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재료의 자부심… 맛·정성으로 통했죠”
언제먹어도 맛있지만 추운 겨울에 더 생각나는 ‘국민 별미’ 곱창집이다. 곱창은 특유의 고소한 맛을 즐길 수 있어 부담 없는 술안주로는 물론 남녀 노소 한끼 식사로도 제 격이다.
저마다의 취향에 따라 매콤한 소스에 찍어 먹거나, 부추를 가득 올려 아삭한 식감으로 즐기는 등 곱창의 매력은 무궁무진하다.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에 가면 고소한 곱창 굽는 냄새가 골목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 곳이 있는데 바로 야탑동의 명물 ‘곰바우양곱창’이 그 곳이다.
저렴한 가격과 푸짐한 양은 물론 인심좋은 서비스로도 유명한 이 곳은 곱창만큼이나 유명한 것이 또있다. 바로 부모님을 도와 ‘곰바우양곱창’을 최고의 맛집으로 키워낸 가업승계자 임민석(32)씨다.
■ 학창시절부터 음식만 생각해온 ‘요식업 꿈나무’
바쁜 점심시간이 지나고 오후 두 시쯤 한가한 시간에 가게를 찾았으나 임민석씨는 오후 영업 준비로 분주했다. 곱창과 야채가 새로 들어오자 꼼꼼히 물건을 체크하던 그는 물건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았다. “지금이 한가한 시간 같지만 제일 중요한 시간이다.
저녁 영업이 그날 매출에서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준비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하루 장사 망치는 것은 다반사다” 어느 정도 물건 확인을 끝낸 임민석씨는 어떻게 젊은 나이에 요식업에 관심을 갖게 됐냐는 질문에 “부모님이 초등학교 때부터 식당을 해오셨다.
공부를 잘하던 형과 달리 저는 부모님을 도와드려야 한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라며 “하루라도 빨리 졸업해서 부모님을 도와 가게를 꾸려 나가는 것이 어릴적 꿈이었다”고 말했다.
가게 영업에 도움이 될까 이과에서 문과의 경영학으로 전공까지 바꾼 그는 군대 제대후 본격적으로 ‘요식업 꿈나무’가 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먼저 대형 일식집에서 1년 정도 일하면서 음식점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감을 잡고 난 후, 다른 업종인 파스타 가게에 취직해 이탈리아 음식에 대해서도 공부했다.
또 복집에서 활복을 다루는 법과 신선한 재료 관리법에 대해 경험했고, 대형 프랜차이즈 음식점에서는 철저한 재고관리와 청결함, 고객상대 서비스 등을 배웠다. 임 씨는 그때 다양한 음식점에서 일한 경험이 현재의 성공을 가져온 가장 큰 밑천이자 재산이었다고 강조했다. 어릴적부터 요식업만 생각해 온 그는 뼛속까지 음식점 사장이었다.
■ 업종 수차례 변경 끝 찾은 ‘맞는 옷’
곰바우양곱창을 찾아온 손님들은 한 번만 오는 경우가 거의 없다. 처음 방문해서는 푸짐한 양에 놀라고, 두 번째는 곱창과 반찬의 맛에 놀라며, 세 번째는 저렴한 가격과 사장님의 인심좋은 서비스에 놀란다. 곱창모듬 1인분을 시킬 경우 곱창, 대창, 막창, 염통 네가지를 모두 제공하는데 양이 어마어마하다.
한우 소곱창을 이렇게 저렴하게 손님상에 내어놓을 수 있는 비결에 대해 그는 “간단하다. 우리는 매일 최상품의 한우곱창을 충북 음성에 있는 도축장에서 직접 거래해 받고 있다”며 “배송비를 우리가 매일 부담하고 있지만 그래도 유통업체를 끼고 거래하는 것보다 훨씬 더 저렴하다. 유통과정을 줄인 것이 가격경쟁력의 핵심이다”라고 밝혔다.
