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용유도 선녀바위 유원지 경관 훼손 놔둘건가

인천시와 중구청의 단속행정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인천 관광 명소의 하나인 중구 용유도 선녀바위 유원지가 온통 상처투성이다. 선녀바위 인근 바위들은 관광객과 무속인이 피웠던 모닥불로 새까맣게 그을려 있고, 바위 곳곳엔 흰 페인트 낙서로 얼룩져 보기 흉하다. 바위 주변엔 관광객·무속인이 버린 음식물 찌꺼기 술병 깡통 컵라면 봉지 등 온갖 쓰레기가 쌓여 악취가 진동하는 등 아름다운 섬 유원지가 병들고 썩어가고 있다. 수질 오염도 심각하다. 그런데도 당국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선녀바위는 하늘이 유난히 맑은 밤이면 하늘에서 선녀들이 무지개를 타고 내려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런 전설 때문에 치성 드리는 무속인들이 자주 찾고, 바다 위로 뾰족하게 솟은 바위는 바다와 어우러져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인천관광공사가 시민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도 인천의 9가지 볼거리 중 한 곳으로 꼽히고 있다.

이런 관광 명소가 일부 몰지각한 관광객 등에 의해 경관이 크게 훼손되고 있으니 우리가 과연 문화시민인가를 반문케 한다. 최소한의 공중도덕조자 찾아볼 수 없고, 무질서는 말 그대로 무법천지다. 관광객 등의 이 같은 비양심적 자연경관 훼손행위는 공중도덕심 마비와 준법정신 결여 탓이 크다. 또 남이 안 보는 곳에선 무슨 일도 할 수 있다는 탈법현상의 만연에서 비롯된다고도 볼 수 있다.

자신의 얼굴을 숨길 수 있을 때 사람들은 쉽게 자제력을 잃고, 비도덕적 행동까지도 거침없이 저지르기 쉽다. 그러나 자기만 즐기면 그만이라는 자기중심적 이기주의가 만연하면 공공윤리는 물론 최소한의 공동체 의식마저 없어지게 된다. 그런 무질서 풍토에선 우리가 지향하는 선진사회는 요원하다.

기초생활 질서는 남에게 보이기 위해 지키는 것이 아니다. 사람은 혼자 사는 게 아니라 남과 더불어 사회생활을 하기 때문에 사회가 요구하는 규범과 윤리를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 관광을 즐길만한 여유를 가진 관광객이라면 환경을 보호하고 쓰레기를 되가져 가는 양심쯤은 있어야 한다. 이런 의식마저 없다면 관광을 즐길 자격도 없다.

당국도 책임을 느껴야 한다. 관광지 관리자로서 자연경관을 보존 관리해야 할 당국이 만신창이가 된 경관을 정화하지 않는 건 직무태만이다. 관광지의 아름다운 경관이 우리의 마음을 즐겁게 하는 건 경제 이상의 가치다. 관광객 등에 의한 경관 훼손을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방치해선 안 된다. 당국은 대대적인 정화 사업을 벌이고,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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