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빛은 어둠을 이긴다

매주 토요일 광화문 광장행의 자발적 참여는 이제 국민 대다수의 일상이다. 열심히 일한 당신과 가족은 달콤한 휴식과 주말 늦가을 단풍 구경도 마다하고 기꺼이 광화문 광장으로 향한다. 전국적으로 190만명이 운집했던 지난 토요일 날씨는 구름이 많고 비가 올 확률이 있다는 기상청 예보와는 달리 눈이 왔다. 

올겨울 첫눈이 반갑지만은 않았다. 추위에 떨 것이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강원도민들은 촛불 집회 폄하 발언 국회의원 사무실 앞으로 모였고, 남녘의 농민들도 트랙터를 끌고 긴 여정 끝에 광화문에 집결하였다. 국론은 통일되었고, 국민은 하나가 되었다.

 

지식인이 아닌 대중이 주도한 촛불집회의 성격을 놓고 여러 가지 해석을 한다. 직접 행동에 나서는 ‘군중의 지혜’를 봤다는 긍정적 의견과 제한된 정보와 소수가 선동하는 ‘파시즘적 행태’라는 일부 부정적 의견도 있다.

긍정적 견해로 국내의 촛불집회는 2002년 효순과 미선 양을 추모하기 위해 시작된 이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 등 평화적으로 치러졌다. 

한편 부정적 견해를 주장하는 측은 군중집회가 벌어지면 으레 배후에 북한과 불순한 세력들이 개입되어 있다는 몽니를 부린다. 설령 그런 세력이 있다고 해도 이번 평화로운 시위문화를 보고 있자면 그러한 세력들이 숨어있을 곳은 없을 듯하다.

 

일각에서는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유혈과 폭동이 없는 개혁이나 혁명은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국내 정치적 사회적 문제를 평화 집회로는 어느 것 하나 바꿀 수 없으며 성취할 수도 없다고 일갈한다. 최소한의 무고한 희생은 수반되어야 하며, 그래야 국민이 원하는 대통령 하야를 이루어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자작자수(自作自受)의 책임을 지고 하야하는 것을 염원하는 평화 촛불 집회가 지금까지 다섯 차례 이루어졌다. 집회 내내 광장의 국민들은 ‘질서유지선(police line) 제도’를 잘 지키고 목이 터지게 함성으로 구호를 외치는 등의 법을 준수하였다. 

이는 최소한의 범위를 정하여 국민과 경찰이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고 서로를 보호하는 마지노선이었다. 그러한 심리적 무장해제는 시민이 추위에 떠는 경찰을 포옹하는 일도, 경찰차에 다양한 꽃 스티커를 붙이는 일도 가능하게 했다.

 

새삼 미국 덴버대학교 에리카 체노웨스 교수의 주장인 ‘3.5% 법칙’이 공감이 된다. 전체 인구의 3.5%가 지속해서 비폭력 시위를 벌이면 어떤 정부라도 버티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우리나라 국내 인구 5천100만 명을 기준으로 3.5%는 약 180만 명이다. 하지만 반정부 시위가 폭력적으로 변질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50% 가까이 된다고 지적한다. 

비폭력 시위일 경우에만 갈수록 힘을 얻으면서 더 많은 시민이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이론은 비폭력 시위에 정당성을 부여할 뿐 아니라, 참가자들의 공감대까지 얻을 수 있다. 또한, 목적을 달성한 시위는 모두 비폭력이었다는 말도 지금의 평화 촛불 집회에 힘을 실어준다.

 

이제 더 큰 추위가 찾아올 테지만 추위에 위축되기는커녕 단합된 국민의 촛불은 횃불이 되어 활활 타오르는 듯하다. 이번 평화 촛불 집회가 우리 국민에게 ‘진리가 죄악을, 정의가 불의를, 자유가 억압을, 사랑이 미움을, 빛이 어둠을’ 이긴다는 확신과 희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기를 빌어본다.

 

서정미 안양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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