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실천이 큰 기적… 시민과 소통 나눔의 생활화”
황규철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 회장은 지난 2012년 취임 후 현재까지 6년 가까운 시간 동안 인천적십자에 몸담아 온 시간에 대해 이 같은 소회를 밝혔다.
황 회장은 지난 2009년 사랑의 열매 1억 이상 고액기부자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에 인천에서 2번째로 이름을 올렸고 인천적십자사 고액기부자(RCHC)에도 두 번째로 가입하는 등 인천지역 나눔의 선봉에 서 있는 인물이다.
그런 황 회장에게 있어 인천적십자는 늘 소외된 이웃과 함께하고 노인과 장애인, 취약계층에 힘이 될 수 있는 그런 단체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일까. 황 회장이 수장으로 있는 지난 시간 동안 인천적십자사는 생명의 소중함과 우리네 쪽방촌, 하우스촌의 애달픈 삶과 그 궤도를 같이했다.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위기 가정을 지원하고자 적극적으로 행정기관과 연계하고 빵국수떡 만들기, 자선바자회와 같은 시민참여 기획프로그램을 통해 서로 나누고 아끼는 마음을 확산할 수 있었다. “지난 성과는 모두 함께 해주는 후원자가 있기에 가능했다”며 모든 공을 후원자들에게 돌리는 황 회장의 모습에서 진정한 나눔과 봉사가 무엇인지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다음은 황 회장과의 일문일답.
Q 일반 시민들은 적십자에 대해 잘 모르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펼치고 있는지.
A 대한적십자사는 각종 재해재난 이재민 구호활동뿐만 아니라, 2010년 연평도 포격, 2014년 세월호 참사, 2015년 메르스 등과 같이 준전시상황, 사회적 재난 등이 갑자기 발생하면 가장 먼저 현장으로 달려가 이재민과 그 가족을 돌보는 일을 우선한다.
응급구호품 전달, 피해 이재민 심리적 지지활동, 응급의료활동 등을 전개하며 조속한 시일 내에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도록 물적·인적 지원을 펼치고, 스스로 생명을 지킬 수 있도록 심폐소생술과 응급처치술 교육을 하고 있다.
평상시에는 실직이라든가 이혼·배우자 사망과 같이 위기에 놓인 가정을 발굴, 지원하고 봉사원과 결연을 맺어 가사보조와 말벗봉사·목욕봉사 등 기초적인 복지서비스를 제공한다. 대상자 케이스에 따라 생계·주거·의료·교육 등에 걸쳐 가장 시급한 지원을 하고 있다.
Q 자원봉사자가 주축이 되는 프로그램은 무엇인가
A 적십자사의 모든 사업은 평소 잘 훈련된 수많은 자원봉사자가 수행하고 있다. 현재 우리 인천에는 약 7천 명의 적십자 봉사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재난 현장에서의 구호활동, 그리고 평소 우리 동네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힘겹게 사는 분들을 찾아내고 그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일에 쉼 없이 활동하고 있다. 이렇게 우리 이웃을 구석구석 찾는 이유는 불행했던 ‘송파 세모녀사건’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데 있다.
희망풍차프로그램은 위기가정을 돕는 사업프로그램이다. 적십자 봉사원과 대상자 간 1대1 결연을 맺고 매주 1회 이상 어려운 가정을 방문해 반찬전달과 목욕봉사 등 기본서비스는 물론, 각 대상자에게 꼭 필요한 도움(의료·주거개선·교육·기초생활)을 주기 위한 통합 맞춤형 서비스다.
Q 지난 6년을 돌아봤을 때 가장 뿌듯한 일이 있다면.
A 가장기억에 남는 일이 동구 송림동에서 8명 대가족이 사는 집을 고쳐 준 일이다. 다문화 며느리에 교통순찰대 순경과 노부모와 딸 셋이 비가 새는 집에서 살고 있었다. 3천여만 원 들여서 집을 고쳤는데 가족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특히 다문화 가정에 관심을 기울였는데, 보통 다문화 가정 외국인 며느리를 친정에 보내는 사업들이 많은데 우리는 역발상으로 그들의 고향에 있는 부모를 모셔와 우리 적십자가 가진 병원에서 아픈 곳을 치료해주는 사업을 펼쳤다. 두 번에 걸쳐 진행했는데 현재는 예산 문제로 중단돼 무척 아쉽다.
