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킬리만자로의 눈물

지난 2002년 아프리카 최고봉인 킬리만자로산 정상에 오른 적이 있다. 그곳에서 바라본 풍경은 참담했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킬리만자로’의 산 정상에 있어야 할 만년설은 대부분 녹아내렸고 풍족했던 물도 사라진 킬리만자로 주변 마을은 질병과 기근에 시달리고 있었다. 흘러내린 만년설이 마치 킬리만자로의 눈물처럼 보였다.

 

2015년은 기후변화 문제에 전 세계가 달아올랐던 한해였다. 세계 각국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고자 지난해 제21차 당사국총회에서 파리협정을 채택했다. 참여국별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목표를 설정했고 우리나라도 지난 3일 국회 본회의에서 파리협정을 비준했다.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지구온난화 현상은 온실가스로 인해 촉진되는데 이 온실가스의 종류와 발생 원인은 매우 다양해 원인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저감을 실천하는 기관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인천시는 그동안 기후변화 대응에 앞장서 왔다. 녹색기후기금(GCF), 글로벌 녹색성장 연구소(GGGI), 유엔 지속가능발전센터(UNOSD) 등 국제기구 유치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시행 등 국제 기후변화 흐름에 대응하고자 노력했다.

 

수도권매립지도 이에 동참, 폐기물의 안정적인 처리에서 나아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폐기물 에너지화사업을 실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매립지에서 발생하는 매립가스 중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이 이산화탄소의 21배에 해당하는 메탄가스를 50MW급 발전소 연료로 활용함으로써 매년 10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2007년에는 이 사업을 UN기후변화협약(UNFCCC)에 청정개발체제(CDM)사업으로 등록, 매년 약 80만 CO2톤 이상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있다. 이는 국내 폐기물 분야 첫 번째 CDM사업이자 전 세계 폐기물분야로 등록된 CDM사업 중 최대 규모다. 이 밖에 음폐수 바이오가스화시설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슬러지 건조 연료로 활용하는 등 폐자원 에너지화사업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을 선도하고 있다.

 

이처럼 인천시와 수도권매립지는 기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그러나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인천시는 인구 300만 명 돌파에 걸맞게 다양한 경제·산업 발전을 이끌고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도 더 힘써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기후변화 대응이다. 기후변화는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의 질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의 기후도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의 협의체) 5차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약 130년 사이 지구의 온도는 평균 0.85도 상승했지만 한반도는 그 2배가 넘는 1.8도가 올랐고 10년 사이에 더 심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미리 준비하는 정책과 우리의 작은 실천이 접목되지 못한다면 결국 우리도 킬리만자로 주변 마을의 사람들과 똑같은 경험을 겪게 될 것이다. 어쩌면 킬리만자로의 눈물은 한반도를 포함한 인류를 향한 마지막 경고일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 기후변화 방지를 위한 노력에 더 빨리 동참하고 행동할 때다.

 

이재현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