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과 항만 근무자에 대한 검문·검색이 소홀한 인천항이 금괴밀수 루트로 악용되고 있다. 인천세관본부는 지난해 12월 26일 중국에서 인천으로 오는 정기 화물여객선을 통해 금괴 수백㎏을 밀수입한 국제 금괴밀수 조직을 적발, 밀수총책 S씨(35) 등 6명을 구속, 인천지검에 이첩했다. 이들은 2015년 11월부터 2016년 11월까지 14차례에 걸쳐 금괴 423㎏(싯가 200억원 상당)을 국내로 들여온 걸로 조사됐다. 이번 금괴 밀수는 단일 사건으론 인천항 개항 이래 최대 규모다.
이들은 인천항의 금속 탐지 검문·검색 시스템을 피하기 위해 상시 출입증을 소지하고 비교적 보안구역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선원과 선박회사 간부를 범행에 끌어들였다. 화물여객선 J씨(49)가 중국 총책으로부터 받은 금괴를 배에 실으면 같은 선원 D씨(49)가 선실 옷장에 넣어 인천항까지 운반했다. 인천항 입항 후엔 선박회사 과장인 K씨(41)와 P씨(36)가 금괴를 받아 금속 탐지대를 통과, 인천항 밖으로 빼돌렸다.
상시 출입증을 갖고 보안구역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이들이 금속 탐지대 통과 때 경고음이 울리더라도 이들에 대해 추가 검색을 하지 않는 점을 악용한 거다. 밀수꾼들은 중국에서 환치기나 불법도박 사이트·보이스 피싱 등으로 벌어들인 불법자금을 부피가 작고 환금성이 좋은 금괴로 바꿔 밀수한 걸로 드러났다. 이들은 1㎏ 짜리 금괴 30~40개를 담을 수 있게 만든 특수 조끼를 입고 운반했다. 이들은 정상적인 통관 절차를 거치지 않아 관세 3%, 부가가치세 10% 등 15억3천여만원의 세금을 포탈했다.
또 인천지검 외사부는 지난 12월 6일 국제 금괴 밀수조직 6명 중 한국 총책 A씨(56) 등 5명을 구속기소하고, 중국 총책 중국인 B씨(41)를 지명 수배했다. A씨 등은 지난 2014년 4월부터 2015년 4월까지 중국 웨이하이항에서 B씨가 전달한 1㎏ 짜리 금괴 143개(66억원 상당)를 18차례에 걸쳐 국내로 들여온 혐의다. 이번에 붙잡힌 일당 중엔 역시 정기 화물여객선 선원과 인천항 항만 근무자가 포함됐다. 중국 총책 B씨로부터 받은 금괴를 화물여객선 갑판장 C씨(49)가 특수 조끼에 숨겨 인천항을 하선, 금속 탐지대를 통과하는 등 똑같은 수법을 썼다. 이들의 금괴 밀수는 시세 차익을 노린 걸로 1㎏당 약 200~300만원의 차익을 올렸다, 뿐만 아니라 5억7천만원의 세금도 포탈했다. 이처럼 선원 등 항만 근로자들이 버젓이 금괴를 숨겨 금속 탐지대를 무시로 드나든 거다. 상황이 이러니 이번에 적발된 밀수가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른다. 선원이나 항만 근무자들도 예외 없이 보안검색을 강화하는 시스템 보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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