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천시 예산 조기집행, 실효성이 중요하다

우리 경제 위기가 심각한 수준이다. 인천시가 올해 1조4천억원의 예산을 조기집행하기로 한 건 위기의 경제를 살리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이해된다. 소비심리가 얼어붙고 탄핵 정국으로 인한 정치적 혼란까지 겹쳐 우리 경제의 앞날이 극히 불투명해진 상태다. 특히 대기업들에 대한 수사가 상반기 내내 이어질 전망이어서 기업들이 투자계획도 세우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올 경제 성장 전망치를 종전 3.0%에서 2.6%로 하향 조정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이후 처음이다. 정부와 인천시는 올 1분기가 한 해 성장률을 좌우하는 시기가 될 걸로 보고 가용 재정 자원을 1분기에 쏟아부을 계획이다. 정부는 올해 집행할 예산 280조원 중에서 31%인 87조원을, 인천시는 행정자치부 지침인 올 집행예산 5조4천억원의 26%(1조4천억원)를 1·4분기 중에 집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정부와 인천시가 예산을 조기집행, 돈을 푼다고 모든 경제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경제가 더 어려워질 때를 대비해 여력을 비축해둬야 한다는 주장도 없지 않고, 일리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경제 사정은 예산을 평상시대로 집행하거나 긴축재정을 유지해도 서민 경제가 온전할 수 있는 고도성장기가 아니다. 경제가 저성장의 터널에 갇힌 채 수출·내수·투자가 동반 위축되고 있다. 고용시장은 아예 얼어붙었다. 결국 정부와 지자체가 예산을 조기집행 하는 등 비상구를 뚫어야 하는 급박한 시기다.

따라서 인천시는 경기 파급효과가 큰 하도급 대금이나 일자리 분야 등에 돈을 조기에 풀면 시민들의 어려움을 어느 정도 해소시키게 될 걸로 기대하고 있다. 또 하강 국면에 접어든 건설업계의 시설 건설비 및 부대비 예산을 조기집행 함으로써 침체된 건설 경기 부양에 큰 도움이 될 걸로 보고 있다. 시는 이 밖에 복지제도 시행경비·국립대학 운영비·연구 용역비·민간 위탁금·기초자치단체 교부금도 조기집행 한다. 문제는 시책의 실효성이 중요한 만큼 예산을 제대로 집행, 현장에 돈이 돌게 해야 한다.

예산 조기집행 시책을 추진하면서 중앙정부가 유념해야 할 점도 있다. 아무리 경기 회복이라는 국가적 현안이 타당하다 해도 일선 지자체에 변칙적인 예산 집행 강요가 있어선 안 된다. 재정 조기집행 대상을 선정하면서 집행시기가 정해져 있어 기간을 앞당길 수 없는 인건비나 교육비 전출금 등을 포함시켜선 안 된다. 일선 지자체의 의견을 묻지도 않고 지자체가 처한 재정 사정을 무시한 일률적 지시로 지방자치의 본령인 자율권을 침해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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