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날이 왔다.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세상이 더 좋게 더 많이 달라져야 한다는 국민적 염원이 투표를 통해서 확인됐다. 유권자들이 각자 지지하는 후보는 달랐어도 변화를 향한 간절한 열망은 같았을 것이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 믿음직한 후보의 탄생을 바라는 염원이 다를 수 없기 때문이다.
필자는 모 후보 캠프에서 언론특보로 활동했던 터라 표심으로 이어질 보도 동향과 여론 형성 등 후보의 표심 관련 업무를 수행하다 보니 이번 선거의 여러 양상을 심도 있게 관찰할 수 있었다.
특히 선거 마지막 무렵엔 칼럼을 거의 매일 한 꼭지씩 쓸 정도로 나름의 방식으로 집중하며 공을 들인 터라 투표 마감 시간이 지나고 결전의 순간이 다가오자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마음 졸여 TV 출구 조사 결과를 그냥 보고 있기 버거울 정도였다. 불안과 초조함을 견디다 못해 동료 언론특보끼리 각자가 예측한 득표율로 내기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방송 3사가 진행한 출구조사는 1위의 압도적 표차로 나타나는 바람에 승자가 어느 정도 예측된 터라 본격적인 개표 방송은 그다지 흥미롭지 않았다. 후보들이 선두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며 경쟁해야 심장이 쿵쾅거렸을 텐데 말이다.
경기 결과를 뻔히 알면서 경기 녹화 영상을 굳이 되돌려 볼 때 느껴지는 것 같은 뭐랄까, 묘한 허탈감으로 개표방송에 집중되질 않았다. 문득 대선후보 중에 미국의 오바마 전 대통령처럼 스피치가 아주 뛰어난 후보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또 안철수 후보가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큼 스피치가 매끄러워 수락 연설 당시의 놀라운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면 대선 결과가 달라졌을까 궁금해진다.
TV토론에서 보여준 스피치의 영향으로 지지율 급등과 급락을 경험하며 대선 TV토론에서 스피치의 중요성을 확실하게 일깨워 준 안철수 후보의 사례에 비춰 보면 정치에 있어서 스피치와의 상관관계가 가늠된다.
이번 19대 대선은 모두 여섯 차례의 TV토론으로 여느 때보다도 많은 화젯거리를 제공했는데 토론 결과는 바로 지지율로 나타나곤 했다. 한 매체 여론조사에는 국민 거의 절반이 TV토론이 지지후보 결정에 큰 영향을 끼친다(응답자의 49%)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TV토론의 영향력이 막강해 바야흐로 스피치 전성시대인 듯하다. 후보 시절 문재인 대통령의 스피치 스타일은 달변가는 아니어서 답답할 수도 있지만 친근감과 신뢰감을 주며 이성적이어서 설득력을 얻는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정치가는 무엇보다 정책을 인정받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언어와 비언어적인 요소(표정, 자세, 제스처 등 언어 이외의 모든 것)로 구성된 스피치를 통해서 국민에게 자신의 정책을 잘 전달하고 설득시켜야 한다. TV토론과 정치가의 스피치는 국내외의 국가 지도자를 선출하는 데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수단이다.
특히 국내의 경우 이번 대선 후보들이 TV토론에서 보여준 스피치 이미지는 실제로 그 영향이 막강하게 작용하면서 TV토론이 가장 중요한 승부처로 인식되고 자리 매김 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순 신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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