사실 적십자가 중앙조직이라고 하지만, 시민과 함께하지 않으면 어려운 구조다. 인천지역에 적십자 회비를 걷고자 100억원을 고지하면 26억원 정도 들어온다. 그래서 다양한 행사를 통한 모금활동을 전개하고 있지만, 이게 쉽지가 않다. 주변 지인을 통해 기부금을 만드는 것도 한계가 있고 시민의 적극적인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현실이다.
Q 회장 취임 이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A 우리 인천에 시민과 함께 나눔 문화를 확산한 것과 그 기부금으로 힘들게 사는 이웃을 도울 수 있는 것들이 참 뿌듯하다. 2016년에는 희귀난치병 어린이를 돕고자 4월 30일 인천대공원에서 걷기대회를 열어 6천600만원의 기부금도 모금했고 환아 8병에게 의료비를 지원했다.
인천에서 처음으로 계단 오르기 대회도 열어 아동 지원 기부금으로 약 2천800만원, 정기후원자 131명(월 약정금액 161만원)을 모을 수 있었다. 최근 송도 센트럴파크에서 열린 2017 함께 걷자 인천페스타에는 약 2만여 명의 시민이 참여해 희귀·난치병, 소아암 어린이를 도울 수 있는 기부모금행사도 열었다.
막 취임했던 2011년 기준 기부금(품) 모금액이 2억원에 불과했는데 나눔 문화 확산을 통해 기부금 모금액을 늘리고 사회적 약자인 어린이에게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다양화한 결과 지난해 기준 기부금(품) 모금액이 6억 5천여만원으로 3배 성장할 수 있었다.
A 시민에게 꼭 필요한 사업을 하려면 많은 재원이 든다. 그 재원이 어떻게 마련되고 사용되는지에 대해 오해가 많은 듯하다. 먼저 정부지원으로 운영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적십자는 적십자회비를 통해 운영되는 기관이다. 정부지원을 통해 운영되는 기금은 전체 예산의 약 5%밖에 되지 않는다.
특히 북한에 퍼준다는 오해가 가장 많은데 실제 지역에서 모금되는 기금은 전액 인천지역 위기가정 지원과 안전사업 보급·화재·수해 같은 재난에 대비한 구호물품 비축과 관리 등에 사용되고 있다. 적십자회비가 우리에게 꼭 필요한 사업에 사용된다는 것과 다른 곳도 아닌 바로 우리 이웃을 돕는 데 사용된다는 점을 꼭 기억해주길 바란다.
Q 앞으로 인천적십자가 나아갈 방향은.
A 첨단기술이 세상에 풍요를 가져다주면서 참 빠른 세상이 돼가고 있다. 그만큼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준다. 그러나 이면에는 사람이 사람을 그리워하는 고독과 쓸쓸함, 위안을 받고 싶어하는, 다르게 말하면 서로 소통하는 걸 찾는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직접적인 만남보다는 누군가 나를 알아주길 바라는 사회가 돼가는 것 같아 아쉽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활발히 사용되는 것도 이러한 우리의 삶과 직결된 것 같다. 그동안 인천적십자사는 위기가정에 생계, 주거, 의료, 교육 등 가장 기본적인 의식주에 대한 문제를 해결했다. 또 심폐소생술, 응급처치술 시민교육을 통해 우리 스스로 안전할 수 있는 사업을 하고 있지만, 사업의 중요성만큼 시민에게 필요한 욕구로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온라인 채널을 통해 사람과 소통하면서 현재 우리가 가진 문제는 무엇인지 같이 고민하고 같이 해결할 수 있는 시민과 소통하는 인도주의 활동이, 진정성을 갖춘 소통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시민과 적십자에 바라는 것은.
A 솔직히 인천적십자 회장자리가 명예롭고 좋은 자리라고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막상 6년 가까운 시간을 함께 해보니 이렇게 명예로운 자리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주변 지인을 만나 막말로 소주 한 장을 할 때 자연스럽게 군대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이제는 인천적십자가 얼마나 훌륭하고 좋은 일을 하는 곳인지 설명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 회장직이 끝나고 나면 무료급식센터에서 지인들 한 10명 모아 설거지봉사를 하고 싶다. 매일 할 순 없겠지만, 주에 1번은 봉사를 하면서 지난 6년간 느꼈던 자부심을 계속 느끼고 싶다.
“기부와 봉사가 아주 멀리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시민이 많은데, 이처럼 가까운 곳에서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실천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며 활짝 웃는 황 회장의 얼굴에서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이유가 무엇인지 새로운 느낌으로 새삼 다가왔다.
대담=이영수 부국장
정리= 주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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