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컬처밸리·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그런데 그 속에 오류가 있다. 모두가 독재 권력에 대한 증오만 강조했다. 금강산 댐의 실제 위험성은 외면했다. 평화의 댐은 필요했는데 누구도 말 안 했다. 이를 인정하는 데 또 다른 10년이 걸렸다. 2002년 ‘국민의 정부’가 2단계 공사를 했다. 80m 댐을 125m로 높였다. 애초의 설계-135m-까지 높였다. 저수용량도 5억9천만t에서 26억3천만t으로 늘렸다. 20년 새 몇 배나 커졌을 공사비를 감당해야 했다. 평화의 댐이 남긴 역사적 오류다.
돌아보면, 금강산 수공 위협은 권력의 잘못이었고, 그 위협을 과장한 것은 언론의 잘못이었는데, 평화의 댐의 필요성까지 외면한 것은 모두의 잘못이었다.
이제는 우리 정치에서 특별한 일도 아니다. 수십 년을 그래 왔다. 바뀐 권력은 늘 판단을 새로 했다. 지난 정권의 모든 걸 부정했다. 명패부터 내렸고 흔적까지 지웠다. 대신 자신들의 명패와 흔적을 강조했다. ‘박근혜 지우기’도 그렇게 시작된 권력의 사이클이다. 조금 빨리 온 게 당황스러울 뿐이다. 그런데 하필 그 복판에 경기도의 사업 두 개가 있다. 고양에 세워지는 K-컬처밸리가 하나고, 판교에 운영 중인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가 다른 하나다.
이런저런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특혜를 줬다는 게 K-컬처밸리 의혹이다. 이권이 개입됐다는 게 창조경제혁신센터 의혹이다. 모든 의혹의 중심에 차은택이 있다. 차은택이 시작한 특혜라는 의혹이고, 차은택이 개입한 이권이라는 의혹이다. 경기도의회가 이미 특위를 만들어 파고들고 있다. 언론도 연일 ‘단독보도’라며 의혹의 가짓수를 더해간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제기된 의혹을 덮어선 안 된다. 끝까지 밝혀야 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다만, 그 옛날 평화의 댐의 우(愚)를 반복할지도 모르니 그게 걱정이다. 독재권력 밉다고 평화의 댐까지 외면했던 과오(過誤) 말이다. 20년 지나 깨달으면서 엄청난 에너지를 낭비했던 오판(誤判) 말이다.
K-컬처밸리는 도민에 꼭 필요하다. 한류단지라고 지정만 해놓고 10년을 보냈다. 그렇게 묵혔던 땅이 무려 30만㎡(9만여평)다. 이곳에 돈 되는 시설을 세우는 사업이다. 테마파크, 공연장, 쇼핑몰, 숙박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투자금이 1조4천억원이다. 단일 투자로는 LG필립스 파주 공장 이후 경기북부 최대다. 만년 베드타운이라던 고양시의 기대가 크다. 논란에 중심에 선 박수영 전 경기부지사가 말했다. “경기도민을 위해 꼭 붙들어야 할 사업이었다.”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도 그렇다. 대기업이 벤처기업들을 지원하는 경제 허브다. ‘기업 상생’에도 꿈쩍 않고, ‘동반 성장’에도 꿈쩍 않는 게 대기업이다. 이런 대기업들을 벤처기업 지원으로 끌어들인 제도적 장치다. ‘아이디어 하나에 인생을 거는’ 청년 벤처인들에게 내어준 유일한 비빌 언덕이다. 2년간의 실적 평가도 후하다. 전국 17개 센터 중 최고다. 그 중심에 있는 ‘KT 김 전무’가 말했다. “자금ㆍ판로ㆍ기술ㆍ법률 지원 없인 벤처가 살아날 수 없다.”
요즘, 자고 나면 속보(速報)다. K-컬처밸리에 어떤 특혜가 더 불거질지 알 수 없다.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 어떤 비리가 폭로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대세를 좇아간다. ‘청와대 냄새 나는 K-컬처밸리를 중단하자’고 하고, ‘차은택 냄새 나는 창조센터를 폐쇄하자’고 한다. 그게 옳을 수 있다. 확률 높은 예언(豫言)일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구 하나쯤은 나서 ‘도민의 이익’을 말해야 하지 않나. 누구라도 나서 ‘사업 자체는 살리자’고 해야 하지 않나.
버림받았던 땅 30만㎡를 다시 버리면 안 된다. 박 부지사는 “다시 제안이 오더라도 나는 받는다. 그게 도민을 위하는 행정가의 길이다”라고 말한다. 청년 벤처인들에게 줬던 희망을 다시 뺐으면 안 된다. 김 전무는 “문재인 표면 어떻고 안철수 표면 어떠냐. 벤처기업을 위해 이런 허브 시스템은 이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많은 이들과 다른 생각일 수 있는-그래서 욕을 바가지로 얻어들을 지도 모를- 말로 맺으면 이렇다. “지금까지 제기된 각종 의혹들이 모두 사실로 확인된다고 치자. 그렇더라도 도민에 이익되는 K-컬처밸리와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를 없앨 정도는 아니다.”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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