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는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객관적 정보를 토대로 옳고 그름, 진실과 거짓에 대한 다중(多衆)의 의견이 만들어진다. 이것이 여론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여론도 객관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형성되고 있는가? 필자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옥스퍼드사전이 2016년 단어로 선정한 ‘post-truth’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post-truth’, 즉 ‘탈(脫)진실’은 ‘여론이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생각이나 판단에 의해 형성되는 것’을 의미한다. 탈진실 사회에서는 정보의 객관성과 책임성은 사라졌고 ‘~라 카더라’가 여론을 만든다.
그 예로 영국의 EU이탈, 미국 대통령선거, 아니 멀리서 찾을 필요 없이 ‘최순실국정농단’등을 들 수 있다. 그렇다면 왜 객관적 정보가 아닌, 검증되지 않은 사실과 주관적 판단이 여론형성의 주요인이 되는 것일까? 왜 진실보다 탈진실이 여론형성에 더 큰 영향력을 미치는가?
첫째, 정치적 포퓰리즘 때문이다. 사안의 사실성이나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보다는 당파적 또는 개인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왜곡과 선동, 조작과 기만을 일삼는 포퓰리즘이 탈진실사회를 부추긴다.
둘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가벼움 때문이다. 다양한 정보를 신속하게 공유하고 확산시키는 SNS는 사실 여부에 대해 묻지 않는다. 아니 묻는 것 자체가 이미 촌스러움이다. SNS상에서 사실여부의 확인은 진부한 것이고 단순명료함만이 소통된다. 진지함 대신 가벼움이 차지한 SNS공간이 우리를 탈진실 사회로 이끈다.
셋째, 그동안 (올바른)여론 형성에 기여했던 언론이 요즘은 유감스럽게도 탈진실 사회를 부추기는 요소가 되고 있다. 언론은 객관적인 정보(기사)와 사안에 대한 가치판단(논평)기준을 제공한다. 그만큼 언론의 사회적 책임은 크고 또한 그래서 우리는 언론을 신뢰한다. 그럼 현대사회 언론은 이러한 책임성과 신뢰성을 지니고 있는가? 종편 등 다양한 채널의 등장으로 생존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부 언론은 거의 뉴스(fact)를 드라마(fiction)처럼 보도한다. 시청자는 허구(fiction)를 사실(fact)이라고 믿는다. 여기서 탈진실이 만들어진다.
정치·SNS·언론! 당연히 사회 발전을 위해 필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이들은 지난 몇 달 동안 가뜩이나 혼란스런 우리를 더 큰 혼돈으로 빠뜨렸다. 이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우리 사회가 탈진실사회로 가는 것을 막는 것, 그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새로운 과제이자 사회적 책임이다.
새해 소망을 빌어본다. 새해에는 우리사회가 탈진실사회를 벗어나 사실과 진실이 통하는 신뢰사회가 되게 하소서!
최순종 경기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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