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천, 병원 응급환자 이송체계가 이래서야

인천 일부 병원의 인명 구급 이송체계가 극히 허술해 사회적 비난을 받고 있다.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입원 중인 위급환자의 긴급 이송에 대비, 24시간 대기해야 할 구급차 운전기사가 장시간 자리를 비워 위급환자 이송이 상당 시간 지체되는 등 위급환자 안전 이송에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이달 초 연수구의 나사렛국제병원에 입원했던 A씨(89·여) 가족들은 지난 13일 오후 1시40분께 병원 간호사로부터 A씨의 건강상태가 갑자기 악화돼 상급병원으로 이송시켜야할 것 같다는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A씨 가족들은 서둘러 환자를 더 큰 병원으로 옮기려 했으나 막상 구급차를 이용할 수 없어 발을 동동 구르기만 했다. 당시 병원엔 운행 대기 중인 구급차가 2대 있었으나 당장 운행할 수 없었다. 당직 근무하면서 대기해야 할 구급차 운전기사가 자리를 비우고 외출했기 때문이다. 근무 태만이다.

A씨는 폐렴 등으로 인한 호흡곤란이 심해져 일반 병실에서 중환자실로 옮겨진 상태였다. A씨는 1시간30분이나 중환자실에서 기다리다 간신히 민간 구급차를 불러 K병원으로 이송됐다. 다행히 A씨는 K병원으로 이송된 후 4일 만에 위급 고비를 넘겼다. 나사렛국제병원은 양방과 한방을 협진하는 병원으로 알려졌다. 병원 측은 각과 검진을 비롯해 응급대처 수술과 재활치료까지 한 곳에서 받을 수 있는 원스톱 진료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홍보해왔다. 그러나 위급환자 구급 이송체계는 0점이었다.

현행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은 해당 의료기관의 능력으로 응급환자에 대해 적절한 응급의료를 할 수 없다고 판단할 경우 지체 없이 적절한 응급의료가 가능한 다른 의료기관으로 이송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구급 수송은 생명이 위독한 환자들을 촌각을 다투며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는 점에서 늘 만반의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그런데도 나사렛국제병원 브랜드 관리팀 관계자는 주말엔 구급차 운전기사가 상시 대기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주말엔 운전기사가 휴무라는 건지, 이해할 수 없는 변명을 늘어놨다. 그는 또 A씨는 당시 상급병원으로 이송해야할 정도의 위급상태는 아니었다고 간호사와 반대되는 억지를 부렸다.

두말할 것도 없이 병원이 존재하는 건 병든 사람을 치료해 건강을 되찾아 주기 위해서다. 의료기관엔 그만큼 아무에게나 기대할 수 없는 인명구제라는 높고 무거운 사명감이 주어져 있다. 응급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이송할 때도 마찬가지다. 의료기관이 본연의 사명을 망각하고 응급 이송 체계를 등한시, 환자가 위험에 빠진다면 그런 의료기관은 존재할 이유도, 가치도 없다. 당국은 이제 의약감시 뿐만 아니라 위급환자 이송체계 감시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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