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기초자치단체들의 기류가 새해 벽두부터 심상찮다. 기초단체들은 해마다 연초에 연례적으로 실시해온 유정복 인천시장의 일선 군·구 연두방문이 실효성도 없는 보여주기식 행사라며 무용론을 제기하고 나서 주목되고 있다. 일부 기초단체들은 시장의 연두방문이 행정력만 낭비할 뿐이라며 아예 시장의 현지 방문 거부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유 시장은 오는 2월 17일 연수구를 시작으로 28일까지 10개 군·구를 방문해 단체장들로부터 각 지역 현안 설명을 듣고, 주민 의견 수렴에 나선다. 유 시장은 올해도 예년처럼 각 기초단체별로 주민 100~200명이 참여하는 원탁회의를 열어 주민들과 폭 넓은 소통 행보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요즘 세간의 화두가 대화 소통임을 감안하면 매우 긍정적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군·구 관계자들은 이 같은 유 시장의 연두방문이 형식적이어서 현안 해결엔 도움이 안 되는 이벤트성 행사에 그치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기초단체들은 연두방문한 유 시장에게 수십 개의 현안 및 건의 사항을 전달했지만, 실제로 해결된 건 거의 없다는 거다. A구청 관계자는 올해도 “바쁜 주민들만 초대해놓고 현안 해결 없는 전시성행사에 그칠 거면 시장이 일부러 방문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원탁회의에 참석했던 한 주민도 “시장이 지역 현안을 해결해준다며 요란만 떨었지 성과는 없었다며 기대가 사라지는 순간 실망이 컸다”고 말했다.
B구청 관계자도 행사준비와 진행 그리고 뒤처리까지 해야 하는 일선 기초단체로선 시장 연두방문이 현안 해결은커녕 행정력만 낭비하는 전시행사로 전락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렇긴 해도 어느 상황이 됐든 시장과 주민 간 대화와 소통은 필요하다. 특히 요즘처럼 대화와 소통의 중요성이 강조된 적도 없다. 세인들은 오늘날 박근혜 대통령이 겪는 탄핵소추 등 고난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국민과의 소통부재와 불통에 있었음을 단언하고 있다.
그런데도 기초단체들이 시장과 지역민과의 소통 결과가 당장 나타나지 않는다고 평가절하 하는 건 옳지 않다. 대화를 통해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힌다면 그 것만으로도 유익한 거다. 인천시는 기초단체의 주장과 달리 지난해 일선 군·구와 주민이 제시한 113개 건의 중 93%가 정상 처리 중이거나 종료됐다고 밝히고 있다. 이 같은 인식 차는 인천시가 일선 군·구와 문제 해결의 성과를 공감·공유하지 못했기 때문일 거다. 결국 이 또한 소통 부족의 결과다. 시정은 시장과 시 공무원들이 주민 여론을 반영, 시의 장기적 미래를 내다보면서 전략을 설정하고 그에 따른 단기적 시책을 입안하여 실행하는 거다. 이를 위한 필수 요건이 소통이다. 소통 방식에 문제가 있다면 이를 개선해야지 아예 없애는 건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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