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천 서구의회의 도덕성 위기 심각하다

인천 서구의회가 망신을 자초하고 있다. 최근 의원들의 성추행·주민폭행·금품수수 등 비리·비행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 서구의회가 의원들을 의회 앞에 도열시켜 대 구민 사과를 했지만, 사과의 진정성이 결여돼 사태가 진정되기는커녕 되레 사회적 파문이 크게 일고 있다. 사과 성명 발표를 비판 여론 때문에 마지못해 건성건성 마친데다 사과 성명 직후 열린 대책회의에서 사건 발단의 책임을 뻔뻔스럽게 언론에 떠넘겨 빈축을 사고 있는 거다.

당초 사과 성명서는 지난 17일 오전 10시에 발표하기로 했었지만 일부 의원들이 참석을 거부해 예정시간 보다 15분가량 늦어졌다. 이날 심우창 의회 의장은 사과 성명을 통해 “최근 언론보도(의원들의 비리·비행)로 구민들께 누를 끼쳐 책임을 통감하고 깊이 반성 한다”고 사과했다. 그는 또 “의원들 모두는 이번 일을 거울삼아 고통과 자성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앞으로 경각심을 갖고 주민을 위한 봉사에 더욱 매진해나갈 것” 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 자리엔 총 16명의 의원 중 11명만 참석했다. 정작 금품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의원과 성추행 물의를 일으킨 의원들은 불참했다. 의장 권위만 훼손됐다. 머리 숙여 사죄해야 할 장본인들이 빠졌으니 겉치레 사과에 그쳤던 거다. 사회적 물의를 빚은 의원으로서 최소한의 도덕성과 자질이라도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 중 남성 의원 2명은 지난해 11월 제주도 의정연수와 지난 3월 울릉도·독도 연수에서 동료 여성 의원 가슴을 만지며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일엔 한 여성 의원이 지역 여성 당원의 얼굴에 마시던 찻물을 뿌리고 몸싸움을 벌였다가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최근 또 다른 의원은 헌옷수거 업체로 선정해 주는 대가로 업체 대표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런 사람들이 어떻게 구의원에 뽑혔는지 궁금하다.

그런데도 이날 사과 성명서 발표 직후 열린 대책회의는 자성대신 언론을 성토하는 자리로 변했다. 한 의원은 언론 때문에 의원 전체가 매도 대상이 됐다며 책임을 언론에 돌렸다. 또 다른 의원은 언론이 진위 여부를 확인하지도 않고 보도한 게 문제라고 했다. 의장의 공식 사과와 반성을 뒤엎는 적반하장 격 억지 주장이다. 의원의 기본 양식이 수준 이하다.

일부 의원들의 의식이 이러니 서구 주민들은 이미 서구의회로부터 도덕성의 위기를 느끼기 시작했음 직하다. 사회 일각에서 구의회 존재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고 있는 것도 유감스럽지만 사실이다. 서구의원들은 이점을 깊이 깨닫고 반성해야 한다. 사법당국은 이제라도 물의를 빚은 의원들의 비리·비행을 철저히 파헤쳐 엄정한 사법처리를 해야 한다. 물론 의회 차원의 가차 없는 징계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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