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플러스] 상속의 한정승인과 포기의 효력발생

▲ 심갑보 변호사
▲ 심갑보 변호사
A가 2011년 12월 27일 사망하자 그 상속인들은 2012년 1월 26일 관할 법원에 상속포기 신고를 하고, 법원은 2012년 3월 14일 그 신고를 수리하는 심판을 한 뒤 그 무렵 상속인들에게 고지했다. 한편 상속인들은 상속포기 신고를 한 후인 2012년 1월 30일 A가 소유하던 화물차량을 그 지입회사의 대표에게 처분하도록 부탁하고 그 처분대금을 2012년 2월 6일 수령했다. 이 경우에 상속인들의 상속포기 신고는 유효한가?

 

부모가 사망하면 상속인들이 부모의 재산뿐만 아니라 채무도 상속하게 된다. 그러나 부모가 너무 많은 채무를 진 채 사망하게 되면 자식들이 부모의 채무를 상속해 그 채무 전부를 변제해야 할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고 불합리하므로 우리 민법은 상속의 ‘한정승인’과 ‘포기’라는 제도를 두고 있다.

 

그런데 민법 제1025조에서는 ‘상속인이 단순승인을 한 때는 제한 없이 피상속인의 권리의무를 승계한다’고 규정하고, 제1026조 제1호는 ‘상속인이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를 한 때는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위 사례에서 A의 상속인들이 상속포기 신고 후 법원의 심판 고지 전에 상속재산을 처분한 경우 이미 상속포기의 효력이 발생한 것인지, 아니면 ‘단순승인’으로 봐야 하는 지가 문제 된다. 상속의 한정승인이나 포기의 효력이 생긴 이후에는 더 이상 단순승인으로 간주할 여지가 없으므로, 민법 제1026조 제1호는 한정승인이나 포기의 효력이 생기기 전에 상속재산을 처분한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봐야 한다.

 

한편 상속의 한정승인이나 포기는 상속인의 의사표시만으로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가정법원에 신고해 가정법원의 심판을 받아야 하며, 그 심판은 당사자가 이를 고지받음으로써 효력이 발생한다(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4다20401 판결). 이는 한정승인이나 포기 의사표시의 존재를 명확히 해 상속으로 인한 법률관계가 획일적으로 처리되도록 함으로써, 상속재산에 이해관계를 가지는 공동상속인이나 차순위 상속인, 상속채권자, 상속재산의 처분 상대방 등 제3자의 신뢰를 보호하고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상속인이 가정법원에 상속포기의 신고를 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수리하는 가정법원의 심판이 고지되기 이전에 상속재산을 처분했다면, 이는 상속포기의 효력 발생 전에 처분행위를 한 것에 해당하므로 민법 제1026조 제1호에 따라 상속의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봐야 한다.

 

위 사례에서 상속인들이 상속포기 신고를 한 후 A 소유의 화물차량을 매도하고 그 대금을 수령함으로써 상속재산을 처분한 것은 상속포기 신고를 수리하는 법원의 심판이 고지되기 이전이므로, 민법 제1026조 제1호에 따라 상속인들이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인정된다. 이로 인해 ‘제한없이 피상속인의 권리의무를 승계’하게 된다. 진정으로 상속을 포기하거나 한정승인을 할 의사가 있다면, 법원의 심판 고지가 있기 전까지 상속재산을 처분해서는 아니 됨을 유의해야 한다.

심갑보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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