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선재 스님 선재사찰음식문화연구원장

“생명존중·자연을 담은 밥상으로 행복을 맛보자”

“전생에 많이 놀고먹어서, 이생에 이렇게 바쁜 가 봅니다.” 

전국 팔도는 물론 해외 곳곳에서 방송과 행사, 강연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선재 스님의 말이다. 지난 10월에도 행사를 위해 프랑스에, 인터뷰를 진행한 지난 15일도 빡빡한 강연시간을 쪼개서야 만날 수 있었다. 전날 경상남도 통영에서 강연을 마치고 부랴부랴 올라오는 길이었다. 

그는 “한가위가 지나도 이렇게 바쁘게 사는 것이 어찌 보면 행복한 일”이라며 “언제 어디에 서더라도 수행자의 마음으로 하니까 가능한 것 같다”고 웃었다. 

선재 스님이 이렇게 바쁜 나날을 보내는 이유는 바로 ‘사찰음식’. 사찰음식을 통해 간경화를 치유한 선재 스님은 사찰음식에 대한 논문을 최초로 발표한 사람이다. 건강을 위한 힐링 푸드, 슬로우 푸드가 각광받기 훨씬 전부터 자연의 이치를 따르는 사찰 음식을 현대인의 건강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했다. 

또 ‘자연을 거스르지 말라’는 음식에 대한 철학으로, 선재사찰음식문화연구원을 설립해 사찰음식을 개발 및 보급하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선재 스님에게 건강하고 맛있게 먹고 살 수 있는 법에 대해 들어봤다.

Q 최근 사찰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 이유를 무엇이라고 보는가.

A 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염려한다. 건강하게 살기위해서, 오래살기위해서. 오죽하면 ‘건강염려증’까지 걸리겠나.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음식을 대함에 있어 맛있게 먹고, 즐겁게 먹는 것에 그쳤다.

하지만 이제 음식을 먹는 것이 곧 나의 건강과 직결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것은 신체적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았다. 사찰음식은 살아있는 생명을 내 몸과 같이 여기는 자비관에서 비롯됐다. 

자연의 생명이 깃들어 있고, 자연을 배려하는 섭리가 들어있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건강에 대한 대안으로 사찰음식을 생각한다. 실제 사찰음식에 대한 관심도가 부쩍 높아졌다는 것도 실감하고 있다. 종교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사찰음식을 배우러 오는 분들도 많고, 특히 외국에서의 관심은 더하다.

 

Q 최근 프랑스에 다녀왔다.

A 지난 10월26일 프랑스에서 ‘1700년 한국전통산사와 수행자의 삶’을 주제로 <사찰음식 만찬 행사>가 열렸다. 1700년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불교를 소개하고, 그 속에 깃든 사찰음식의 정신을 알리기 위해 조계종이 개최한 행사다. 

프랑스의 정치 및 문화계 주요인사 등 300여명이 참석했고, 새벽예불, 참선, 울력, 발우공양 등을 직접 시연했으며 수덕사 방장 설정스님이 행복을 기원하는 축원을 내렸다. 

이어 이들을 위해 연근죽과 백김치, 두부발효음식, 연밥 등 자연의 맛을 살린 20여 가지의 사찰음식을 선보였다. 다음날에는 파리의 요리학교인 ‘르 꼬르동 블루’에서 강연을 진행했다. 학생들이 직접 사찰음식을 만들어 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호응이 좋았다.

 

Q 반응이 좋았다고 들었다.

A 뜨거웠다. 서양음식은 자연을 배려하지 않는다. 때문에 서양에서는 사찰음식이 생명을 존중하고 자연을 배려한다는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유기농과 자연주의를 따르는 전 세계적인 흐름과도 일맥상통하고 있어, 어떤 음식보다 세계화된 음식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또 사찰음식은 마늘, 파, 달래, 부추, 무릇 등 오신채를 넣지 않아 모든 사람들이 먹기에 부담이 없다는 큰 장점이 있다. 프랑스는 올해가 3번째다. 앞서 2번은 개인적으로 초대받아 한국의 불교문화와 사찰음식에 대해 강연했다. 지난해는 ‘와인과 사찰음식’을 주제로 강연했는데, 사찰음식에 들어가는 우리 전통장을 소개하기 위함이었다. 

