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새로운 시작을 하는 이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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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맞이하는 새해지만 어떤 새해를 맞이할지는 12월경에 결정된다. 특히 대학과 사회에 첫발을 내딛게 되는 학생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어떤 친구들은 자기가 원하는 대학, 원하는 직장에 들어가게 되어 한없이 즐거운 새해를 보내는 반면 어떤 친구들은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좌절감에 시달릴 것이다. 그런데 내 경험에 비추어 보건데 원하는 대학에 들어갔는지 여부와 원하는 직장을 얻었는지 여부는 향후 펼쳐질 이들의 삶의 행복에 대해 반드시 일관성 있는 인과관계를 제공하지 않는다.

 

다들 잘 알고 있는 이솝우화 ‘토끼와 거북이’는 사실 우리들에게 한번 쯤 생각해볼 만한 화두를 던져주고 있다. 나는 우리 학생들에게 거북이가 갖고 있는 ‘좌절극복 능력’에 주목해보라고 하고 싶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거북이는 토끼와의 말도 안 되는 경주에서 얼마나 좌절감을 느꼈을까?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제 갈 길을 감으로써 토끼가 경주 중에 잠시 쉬다가 잠들어 버리는 대운을 맞이하기도 하지 않는가.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토끼들이 있고 하필 이 토끼들은 가다가 쉬거나 졸지도 않는다.

 

이들은 달성해야 할 목표를 너무도 빨리 그것도 너무 쉽게 달성해 버리고는 아무것도 아닌 듯이 담담해 한다. 거북이가 해야 할 일은 토끼를 부러워하고 따라하려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자기의 방식대로 자기의 길을 가는 것이다. 괜히 토끼를 따라하다가는 자신이 거북이인 것이 너무나 비참하고 한탄스럽기까지 할 것이다. 비록 거북이의 성취는 토끼만큼 크고 멋지지는 않을 수 있으나 성취의 과정에서 더 큰 만족과 행복을 느낄 것이다. 이렇게 기대한다면 거북이가 갖고 있는 태생적 능력의 한계가 남의 일 같지 않기 때문일까? 사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현재 자신의 상태에 너무 일희일비하지 말라는 것이다. 현재 잘 안된 것 같이 보이는 일이 시간이 지나면 정말 탁월한 선택일 수도 있다. 현재 자기에게 주어진 대학, 회사의 안락함에 너무 안주할 필요도 없고 너무 실망할 필요도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그 삶의 경주를 어떻게 채워나갈 것이냐 하는 것이다. 우리 삶은 카레이싱이 아닌 관계로 좋은 자동차를 타고 최종 목적지에 빨리 도착해야만 우승하는 것이 아니다. 슬슬 걸어서 주변을 살펴보면서 다른 사람들보다 많이 늦게 목적지에 도착해도 괜찮다. 오히려 그 사이에 더 좋은 분들을 만나고 삶의 지혜가 쌓일 수도 있다. 나도 정보기술의 발전으로 여행을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다는 발표를 하곤 했다. 그런데 “좀 돌아가더라도 여러 사람들과 만나고 주변도 쉬엄쉬엄 둘러보면서 깨닫는 것, 그게 여행 아닌가요?” 하던 어떤 교수님의 말씀에 여행의 목적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본 경험이 있다. 대학이라는 곳에 있으면서 수많은 학생들을 만나고 또 떠나보낸다. 이들이 열정을 잃지 말고 자신만의 꿈과 행복을 찾는 자신만의 삶의 여행을 떠났으면 좋겠다. 먼저 삶의 여행을 떠난 선배 거북이들 중 하나가 큰 박수로 새로운 시작을 하는 이들의 앞날을 축복하고 싶다.

 

정남호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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