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인천문화예술창작지구 설립을 위한 제언

예술가들에게 예술 창작은 그 무엇보다 우선하는 가치다. 그들에겐 본능적으로 창작 욕구가 충만하기에 자신만의 예술적 꿈과 끼를 펼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은 녹녹치 않다. 대학을 졸업하고 방황하는 젊은 예술가들에겐 자신을 불태우며 작업할 수 있는 작업실이 절실히 필요하다.

 

국가는 기업에 이윤 창출을 돕기 위해 산업단지를 지정하고, 금융을 지원하며 산업역군들을 키워 왔다. 이제 산업경제시대는 지나가고 창조경제로 진입했다. 산업경제나 창조경제나 결국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그렇다면 그 시대에 맞는 사람을 어떻게 키워야 할 것인가?

 

문화 선진국인 영국의 예를 보자. 예술위원회의 복권기금으로 건물을 매입, 예술가들에게 저렴한 임대료로 장기적이며 안정적으로 작업공간을 제공하기 시작한 게 1990년 중반이다. 런던 빈민거리의 싼 건물을 매입하여 예술가들에게 작업실을 제공하니 슬럼화된 지역은 문화의 힘을 통해 활성화됐을뿐더러 입주민들에게 공동체 구성의 중요한 동력이 되었다.

 

런던이 세계적으로 현대예술이 꽃 피는 주요한 창작 도시로 자리매김하는데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영국의 사례는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미쳤고 이제는 대다수의 나라가 이를 연구하고 따르는 중이다. 아예 도시개발 초기부터 개발업자에게 인센티브를 주어 예술가들은 저렴한 작업실을 장기적으로 제공받고, 주민들에게 문화예술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하는 방식도 도입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예술가들에게 장기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작업실을 임대하도록 해줄뿐더러 지속가능성을 높인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떤가? 홍대부터 시작해서 전국 곳곳에서 문화의 거리를 조성하고자 하는 시도와 노력이 계속되어왔다. 하지만, 패턴은 비슷했다. 예술가들이 정착하고, 거리가 활성화되면 어김없이 임대료가 오른다. 

그러면 결국 예술가들은 다시 임대료가 싼 지역을 찾아 떠날 수밖에 없다. 이제는 용어조차 익숙해진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예술가들을 위한 문화예술창작지구를 지정하고 지원하여 저렴하고 장기적인 예술창작 공간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례로 서울 문래동은 철강 공장과 철재상들이 밀집했던 곳이다.

그러다가 철강 산업이 쇠퇴하면서 빈자리를 저렴한 작업공간을 찾던 예술가들이 메우기 시작했고, 자생적으로 문래예술인촌이 생겨나게 됐다. 경남의 창동예술인촌도 급격히 상권이 쇠퇴한 옛 마산 원도심의 비어 있는 건물들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도심형 예술인촌을 조성하여 구도심을 활성화시킨 전국 최초의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곳이다.

 

사실 인천도 문화예술지구지정을 안 해 본 것은 아니다. 종합문화예술회관 앞 거리를 문화예술지구로 지정하였더니 임대료만 오르고 작업실은 죄다 술집으로 바뀌어 취지를 무색하게 한 뼈아픈 경험을 이미 한 바 있다. 그러므로 낙후된 지역을 중심으로 도시의 특색을 살릴 수 있는 지역을 살펴보고 주민들 의견을 청취하여 예술인들에게 저렴한 작업실을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아야 할 것이다. 인천아트플랫폼 외에도 인천에는 더 많은 문화예술창작지구가 필요하다.

 

최병국 인천아트플랫폼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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