프랑스의 와인과 우리의 전통장에는 발효식품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와인은 어린아이나 수행자, 건강하지 못한 사람들은 먹을 수 없다. 반면 전통장은 물론 전통장이 들어간 음식은 누구나 먹을 수 있지 않은가. 특히 수행자들은 채식위주의 식단을 먹기 때문에 찬기운과 각종 약기운이 몸속에서 부딪칠 수가 있다. 

이것을 중화시키고 몸에서 잘 흡수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발효를 통해서 만들어진 장과 그것을 이용해 만든 음식이다. 외국인들은 5~30년을 거쳐 간장과 된장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신기해한다. 그리고 그 속에 과학이 숨겨져 있다는 것에 감탄한다.

 

Q 현대사회에서 사찰음식이 가진 의미는 무엇일까.

A 땅은 누구나 딛고 살고, 공기도 누구나 마시며 살아간다. 하나의 생명이고, 하나의 뿌리고, 하나의 공간이다. 먹는 것도 마찬가지다. 먹지 않고 살 수는 없다. 인간으로 태어나면 누구나 먹는다. 동물과 어패류, 식물도 먹는다. 사람뿐만 아니고 자연의 모든 생명들이 나 아닌 다른 생명을 통해 나의 생명을 이뤄가고, 그 생명을 통해 나를 만들어 간다. 

그렇기 때문에 건강한 음식을 먹어야한다. 자연이 오염되면 식물도 병들고, 그것을 먹은 사람도 병이 든다. 사찰음식에는 모든 생명이 나와 다르지 않다는 것, 그런 생명들이 나와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생명들을 아끼고 배려하고 보호할 때 결국 내가 행복해질 수 있다는 부처님의 큰 가르침이 담겨 있다.

 

Q 사찰음식에 대한 철학은.

A 행복하려면 다 같이 행복해야 한다. 가족 중 누군가 마음이 불편하면, 나 또한 마음이 아프지 않은가. 더 나아가 우리, 수원시, 경기도, 세계가 똑같은 이치다. 

어떻게 하면 모두가 행복하고, 풍요롭게 살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먹거리라는 공통의 문화를 생각해냈다. 그리고 사찰음식에는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힘이 있다. 나는 많은 사람들의 행복과 생명을 위해 음식을 만든다. 어찌 보면 하나의 수행이고, 부처님이 말씀하시는 자비와 지혜를 음식으로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음식을 만든다는 것은 자연의 생명을 가져다가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좋은 재료로 만들어야 좋은 음식을 만들 수 있다. 나쁜 재료로 만든 음식은 사람을 헤친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건강한 음식을 만들고 먹는 법을 계속해서 알리고 싶은 이유다.

 

Q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A 사찰음식의 전문가를 키울 수 있는 공간과 사찰음식을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학교를 마련하고 싶다. 지금은 많은 곳에서 강연을 하고 있지만, 한번 배우고 마는 수강생에 그친다. 사찰음식이 가진 의미와 이를 체계적으로 알릴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40~50대 엄마들은 그들의 어머니를 보고 배웠기 때문에 가족을 위한 음식을 만든다. 하지만 요즘 젊은 엄마들은 대부분 음식을 만들지 않는다. 김치를 먹지 않는 아이들도 허다하다. 

아이들에게 건강한 음식이 왜 필요한지, 그것을 위해 왜 자연을 배려해야 하는지 알려야 한다. 우리 몸은 자연, 지수화풍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땅에 있는 것도 먹어야 하고, 땅 속에 있는 것도 먹어야하고, 나무에 매달린 것도 먹어야 하고, 물속에 있는 것도 먹어야 한다는 것을 아이들이 알아야 한다. 

3년 전 <그거 알아요? 음식은 생명!>이라는 어린이뮤지컬을 만들었다. 음식에 깃든 뜻과 의미, 건강한 음식을 먹어야 하는 이유가 담겨 있다. 아이들이 공연을 본 직후 김치와 감자가 든 국을 싹 다 먹더라. 그것이 교육의 힘이다. 많은 아이들이 건강한 음식을 즐겁게 먹을 수 있도록 돕고 싶다.

 

대담 = 이선호 / 문화부장 정리 = 송시연기자 / 사진 = 전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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