사실 곱창집을 시작하기전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난 2005년부터 고깃집, 조개찜, 쭈꾸미 볶음 등 업종을 여러차례 바꿔보았지만 가게 사정이 나아지지 않자 임민석씨와 그의 부모님은 지난 2011년부터 곱창가게를 시작했다. 그는 “자기한테 꼭 맞고 편한 옷이 있듯이 가게도 자기한테 꼭 맞는 업종이 있는 것 같다. 그전에는 그렇게 장사가 잘 안되더니 곱창으로 업종을 바꾸자 손님이 몰려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 집은 곱창외에도 다양한 메뉴들이 사랑받고 있는데 인기 메뉴로 곱창전골과 김치 날치알 볶음밥, 갈비꽃살 등이 있다. 곱창전골은 기름기 있는 곱창을 먹고 나서 다소 느끼하거나 속이 거북하다고 느끼는 손님을 위해 개발한 메뉴로, 얼큰하고 시원한 국물과 깊은 맛으로 특히 애주가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곱창을 먹으면 꼭 먹게 되는 필수코스인 볶음밥의 경우 ‘볶음밥을 먹기 위해 곱창을 먹는다’는 손님들까지 있을 정도다. 이 밖에 곱창을 못먹는 어린이나 노약자들을 위한 소갈빗살도 높은 매출을 올리는 효자 메뉴중 하나다. 이처럼 맛과 양, 서비스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아 손님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이른바 대박음식점이 탄생했다.
임민석씨 가게는 현재 평균 하루 매출 250-300만원, 월매출 7천-8천만원 정도를 올리며 소문난 맛집으로 인정받고 있다.
최근에는 부모님을 도와 가게를 성공적으로 자리잡게 한점을 인정받아 경기도와 경기도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에서 선정하는 도내 소상공인 가업승계 우수업체로 선정되는 기쁨을 안았다. 선정된 10개업체 중 요식업은 임민석씨의 곱창가게를 포함, 단 두 개 업체로 나머지는 다 제조업과 관련된 업체들이었다.
쟁쟁한 경쟁상대를 물리치고 선정된 이유에 대해 묻자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그는 “내가 이번에 선정된 가장 큰 이유는 심사위원들에게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할 말을 다한 것이 주요했다”라며 “PPT 발표와 토론 중에 소스 개발과 신메뉴 개발 등이 중요하지 않냐는 심사위원의 질문이 계속 나왔다. 그러나 나는 단호하게 ‘아니오’라고 대답했다.
매장에서 손님들의 반응을 수없이 지켜봐왔지만 곱창의 맛은 소스보다는 곱창의 품질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아울러 “신메뉴 개발도 마찬가지다. 음식점에서 이 메뉴 저 메뉴를 올려놓기 시작하면 손님들의 신뢰가 떨어지기 쉽다. 차라리 그럴바에는 자신있는 메뉴 한 두가지에 주력해 품질과 서비스를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사의 기본은 새로운 손님을 모시는 것도 중요하지만 단골손님을 계속 오시게끔 하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결국 음식점의 성공 여부는 오신 손님들이 만족해야 입소문이 퍼져 다른 손님들도 찾게 된다는 것이다. 그에게 메뉴개발, 가게 확장보다 중요한 것은 ‘맛과 서비스’ 기본을 지키는 뚝심이었다.
■ 곱창은 ‘꿈이자 인생’
임민석씨는 부모님과 함께 1년 365일을 매일 함께 일하고 있다. 그는 부모님에 대해 “평생 가게를 운영하시면서 고생만 하셨다.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더 이를 악물고 일한다”라며 “사실 부모님과 함께 일하니 좋은 점도 많지만 어려운 점이 더 많다. 여기서는 부모님이기 이전에 직장 상사이시지 않나.
가끔 혼도 나고 트러블이 생길때도 있지만 누구보다 훌륭한 선생님이자 스승이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고 속내를 밝혔다. 가업승계에 대해서는 “거창하게 가업승계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그냥 좋아서 하는 것이고 어렸을때부터 부모님을 도와야겠다는 생각 하나로 시작했다. 이제는 부모님이 나이가 드셔서 힘들어하시는데 부모님 몫까지 두 배로 일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또다른 도약을 위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그 첫 번째가 바로 곱창의 냉동포장 택배판매이다. 곱창을 초벌구이 한 뒤 냉동 진공포장하고 다른 부산물도 양념해 냉동 진공포장을 통해 온라인판매를 추진하는 것이다. 매장에서의 맛과 품질만을 유지할 수 있다면 성공가능성을 높게 판단하고 있다. 또 다른 목표는 2호점 오픈이다. 그러나 직영이 아니라 이름만 빌려주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기에 직영2호점을 준비하고 있다.
임민석씨는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 가게를 잘 운영하는 것이다. 매일 찾아오는 손님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무슨 의미가 있나. 곱창은 나의 ‘미래’이자 ‘꿈’이다. 가업승계 우수업체라는 자랑스러운 타이틀에 걸맞게 곱창에서는 최고가 되기 위해 더 열심히 뛰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광호기자/사진=전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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