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제2의 고향… 韓·佛 잇는 가교 역할 하고파” 갈매못 순교 위앵 신부 후손 까트린 메나싸씨 방한

합창단 ‘아미부와’ 단원으로 방문해 수원 화성 등 견학
“위앵 신부가 전파한 신앙, 한국에 뿌리내려 감격스러워”

▲ 1866년 병인박해에 충청남도 보령의 갈매못 성지에서 순교한 신부 마틴 뤽 위앵(왼쪽). 그의 후손 까트린 메나싸 씨를 포함한 합창단 ‘아미부와’가 한국의 성지와 역사적 현장을 방문하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가운데 26일 오후 수원 프랑스군참전기념비에서 설명을 듣고 있다.  아미부와합창단 제공
▲ 1866년 병인박해에 충청남도 보령의 갈매못 성지에서 순교한 신부 마틴 뤽 위앵(왼쪽). 그의 후손 까트린 메나싸 씨를 포함한 합창단 ‘아미부와’가 한국의 성지와 역사적 현장을 방문하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가운데 26일 오후 수원 프랑스군참전기념비에서 설명을 듣고 있다. 아미부와합창단 제공
“저의 프랑스 고향 마을 기용벨에는 태극기가 걸려 있습니다. 그래서 언제나 한국을 제 고향처럼 생각했습니다”

 

한국에서 순교한 신부 마틴 뤽 위앵(Martin Luc Huin)의 후손 까트린 메나싸 씨(52ㆍ여)는 한국 방문의 소회를 밝혔다.

 

그는 지난 11일부터 김미자 단장이 프랑스에서 이끌고 있는 합창단 ‘아미부와(친구의 소리)’의 단원으로 한국을 찾았다. 아미부와는 한국에서 순교한 프랑스 선교사와 참전 용사들을 추모하기 위해 9박11일 일정으로 방문했다. 1년 여 전부터 이번 한국 방문을 기획, 합창단원을 대상으로 신청자를 모집했다. 

그 결과 이번 일정에는 합창단원 중 프랑스인 26명, 한국인 3명 등 총 29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전라도 광주와 보령의 갈매못 성지, 화성 제암리 31운동순국기념관, 수원 화성 등을 돌며 전쟁과 민주 항쟁을 겪은 한국의 역사를 살폈다. 또 양로원과 교회에서 합창 공연을 펼쳤다.

 

메나싸 씨는 “위앵 신부가 태어난 기용벨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가톨릭 교육을 받으며 항상 그분의 영향 아래 있었고 동양의 먼 나라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들었다. 위앵 신부가 한 일은 가족과 고향의 자랑이었었다”고 밝혔다.

 

메나싸 씨의 조상인 위앵 신부는 1865년 조선에 들어와 이듬해 3월30일 병인박해 때 체포돼 프랑스 선교사 4명과 함께 갈매못 성지에서 순교한 인물이다. 죽을 때까지 조선인 500여 명의 고해성사를 우리말로 집전하며 선교 활동에 인생을 바쳤다.

 

한국에 대해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던 그는 현지에서 한국 가곡 독창회를 주최했던 김미자 단장을 만나 단원으로 활동하며, 한국의 전통 문화를 배웠고 이번 방문을 고대해왔다.

 

갈매못 성지를 비롯해 국내 일정을 소화한 그는 “위앵 신부가 갔던 순교의 길을 따라가볼 수 있어 기뻤다”며 “위앵 신부가 전파한 신앙이 지금 한국에 뿌리내렸다고 생각하니 감격스러웠다”고 말했다.

 

메나싸 씨는 또 위앵 신부의 사진을 꺼내 보이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그는 늘 위앵 신부의 사진을 품고 다니며 만나는 사람에게 한 장씩 선물한다고 했다.

 

곧 프랑스로 돌아가는 메나싸 씨는 갈매못 성지를 비롯해 한국 여러 곳을 둘러보며 새로운 인생계획을 세웠다. 조상인 위앵 신부처럼 한국과 프랑스를 잇는 가교가 되겠다는 것이다.

 

메나싸 씨는 “이번에는 한국의 양로원과 교회에서 공연했는데, 앞으로 더 다양한 방식으로 양국의 관계를 이어나가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손의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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