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 이유로 왕따… 악동으로 변해
우연히 접한 e스포츠 통해 ‘개과천선’
친구들에 비법 전수… 장애인 인식 개선
각종 전국대회서 맹활약 자신감 되찾아
“친구들과 선생님이 저를 인정해 줄때 가장 행복하고 뿌듯합니다.”
일반인들이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여가생활로 즐기는 닌텐도 WII가 어느 한 사람에게는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e스포츠와 인연을 맺은 뒤 관심학생에서 모범학생으로 거듭난 김진경군(양평 양일고)의 이야기다. 16일 충청남도에서 개막된 제11회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 e스포츠 혼성 고등부 닌텐도 Wii Sports(개인전) OPEN(지적장애)에 출전 중인 김진경군은 지적장애 3급의 장애우다.
초등학교 시절 지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친구들로부터 구타와 욕설 등 심한 따돌림을 받아온 김군은 중학교 진학 후 계속되는 왕따로 대인기피증까지 갖게 됐다. 스트레스로 인한 폭식으로 체중까지 급격히 불어난 김군은 자신을 괴롭히는 친구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다반사가 됐고, 흡연에 수업 중 무단이탈까지 일삼으며 관심학생으로 전락했다.
항상 놀림거리가 됐던 ‘도움반(장애학생들을 위한 특수학급)’의 꼬리표를 떼고 싶었던 김군은 고민끝에 양일고 일반학급으로의 진학을 택했다.
고교 진학 후에도 방황을 일삼던 김군은 장영민 특수교사의 권유로 e스포츠와 함께 바리스타, 정보기술자격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삶의 태도가 조금씩 변해갔다.
닌텐도 WII를 활용한 e스포츠에서 남다른 능력을 발휘하며 각종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김군은 점차 자신감을 되찾았고, 비장애 학생들도 쉽지 않은 바리스타와 각종 정보기술자격을 짧은 기간 취득하며 학교생활에 재미를 붙여갔다.
자연스럽게 관심학생에서 모범생으로 변모한 김군은 교내 동아리 활동을 통해 비장애 학생들에게 e스포츠를 전수했고, 그의 실력이 입소문을 타면서 너도 나도 겨뤄보겠다며 찾아온 학우들에게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늘 장애 비하 별명으로 불리던 호칭은 어느새 이름으로 바뀌었고, 김군을 통해 학교 전체의 장애학생에 대한 인식까지 개선됐다.
김진경군은 “e스포츠를 알기 전까지는 항상 놀림받는 학교생활이 너무 싫었는데 지금은 너무 재밌게 학교를 다니고 있다”라며 “친구들과 동생들에게 e스포츠를 알려줄 때는 힘들기도 하지만 모두들 나를 인정해주니 즐겁게 나만의 비법을 전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군은 “e스포츠를 계기로 정말 많은 것을 얻은 것 같다. 앞으로도 열심히 배우고 노력해 모든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바리스타와 e스포츠 선수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홍완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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