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4차 산업혁명은 종말의 시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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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라스베이가스에서는 세계 최대 전자 쇼인 CES가 열렸다. 원래 가전 쇼였는데 이제는 컴퓨터는 물론이고 자동차도 전시되는 쇼가 되었다. 진화는 원래 복잡해지고 고도화되며, 종류는 단순해지는 방향으로 진행되기 마련인데, 첨단 기술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가전제품과 컴퓨터 그리고 자동차 등이 융합되고 거대한 플랫폼으로 단순화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각종 기기들은 인터넷에 연결되고 인공지능으로 무장하고 마치 사람처럼 소통하려고 한다.

 

이번 출장 길에 꼭 타보고 싶었던 전기자동차인 테슬라의 모델S를 시승할 기회가 있었다. 성능은 말할 것도 없이 훌륭했다. 시승 중에 자율주행이 가능한 지 물었더니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기다리고 있다는 대답을 들었다. 자동차의 기능을 소프트웨어 다운로드로 구현하다니 전기차를 ‘바퀴달린 컴퓨터’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냉장고나 TV, 집안의 전등이나 커튼 같은 것도 인터넷과 연결되고 알렉사(Alexa)와 같은 음성인식 플랫폼을 통해 한 두가지 일밖에 못하던 머슴에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머슴이 되어간다. 스마트폰에 수많은 앱이 내재화된 것처럼 이제 가전제품도 그렇게 되어가는 것이다.

 

걱정스러운 점은 이 머슴들의 지적, 육체적 그리고 감각적인 능력이 우리 주인들보다 월등하게 우수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주인이 머슴을 부리는 건지 아니면 머슴이 주인을 통제하게 되는 건지 분간하기 힘든 상황이 아주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공포스러운 일이다.

 

이런 머슴들의 괄목할만한 진화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그들이 우리의 지적수준을 뛰어넘는 판단을 하고, 몇 십 배의 힘을 자랑하며 우리 일자리를 빼앗아 갈 때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결국 그들에 의해 쓸모없는 퇴물이 되어 지구 상에서 사라진 수많은 종처럼 퇴출되는 비극을 맞이하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우마차 다루듯 자동차를 다룰 수는 없다. 열심히 공부하고, 많은 돈을 벌어서 행복하게 살겠다는 지금의 성공방정식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교육으로는 로봇과 일자리를 놓고 싸워야 한다. 결코 이길 수 없는 싸움이다. 또한 이렇게 많은 로봇의 도움을 받으면 받을수록 게으르고 무기력하며 의존적이 되어 결국 영혼마저 빼앗긴 좀비가 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을 바라만 볼 수 없다. 기계 머슴보다 영적으로 성숙한 인간으로 거듭 태어나야만 한다. 따라서 교육부터 사회시스템까지 로봇이 아닌 성숙한 인간이 될 수 있도록 완전히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 철학과 인성으로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는 자존적 인간이 될 때 기계 머슴과 차별화될 수 있을 것이다.

 

로봇이 정치를 하고, 진료를 하고, 변론을 하고, 물건을 만드는 것이 바로 코앞에 다가 왔다. 그때는 너나 할 것 없이 싸잡아 밀려날 것이 뻔하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침몰하는 배 안에서 일등석을 차지하려고 싸우는 것만큼이나 무의미한 짓을 하고 있는 정치권을 비롯한 우리의 모습이 참으로 답답하고 한심하기 짝이 없다.

 

전하진 썬빌리지포럼의장·前 한글과컴퓨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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