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석탄일 앞두고 만난 ‘운성 스님’ (BTN불교TV 라디오 진행)

“고뇌하는 청춘들… 행복한 마음고향 찾길”
올해 부처님 오신 날 봉축표어는 ‘차별 없는 세상 우리가 주인공’
스님들 수행으로 혼탁한 세상 정화

“이 시대 청춘들의 고뇌가 2천600년 전 청년 싯다르타의 고뇌와 다르지 않습니다. 지금 제가 하는 일들은 그저 부처님이 저잣거리에서 대중으로 하여금 삶의 고(苦)를 털고 자유롭고 평화롭고 행복한 마음고향으로 돌아가도록 돌보신 그 길의 발꿈치를 따르는 것일 뿐입니다.”

 

20대 초반 법대를 갓 졸업하고 생(生)의 목적이 세속의 욕망에 있지 않다고 느낀 청년은 곧바로 해인사 고운암(庵)에 입산 출가한다. 국내외 제방 선원(禪院)에서 삼천 배, 염불, 참선 등으로 수행과 전법에 20여 년을 던졌다.

스님은 좌복 위에서 고꾸라져도 좋다는 각오로 화두참선에 몰입했다. 눈·귀·입을 닫은 면벽속에 만난 것은 나(Ego)를 벗은 나(Self),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중도연기(中道 緣起)의 시력이었다. 

그즈음 세월호가 침몰했다. 산 부처를 만난 것은 팽목항 천막법당에서였다. BTN불교라디오 울림 ‘그대에게 이르는 길 운성입니다’의 진행자 운성(運性)스님.

 

스님을 만난 날은 모처럼 미세먼지가 걷히고 시원한 바람마저 서늘했던 지난 25일 오후 1시께. 서울 방배동에 소재한 BTN불교TV 사옥 8층의 접견실. 운성 스님은 기자와 만나 차를 나누며 수행하며 세상과 소통해 온 과정을 담담히 풀어냈다. 

 

스님은 “팽목항법당에는 하루 13시간씩 기도와 봉사를 위해 천여 분 스님들이 다녀가셨죠. 한국불교의 희망을 보았어요. 희생자나 바라보는 자나 분별과 두려움은 매 한 자리니, 부처님 일생을 관통하는 대비원력(大悲願力·일체 중생을 구제하고자 하는 소망)의 근원에 철저히 깨어나, ‘이젠 행(行)이다’ 서원하기까지 좌복 위에서 많이 울었습니다.” 이번 생 부모님이나 다름없는 은사 성주(性珠) 스님(진주 용화사 주지)과 열반하신 노스님 법모(法模) 스님의 가르침들 늘 가슴깊이 흐르고 있다는 스님. ‘운성아, 이 옷이 스님이 아니다. 속지 마라!’

 

이후 스님은 거리로 나왔다. 승복 앞섶에 노란 리본 달고 당당히 눈총받으며 지하철을 타고, 틈틈이 심리학을 공부해 애도치유그룹(상실의 슬픔 달빛으로 열릴 때)를 열었고, 생활수행을 안내하며 각자 내면에 이미 갖춘 ‘치유력’을 보게 했다. 그리고 매일 아침 저녁 7시면 어김없이 들리는 스님의 목소리. 가청취자(국외 포함)까지 50만이 넘는 울림에서 그의 닉네임은 ‘언니야 누나야’ 스님.

 

“닉네임이 따뜻하죠?(웃음) 스님이란 가면 벗기가 참 어려웠지만 평등한 보리심(菩提心)으로 열리는 지름길인 거죠. 애청자 여러분이 저를 편안한 가족, 도반(道伴)으로 느껴주시는 것 같아 감사합니다”

 

불기 2561년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의미를 묻자, 되려 생일축하를 건네는 스님. “올해 봉축표어가 ‘차별 없는 세상 우리가 주인공‘예요. 부처님께선 금수저로 안락한 생이 보장됐던 왕자의 자리를 박차고 탁발로 받은 쌀 세 톨을 곱씹으며 중생의 가난과 고락을 함께한 길 위의 삶을 선택하셨죠. 깨달으신 직후 <희유하구나! 일체중생이 나와 꼭 같은 지혜 덕상을 갖추었는데, 무명(無明)에 가려 알지 못하는구나!>라 탄식하셨죠. 겉모습, 피부색, 성별, 어른 아이, 진보 보수, 종교를 막론하고, 여러분 한 사람 한 삶이 있는 그대로 부처님 될 무한가능성 즉 붓다꽃씨이시니, 매일이 여러분의 생신이세요. 최고의 ‘태생적 금수저’죠!(웃음)”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저자이자 글로벌 힐링멘토 혜민스님(마음치유학교 교장)과 인연도 궁금했다. 운성스님은 “해외서도 명상 치유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상담 현장에서 당장 숨조차 못쉬고 자살욕에 시달리는 사람들 만나며, 1천700년 역사로 무진보배를 갖춘 한국불교 수행전통이 좀 더 소통적인 길을 고민한다면 이분들을 살릴 수 있음을 절실히 느낍니다.

그간 책을 통해 받은 사랑을 가장 선한 방법으로 돌려 드리리라 서원했다는 혜민스님 말씀 들으며, 스타 스님인 줄만 알았던 편견이 걷어지고 내심 고맙더군요. ‘치유수행공동체’가 필요함에 깊이 공감했어요.“ 이후 사찰에 익숙한 대중에게 다소 낯선 공간인 마음치유학교에서 스님들은 치유전문가들과 함께 사람들 개개인의 구체적인 고통에 맞춰 다양한 치유 프로그램들을 기획해 자조 그룹을 나누고 있다. 또한 단순한 위로를 넘어 인식의 전환을 가져 올 치유적 경전수행, 법화경 법회 등 수행의 장을 열고 있다.

 

“훌륭한 스님들께서 산중과 도심 한복판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수행으로 혼탁한 세상을 정화하고 계십니다. 여기에 한 뼘만 더 ‘아픔 속에 피워 낸 꽃’을 나누는 데 정성 기울이자 서원합니다. 사성제(四聖諦)의 멋진 가르침이 관념이 아닌 생생한 실제로 숨 쉴때 비로소 수행도 푹 함께 발효됩니다. 지혜와 자비, 두 날개 모두 온전해야 잘 날아오를 수 있으니.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신다면 가장 먼저 어디부터 가실까요?”

 

화두 하나 던지고, 이날 오후에 예정된 달라이라마 방한추진회 회의에 참석하고자 인터뷰를 마치고 일어난 운성스님. 생명·평화·자비의 아이콘, 티베트도 불교도 넘어선 세계인의 영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를 분단국가 한국땅에서 직접 만나 뵐 수 있는 그 멋진 날을 위해 서로 깊은 합장을 건넸다.

 

권소영기자 

사진=전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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