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은사님을 뵙자 그런 걱정은 눈 녹듯 사라졌다.
칠순이 훌쩍 넘으신 연세에도 당당함과 매너가 넘치셨고 문자를 비롯해 각종 이모티콘을 자유자재로 다루시는 모습에서 항상 시대를 앞서가며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느껴졌다. 나의 은사님은 70년대 초 먹고살기에도 바쁜 작은 시골 마을의 어린이들에게 꿈과 미래에 대한 희망의 씨앗을 심어주시던 분이었다.
부임해 오신, 이 젊은 선생님은 늘 행동으로 보여주시는 ‘퍼스트 무버’이기도 했다.
작은 깡촌에 사는 우리도 기죽지 않고 노력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신 분이셨다. 은사님께선 과정을 통해 목표를 세우고 끝까지 해내는 승부 근성과 열정을 몸소 깨우쳐 주시곤 했다.
이러한 선생님의 모습이 바로 ‘퍼스트 무버’의 본질이 아닌가 싶다.
이제 그 시절 은사님보다도 훨씬 나이가 든 나 자신을 뒤돌아본다. 은사님과의 만남으로 45년의 긴 여행을 하고 난 뒤 내 스스로도 확신이 생겼다. 참된 스승이셨던 은사님의 뒤를 이어 나도 우리 공사도 지역의 청소년들을 위한 퍼스트 무버가 돼야겠다고 말이다.
수도권매립지가 수도권 폐기물관리 기관으로 출범한 지 어언 25년이 지났다. 그동안 많은 성과가 있었다.
위생적인 폐기물 관리는 물론 폐기물 에너지화 사업 등의 성공적인 수행과 지역주민을 위한 다양한 노력으로 소통을 이끌어낸 점은 실로 자랑스럽다.
다만 그 자녀의 세대, 미래세대까지 아울렀느냐는 질문엔 아쉬움이 남는다. 청소년들에게 미래를 꿈꾸게 해줄 우리 공사만의 역할이 있었느냐는 생각에서다. 그래서 필자는 수도권매립지 위에 청소년들이 자신의 꿈을 맘껏 펼칠 수 있는 ‘청소년 전당’을 제안하고 있다.
‘청소년 전당’은 아이들이 미래를 준비하는 데 필요한 것들을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그야말로 꿈의 동산이다.
일찍이 수도권매립지는 세계 최대 규모의 다양한 환경체험시설, 생태체험교실 등 여러 환경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또한 축구·야구 꿈나무를 위한 체육교실을 운영하고 지역인재를 위한 장학금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펼쳐왔다.
이제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아이들이 지식과 정보를 접할 수 있는 도서관, 끼를 발휘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장, 영화관, 실내 체육시설 등 대한민국에서 가장 앞서가는 교육의 장과 환경체험관으로 만들어 가면 좋을 것이다.
우리 공사의 적극적인 노력에다 지역주민과의 소통을 끊임없이 해나간다면 청소년 전당을 이룩하는 것도 먼일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이곳에서 청소년들이 미래 환경을 준비하는 꿈을 키우게 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넘쳐나는 공간으로 만들어갈 계획이다.
그리고 머지않아 수도권매립지의 청소년 전당을 오가는 청소년들이 그 옛날 내가 그랬듯이 이상과 꿈을 그리고 마침내 행복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제 ‘퍼스트 무버’의 길로 나아가려 한다.
이재현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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