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천변호사회 법관평가, 판사 반성 계기돼야

일부 판사들의 막말과 파행적인 재판 운영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인천지방변호사회는 지난 14일 소속 회원들이 지난 1년 간 법정에서 경험한 모범 재판 사례와 문제 재판 사례를 법관 평가와 함께 공개했다. 평가는 인천변호사회 소속 변호사들이 인천지법(부천지원 포함)법관 87명에 대해 작성한 평가표 278장을 토대로 했다.

인천변호사회가 판사의 공정성·언행·직무능력 등과 관련한 9개 항목을 평가한 결과 100점 만점에 90점 이상 받은 ‘우수 법관’이 11명, 60점 미만인 ‘하위 법관’은 3명으로 나타났다. 인천변호사회는 우수 법관 이름은 공개했으나 하위 법관은 실명을 밝히지 않았다.

우수 법관은 인천지법 박성규·신상렬 부장판사, 권혁준·김연주 박경렬·이효신·최희정 판사와 인천가정법원 강란주 판사, 부천지원 신종열·심형섭 부장판사·한지영 판사 등 11명이다. 하위 법관은 인천지법 판사 2명과 부천지원 판사 1명 등 3명이다. 변호사회는 법관 평가 결과를 인천지법·대법원행정처·인천가정법원 등에 전달했다.

우수 법관들은 사건의 쟁점을 잘 파악하고 소송지휘권을 공정하게 행사했거나 변호인과 소송 당사자들에게 충분한 변론과 진술 기회를 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균형 잡힌 합리적 판단과 변호인의 변론 및 당사자의 진술을 경청하고, 합리적인 화해를 권고하는 등 정당한 소송절차를 보장했다. 하지만 하위 법관들은 강압·고압적이고 모욕적인 언행을 하거나 변론 과정과 판결 선고가 합리적이지 않았다는 의견을 냈다.

어느 판사는 재판 중 감정 조절을 못하고 버럭 화를 내거나 면박을 주기도 했다. 소송 당사자를 질책하고 훈계하듯 윽박지르기를 되풀이 한 판사도 있었다. 또 구속기간 만료 예정일이 아님에도 변호사의 사건 병합을 위한 소송 속행 요구를 합당한 근거 없이 묵살하고 판결을 성급하게 선고, 경합사건을 동시에 재판 받을 헌법상 권리를 침해한 사례도 있다.

변호사들은 어느 법관이 막말을 하고, 누가 쟁점 파악도 못한 채 재판에 임하는지 누구보다 잘 안다. 따라서 변호사들에 의한 법관 평가가 공정하게만 이뤄진다면 재판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또 법정문화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걸로 보인다. 무엇보다 변호사들의 법관 평가가 신뢰성을 인정받기 위해선 법관들이 변호사들의 평가를 공정하고 객관적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평가 기준과 방식을 공정·객관화하고, 절대 다수의 변호사들이 평가에 참여, 더 많은 표본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법원 당국도 변호사들의 평가 자료를 법관들에게 알려줘 스스로 반성할 수 있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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