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비주류 의원 탈당… 보수층 흡수 경쟁 치열
합종연횡 잠룡들 ‘정계개편 핵’ 반기문 행보에 촉각
더민주, 연일 비판공세… 박지원은 孫·潘에 러브콜
‘2여2야’ 대결 보다 ‘보수對진보對중도’ 가능성 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결과에 따라 조기 대선 실시 여부가 최종 결정되겠지만 개혁보수신당의 움직임과 반 전 사무총장 거취가 올해 대선구도의 가장 큰 변수로 부각될 전망이다.
특히 제4교섭단체의 출현은 다당제 체제의 전환을 알리는 것이며 정계개편과 여야 대선 잠룡간 합종연횡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대선구도 빅뱅의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다.
■ 새누리당과 보수 신당, 반기문의 선택
개혁보수신당을 추진하고 있는 옛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들은 집단 탈당이라는 표현보다 ‘분당’이라는 표현을 썼다.
정병국 창당준비위원장(5선·여주·양평)은 “탈당이라고 하면 그 당이 지향하는 가치하고 맞지 않아서 나오는 경우”라면서 “저희는 새누리당 정강정책이나 구현하고자 하는 이념이 달라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그것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가짜 보수고 사당화하고 있기 때문에 그 사람들하고는 같이 할 수 없다 해서 갈라 선 것”이라며 “그래서 분당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누리당은 친박(친 박근혜) 패권주의의 ‘가짜 보수’이고, 신당이 ‘진짜 보수’라며 “개혁적인 보수 신당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신당은 지향하는 핵심 가치를 ‘깨끗한 보수·따뜻한 보수’로 정했다.
신당이 분당을 강조함에 따라 새누리당과 신당 간 보수층 흡수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신당은 새누리당에 비해 의원 수가 훨씬 적지만 주요 대선주자들의 비중은 신당에 쏠려 있다. 반 전 사무총장을 제외하고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원희룡 제주지사 등이 신당 쪽인 데 비해 새누리당은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원유철 의원(5선·평택갑) 등을 들 수 있다.
관건은 반 전 사무총장이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새누리당은 인명진 목사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하면서 혁신적인 모습을 보이기 위해 힘쓰고 있고 신당 역시 개혁을 강조하며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반 전 사무총장은 양쪽 중 더 혁신적, 개혁적인 곳과 손잡고 대선 정국에 뛰어들 가능성이 크다.
인명진 비대위원장(충남 당진 출신)과 정우택 원내대표(4선· 충북 청주 상당) 등 충청권 출신들이 지도부를 대거 장악한 새누리당은 대부분의 충청 의원들이 당에 남아 있지만 반 전 사무총장의 거취에 따라 잔류와 신당행 중 선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새누리당도 반 전 사무총장의 거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면 신당의 유승민 의원은 지난해 12월25일 지역구 설명회에서 “(반 전 사무총장이) ‘개혁보수신당’에 합류할 것을 100% 확신한다”면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남경필 경기지사 등과 함께 공정한 경선 과정을 거쳐 ‘개혁보수신당’이 대선에서 반드시 승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올 상반기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와 특검, 헌재의 박 대통령 탄핵심판 등의 결론이 잇따라 나는 점을 감안하면 반 전 사무총장은 당분간 독자노선을 걸으며 정국 추이를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
개혁보수신당과 반 전 사무총장의 등장에 따른 야당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연일 신당과 반 전 사무총장을 평가절하하며 비판공세 수위를 높여가는 중이다.
추미애 대표는 개혁보수신당에 대해 “새누리당이 친박이든 비박(비 박근혜)이든 함께해서 정치세력을 만들었던 것”이라면서 “이제 와서 비박 의원들이 탈당하고 꼬리 자르기를 한다고 해서 결코 그 면죄부가 주어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반 전 사무총장에 대해서도 “불과 몇 달 전만 하더라도 친박 세력의 반기문 대망론으로 부패의 기득권 연장에 손들어주면서 의기양양했던 분이 아니었느냐”고 평가절하했다.
반면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충청 출신인 반 전 사무총장과 손잡는 ‘뉴 DJP 연합’을 거론하며 “우리 정체성을 인정하고 들어와서 함께 강한 경선을 하면 좋겠다”며 러브콜을 던졌다.
박 원내대표는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에게도 러브콜을 하고 있다. 손 전 대표가 제7공화국을 열어갈 ‘국민주권개혁회의’ 창당을 준비하고 있지만 개헌을 고리로 국민의당과 손잡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국민의당이 이처럼 대선 잠룡들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는 ‘제3지대’를 키우기 위해서다. ‘제3지대’는 새누리당 친박과 민주당 친문(친 문재인)에 대응하는 정치세력을 가리키는 의미로, 박 원내대표는 “국민의당이 제3지대”라고 주장한다.
박 원내대표가 ‘개헌’을 고리로 제3지대를 넓혀나가려는 가운데 안철수 전 대표는 ‘(대선) 결선투표’를 제안하며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결선투표제는 대선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1,2위 후보 두 명을 놓고 다시 선거를 치르는 제도이다. 안 전 대표는 “차기 대통령은 50% 이상의 국민동의를 얻어서 당선돼야 한다”면서 이를 제안했다. 안 전 대표가 주장하자 박원순 서울시장 등 민주당 비문(비 문재인) 대선주자들도 공감을 표하고 나섰다.
‘결선투표’는 ‘개헌’과 함께 민주당 문 전 대표를 압박하는 카드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보여준다. 문 전 대표는 결선투표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개헌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 대선에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안 전 대표와 정의당 심상정 대표(고양갑) 등은 “헌법 조문에는 결선투표를 금지하는 규정이 없으므로 선거법 개정으로도 가능하다”며 반박하는 등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국민의당이 ‘제3지대’ 불을 지피기 위해 힘쓰고 있는 가운데 개혁보수신당은 ‘빅텐트’를 강조하고 나섰다. 신당이 내세우는 ‘중도·개혁 보수 빅텐트’는 기존의 보수성향 지지층에 중도성향 지지층까지 흡수하는 전략으로 ‘제3지대’와는 차이가 있다는 주장이다.
정병국 창당준비위원장은 “저희는 제3지대를 지향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저희가 지향하는 가치와 함께 할 수 있는 분들, 소위 말하는 3지대 영역에 계신 분들이 함께하겠다고 하면 함께 할 의향이 있다”며 “빅텐트 안에 다 모일 수 있도록 문호를 열어 놓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제3지대’와 ‘빅텐트’를 크게 구분하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과 신당에서 보수 후보를 각각 내고, 민주당과 국민의당을 중심으로 한 제3지대가 후보를 각각 내서 4명의 주요 후보가 대결할 확률은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보수·진보’ 후보 간 양자 대결 혹은 ‘보수·진보·중도’ 후보 간 3자 대결구도가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새해 벽두부터 정당 간, 잠룡간 합종연횡 여부가 관심을 끄는 이유다.
김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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