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GM, 불건전한 노사관계가 비리 키웠다

한국지엠(GM)의 사내 비리가 추악하다. 사측 임원과 거대 귀족 노조 간부들의 10여년 간 이어져온 잘못된 관행과 제도에서 비롯된 고약한 비리 사슬이 검찰 수사로 밝혀졌다. 작년 5월부터 한국지엠의 정규직 채용 장사 및 납품 비리를 수사해온 검찰은 최근 수사를 마무리하고 적발한 비리 연루자 31명을 재판에 넘겼다.

인천지검특수부는 한국지엠의 협력업체 소속 비정규 직원들을 정규직원으로 고용하는 ‘발탁 채용’ 과정에서 노조 관계자 등으로부터 돈을 받고 지원자의 평가 점수를 조작, 합격시킨 노사 부문 부사장 A씨(58)와 상무 등 전·현직 임원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또 뒷돈을 받고 정규직 채용을 도운 금속노조 GM 지부장 B씨(46)등 전·현직 노조 간부 17명과 생산직 직원·기타 9명 등 26명을 구속(9명) 또는 불구속 기소(17명)했다. 검찰은 장기 수사의 부작용 최소화를 위해 작년 11월부터 두 달 동안 이례적인 자수기간을 설정 ‘되도록 처벌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달고 브로커에게 돈을 준 사람 42명의 자수를 유도하기도 했다.

‘발탁 채용’은 한국지엠이 1차 협력업체 직원 중 일부를 면접과 인성 검사 등 절차를 거쳐 정규직으로 뽑는 제도다. 공채와 별개로 이뤄지는 일종의 수시 채용이다. 그런데 경영자 고유 권한인 직원 채용에 노조가 관여, 발탁 채용 대상을 사측에 추천하는 관행이 채용 비리가 끼어들 빌미가 됐다. 사측이 노조에 발탁 채용 대상 추천권을 부여한 건 임·단협 등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미끼다. 노조에 추천권을 주고 비리를 묵인한 거다.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바뀌면 우선 고용이 안정된다. 연봉은 거의 2배 이상 늘고, 각종 수당이나 자녀 학자금 지원 등의 복지 혜택도 늘어난다. 하지만 정상적인 방법으론 정규직 되기가 어려워 지원자들은 브로커를 통해 노조 간부들에게 뒷돈을 주는 불법행위가 자행되고 있었던 거다. 힘없는 근로자들이 노조의 보호는커녕 채용 장사의 먹잇감이 된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2012~2016년에 발탁 채용으로 한국지엠 정규직에 합격한 사람은 모두 346명이다. 이 중 123명(35.5%)이 성적 조작을 통해 합격했다. 취업 브로커들은 지원자 123명으로부터 1인당 2천~3천만원씩 모두 11억5천200만원을 받았다. 이 중 8억7천300만원(75.7%)을 노조 핵심 간부 17명이 챙겼다. 특히 전 노조 지부장 C씨(55)는 집 화장실 천장에 4억원, 차에 5천만원의 현금을 숨겼다가 검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그의 비리 행각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채용 장사는 공정·경쟁을 저해하고 계층 갈등을 조장하는 반사회적 범죄로 반드시 척결돼야 한다. 노사는 기업 차원에서 건전한 노사관계를 새로 정립하고 비리가 움틀 수 있는 모든 악폐를 제거하는 쇄신책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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