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처칠 수상이 와인을 좋아한다고 알려져 있어 런던에 주재하는 각국 대사들은 자국의 와인을 연말연시 선물로 수상실에 보냈다고 한다. 어느 날 외교단 리셉션에 참석한 처칠 수상이 영국주재 이탈리아 대사에게 다가와 보내준 와인이 좋았다고 감사표시를 했다.
이탈리아 대사는 예전과 같은 와인을 선물로 보냈는데 왜 그럴까 의아하게 생각하면서 연유를 알아보았다. 사실인즉 처칠 수상이 언급한 와인은 베가 시실리아(Vega scilia)라는 스페인에서 생산한 와인으로 스페인 대사가 선물한 것이었다. 처칠 수상이 와인 이름에 시실리아가 들어가 있어 착각한 것이다. 그 이후 베가 시실리아는 명품와인으로 더욱 명성을 높이고 있다.
선물의 유래는 어디에서 시작했을까? 여러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필자는 동방박사가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황금, 유황, 몰약을 선물한 것이 가장 오랜 선물의 유래가 아닐까 생각한다. 선물 관련해서 재미있는 과거 경험을 몇 가지 더 소개한다.
이명박 대통령 당시 일이다. 한미 정상이 2008년 4월 캠프 데이비드 별장에서 처음 회동할 때 부시 대통령에 대한 선물을 어떤 것으로 할지에 대해 한국 참모진들은 고민이 많았다. 그렇게 고민 끝에 고른 선물로 고려시대 전통 활인 각궁을 부시 대통령에게 그리고 백자 커피잔 세트를 로라 여사에게 각각 선물했다. 하지만 그 당시 선물의 백미는 다름 아닌 부시 대통령 애완견인 ‘바니’에게 개 목걸이를 선물한 것이다.
로라 부시여사가 상당히 흡족해했다고 한다. 당시 관계자에 따르면 개 목걸이를 국내에서 구입할 수 없어서 워싱턴에서 구입해서 준비했다고 한다. 또 하나의 경우는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 11월 방한했을 당시 선물 선정과 관련된 에피소드이다.
고민 끝에 결국 태권도복을 준비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과거 일리노이주 상원의원 시절 태권도를 즐겨 배웠던 점에 착안해 태권도복과 명예 유단자 증서를 선물로 증정했는데 선물을 받은 오바마 대통령이 환하게 웃으면서 태권도의 정권 찌르기 자세를 시현해 보였다. 그 사진이 다음날 온통 신문을 장식했던 기억이 난다.
연말연시가 되면 선물과 관련해서 생각나는 소설이 있다. 오 헨리의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는 단편소설이다. 가난한 부부인 짐과 델라는 서로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을 위해 자신들이 아끼던 시계를 팔아 머리빗을, 그리고 긴 머리채를 잘라 시곗줄을 각각 선물한다.
선물의 효용성은 없어졌지만 서로는 상대방의 마음에 감사하고 서로 행복해한다는 내용이다. 선물에는 주는 사람의 정성과 마음이 담겨 있어야 한다. 이런 선물 하나가 상대방을 감동시키면 우리도 함께 행복해진다.
김상일 道 국제관계대사·前 주시카고 총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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