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역시 새로움을 공약으로 첨가해 나가고 있기에 과연 마지막에는 얼마나 새로움을 유지하고 있었을지 지켜볼 일만 남았다. 지금까지는 출발이 참 좋아 보인다. 그래서 사심 없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말없이 엄지를 치켜세워주고 싶다.
어떤 일을 잘해낸 누군가에게 말로 하는 것보다 더 훌륭한 방법의 하나로 가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 칭찬을 대신해 주는 일은, 손가락을 치켜세운 상황을 바라보기만 해도 아름답게 다가오는 장면이란 생각이다. 여러분 손을 펴놓고 다섯 손가락을 잘 살펴보자. 왜 다섯 개 손가락 중에 제일 작고 낮은 자리에 있으며 마디조차 하나 부족한 이 엄지를 흐뭇한 칭찬에 마치 대변인처럼 내세우게 되는 걸까?
손가락을 가지런히 하고 손끝을 하늘 향해 세워보자. 가장 낮은 곳에 자리 잡은 엄지는 2마디, 엄지머리 꼭대기에 자리 잡은 나머지 손가락 넷은 3마디다. 사회적으로 잘 배우고, 잘 살며, 권력까지 움켜쥔 사람들이 3마디를 가진 네 개의 손가락과 비슷한 모양새가 특징이다.
3마디를 가진 손가락들은 서로 얼굴도 쳐다보지 않는다. 기껏해야 남의 뒤통수나 옆 통수를 건드리는 일이 전부다. 그러나 엄지는 어떤 손가락을 만나든 항상 얼굴을 맞대고 정정당당하다. 세 마디를 가진 손가락의 행태들을 좀 더 잘 살펴보자.
먼저 검지는 다섯 손가락 중에 제일 잽싸다. 그런데 가장 잘하는 것이 지적질(?)이다. 한번 손가락으로 누군가를 지적하는 자세를 취해보자. 남을 지적하고 있는 그 순간, 엄지는 다른 세 손가락을 가려주며 부끄러운 상황을 덮어준다. 세 손가락은 관심조차 없는지 꽁무니를 감추고 있다.
키가 제일 큰 가운뎃손가락은 무슨 일인지 채신머리 없는 욕설의 대명사다. 반지를 낄 수 있어 제일 부자인 넷째 손가락은 얼마나 거만한지 누군가 세워주지 않으면 혼자 똑바로 서지도 못한다. 깨끗한 척하느라 정신없는 다섯째인 새끼손가락은 콧구멍 귓구멍 등 인체의 어두운 곳은 죄다 파고 다닌다. 간혹 오물이라도 긁어모으면 영문도 모르는 엄지에 달려가 튕겨 버려달라고 조른다. 누군가가 선물이라도 전하려 하면 어떤가.
그것을 받으려고 잘 배우고, 잘 살며 권력까지 쥔 네 손가락은 재빠르게 앞으로 튀어나오고, 엄지는 ‘뭘 이런 걸다’ 모드로 뒤통수를 젖힌 모양으로 있다. 손가락으로 약속한다고? 굳게 지키고자 한다며 세끼 손가락으로 약속사항을 걸고는 아무것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엄지손가락에 책임지라며 도장까지 받아간다.… 날씨가 추워 손이시라면 3마디 네 손가락은 자기네들을 따스하게 할 목적으로 엄지를 불러 내 사정없이 비벼대 열을 내 한기를 해결하지만 엄지를 감싸 따스하게 해 주고 떠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참 쌀쌀맞다. 압정을 박는 힘겨운 일은 오로지 엄지 몫이다.
그 어려운 순간, 3마디 네 손가락은 뒤로 숨고 아는 체도 하지 않는다. 참 한심하다. 자신을 공문서로 입증해 내는 중요한 신분증 뒤에 “내가 나요”라고 주장하는 것이 바로 엄지손가락이다. 그럼 나머지 네 손가락은 언제 쓰이나. 범법자 식별을 위한 지문 채취에 쓰인다. 증거자료로나 요긴할 뿐이다.
박병권 한국도시생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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