됐던 농촌사랑운동(1촌1사) 시즌2격이다. 그 당시, 본지는 경기농협과 손잡고 농촌사랑 운동을 범도민운동으로 확산시킨 바 있다. 

농협만의 리그가 아닌 도내 각급 기관 및 단체, 회사, 주민들이 함께하는 범도민 운동이었다. 농촌을 생각하는 순수한 마음의 발로였다. 때문에 중앙회가 설정한 ‘1사1촌’이 아닌 ‘1촌1사’로 순서를 달리하면서 농촌에 더 큰 방점을 찍었다.

그 결과, LH(구 주택공사)를 시작으로 수백여 기관, 단체 및 회사들이 동참했다. 농촌마을과 결연을 맺은 뒤 다양한 형태의 봉사 및 도우미 활동을 전개했다. 도에서 불붙은 이 운동은 급기야 범국민 운동으로 확산되면서 비판의 중심에 있던 농협이 새롭게 태어나는 단초가 됐다.

 

하지만, 작금의 이 사업은 탄력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단지 결연을 맺고 가끔씩 마을을 찾아 일손을 거들며 물품을 전달하는 단순논리의 사업이 아니다. 농업ㆍ농촌에 대한 애정을 불러 미래 먹거리 산업을 보듬고 농가의 어려움을 덜어주자는 의미다. 너와 나만이 아닌 우리 모두가 함께 하면서 말이다.

 

농협은 돈도 벌어들여야 하지만 농민을 위한 환원사업도 해야 하는 양날의 칼 위에 서 있다. 국민은 후자를 더욱더 요구하고 있다. 소득이 있어야 소비를 할 수 있고 나아가 국가 경제 선순환에 주체가 될 수 있다. 농가소득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농업ㆍ농촌에 대한 열정, 그리고 모두의 관심과 사랑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 역할을 농협이 담당해 주길 모두가 희망하고 있다. 이는 농협이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동수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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