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지지율 5%. 국정이 마비될 지경에 이르렀음에도 정국의 주도권을 내려놓지 않겠다며 버티는 청와대를 보면서, 또 이를 옹호하는 여권 일부의 고집스러운 모습을 접하면서 요즘 유행하는 말로 ‘내가 이런 모습 보려고 투표했나’하는 자괴감마저 든다.
또 이 판국에 성난 민심을 지렛대 삼아 권력을 쟁탈해보겠다는 속내를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는 야권의 허술하기 짝이 없는 모습까지 뉴스를 채우고 있다. 하나같이 볼썽사납다. 정치인 특유의 구린 냄새를 역겨워하는 비위 약한 국민들은 당분간 뉴스 보기를 멀리할 것 같다.
대대적인 촛불집회가 벌써 4번째를 넘겼다. 성난 민심이 이처럼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지만 우리나라 대통령과 정치인들이 마치 다른 나라 사람들처럼 보이는 것은 비단 필자만의 생각일까. 이들은 ‘소통의 지혜’와는 담을 쌓고 사는 듯 보인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은 이 엄중한 명제를 다시금 새기고 또 새겨야 한다. 지금이 그런 때다.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아 국가 운영 책임을 맡고 있는 박 대통령은 주인인 국민의 목소리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라는 전 국민이 다 아는 사실을 정작 대통령 자신만 모르고 있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든다.
우울하고 답답한 보도에 지친 필자는 스스로 정보소외계층이 되기를 자처하면서 지겨운 뉴스를 피해보려고 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하나를 접했다.
오로지 자신들의 영달만 생각하며 별별 만행을 저지른 그들의 ‘막장 드라마’와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자폐성장애를 지닌 아들과 엄마가 클라리넷 연주단을 꾸리며 겪게 되는 사연이었다.
연주단원 전원이 발달장애인들로 구성돼 있어 애로사항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정상적인 소통이 어려운 이들의 모임이라 짐작할 만 하다. 하지만 이 악단은 서로를 포기하지 않았다. 끊임없이 서로를 이해하고 감싸 안고 배려했다. 그리고 마침내 이 단체는 사회적협동조합 인가를 받아 냈다. 그리고 구성원들은 연주자라는 직업인으로 보람 있는 삶을 영위하고 있다.
대통령과 정치인들은 발달장애인들이 소통의 장애를 극복하면서 사회 곳곳에서 희망의 불씨로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배워야 한다. 국민을 대표하고 이끌 지도자는 발달장애인들과 그 가족들이 어떻게 불통을 극복하고 있는지를 눈여겨봤으면 좋겠다.
필자는 발달장애인들과 함께 정보격차 해소 실천과 이들의 미디어 이용 증진 활동을 벌이고 있는 터라 발달장애인들의 연주활동을 그린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유독 더 깊은 감동을 받았는지도 모르겠다.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등장한 발달장애인들은 최소한 지금의 대통령보다 훨씬 뛰어난 소통의 지혜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김정순 신구대 미디어콘텐츠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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