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순실 게이트 사과한 유정복 시장의 과제

친박 유정복 인천시장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공식 사과했다. 지난 연말 지역 언론과의 공동 신년 인터뷰에서다. 그는 “박근혜 정부에서 장관직 등 중심적 역할을 한 정치인으로서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고통 받는 시민에게 진심으로 죄송스럽다”고 사과했다. 유 시장이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시민에게 공식 사과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2006년 당시 박근혜 의원이 당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으며, 박근혜 정부 때 안전행자부 장관을 역임했다. 그의 사과는 때 늦었지만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당연한 반성이다. 박근혜 정부 4년 동안 당과 청와대의 책임 있는 자리에 있으면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해 대통령을 탄핵 소추에 이르게 하고도 반성하는 정치인들이 하나도 없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대통령을 등에 업고 호가호위한 친박 정치인들의 무반성·무책임 행태가 괘씸하다.

유 시장은 이날 “내가 친박으로 분류되는 건 당연한 걸로 인정하고 있으며, 새누리당을 탈당할 계획은 현재로선 없다”고 했다. 유 시장의 탈당 여부는 전적으로 그의 정치적 자유다. 하지만 이젠 보수정당이 더 이상 특정 인물에 좌지우지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유 시장은 인식해야 한다. 보수적 가치를 중심축으로 삼아야지, 친박·친이(친이명박)나 대선 주자를 중심으로 뭉치면 결국 사당화와 인치를 벗어날 수 없다. 친박은 한국 정당사상 처음 박근혜라는 특정 이름을 앞세워 정당을 조직했다는 점에서 생태적으로 문제 있는 정치집단이다.

유 시장은 또 “박 대통령 주변의 모든 세력에게 메카니즘식으로 비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친박이라고 해서 일괄적인 비난은 옳지 않다는 거다. 하지만 사태가 이 지경이 된 상황에서 친박 개개인의 선별적 평가는 무의미하다. 나만은 예외라며 뒤로 빼는 책임 회피는 비겁하다. 친박 울타리 안의 정치인들은 누구나 구별 없이 당당히 포괄적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이것이 책임 정치인이 가져야할 최소한의 윤리 의식이다.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로 인천과 관련한 박 대통령의 공약이 실현될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인천경제자유구역 활성화 및 접근성 제고, 아라뱃길 활성화 및 주변 개발을 통한 물류거점 조성, 제3연륙교 건설, 구도심 거점중심 개발 지원 등 공약 실현은 사실상 무산됐다. 앞으로 이런 현안들의 해결 여부는 힘 있는 시장을 자처해온 유 시장의 역량을 가늠 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유 시장은 국가적 위기를 맞은 이때 괜히 중앙 정치를 기웃거리며 한눈팔지 말고, 자치단체 차원의 국정공백 최소화와 민생 안정 등 시정에 전념해야 한다. 아울러 이런 때일수록 공직사회 분위기가 흐트러지지 않게 공직기강도 다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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